평택호스피스선교회, 행복한 에버랜드 나들이 마련
자원봉사자, 환우·가족 일일자식 돼 정성으로 모셔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을 돌보며 섬기는 평택호스피스선교회가 힘겨운 투병생활로 바깥 외출이 어려운 환우와 가족들을 위해 밝은 햇살과 장미꽃이 만개한 용인 에버랜드로 행복한 일일여행을 다녀왔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말기암환우와 가족을 위한 사랑의 일일여행’은 평택호스피스와 굿모닝병원·평택Well-dying웰다잉연구소·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마련했다.

이날 환우들의 안전을 위해 굿모닝병원 간호사들이 동행했으며 평택나사렛교회와 평택호스피스 자원봉사자 20여명이 10명의 환우와 환우가족들의 일일자식이 돼 정다운 나들이 길에 올랐다.

에버랜드 장미축제 기간에 맞춰 5월 28일 떠난 일일여행에서 자원봉사자들은 때 이른 무더위에 혹여 환우들의 건강에 무리가 갈까 자주 그늘에서 쉬고 목을 축이는 등 세심하게 환우들을 배려하며 안전과 건강에 유의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오르막길에서 휠체어를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환자들이 최대한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왔으며 휠체어로 오르지 못하는 곳은 자원봉사자들이 환우들을 직접 업거나 부축해 이동하기도 했다.

평택호스피스의 따뜻한 배려 속에 환우와 가족들은 답답한 병상을 벗어나 놀이기구를 타고 귀여운 동물들과 흐드러지게 만개한 장미꽃을 구경하며 잠시간 동심에 젖어 함박웃음을 지었다.

환우와 가족들은 쉼터에서 잠시 몸과 마음을 쉬어가며 평택호스피스가 마련한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마무리’를 주제로 한 설문조사에 응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담담히 써내려가는 시간도 가졌다.

평택호스피스 박종승 목사는 설문에 앞서 ‘지금 하십시오’라는 작자 미상의 시로 ‘할 일이 생각나거든 지금 하십시오, 친절한 말 한마디가 생각나거든 지금 말하십시오, 미소를 짓고 싶거든 지금 웃어 주십시오, 불러야 할 노래가 있다면 지금 부르십시오’ 등 인생의 해가 저물기 전에 우리가 나눠야 할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옆 사람과 따뜻한 말과 미소를 나누도록 권하기도 했다.

이어진 설문작성 시간에 신수랑(78) 할아버지는 ‘자신이 죽으면 가장 슬퍼할 사람’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을 꼽으며 차분히 하늘에 보내는 편지를 적어 내려갔다.

신수랑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부인에게,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구려. 많이 보고 싶지만 볼 수 없어 안타까운 심정입니다”라며 “오늘 에버랜드에서 푸른 나무와 아름다운 꽃들을 보면서 당신이 좋아하는 꽃들이 변함없이 아름다워 더욱 당신이 보고 싶어집니다”라고 적어 함께 자리한 자원봉사자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했다.

지난해 자원봉사자로 일일여행에 참가했던 봉사자 한 명은 올해 대장암으로 투병중인 동생과 함께 나들이 길에 올랐다며 여행 내내 살뜰히 동생을 살폈다. 일주일 전 받은 항암치료와 다음 번 항암치료 사이 짧은 휴식기간에 일일여행 일정을 맞춰 간신히 동행하게 됐다는 동생은 곁에서 함께 발걸음 하고 있는 언니를 많이 의지하고 있다며 자매의 돈독한 우애를 보여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여행 막바지에는 자원봉사자 한 명이 오늘 여행에 봉사자로 참여했지만 사실 본인이 난소암 투병중이라는 사실을 조심스레 밝히며 암 환자를 마냥 불쌍하게 여기질 않길 바란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해줬다.

“투병생활과 함께 호스피스나 요양원 봉사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 취재를 오면 밝게 생활하는 암 환우들을 놀래는 눈으로 보곤 한다. 암 환우에 대한 이 같은 세상의 편견이 암 판정을 받은 환우는 물론 가족들까지 모든 희망을 놓고 삶을 허망하게 놓아버리게 만드는 것”이라며 “암세포는 42℃ 이상 온도에서 죽는다. 사람과 사람이 마음으로 품어내고 어루만지는 온도로 암을 이겨낼 수 있다”며 병 앞에 무력해지지 말고 하루를 천년같이 소중이 임해야 한다는 생각을 나눠줬다.

평택호스피스 박종승 목사는 이날 일일여행을 마치면서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사망원인 1위가 교통사고에서 암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 모두의 주변에 힘들어 하고 있는 암 환우가 있다면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위로해주길 바란다”며 “‘평택호스피스는 생명사랑입니다’는 평택호스피스가 간직하고 있는 신념이다. 오늘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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