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명이 한미동맹, 국가안보,
국가 통제대상, 하위개념밖에 안 된다는
국정운영 책임자들이 똬리를 틀고
‘국민’보다 ‘국가’를 ‘사람’보다 ‘경제’를
우선하는 가치로 삼는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 강상원 센터장
평택평화센터
탄저균의 위험성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엄청난 일을 한국정부 몰래 들여와 실험해왔다는 사실만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남한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주둔한다는 미군이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도 깡그리 무시한 채 이 엄청난 일을 벌였던 것일까?’
적어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라면 이 충격적인 사실에 대해 엄중히 항의해야 마땅한데도 항의는커녕 오히려 미군을 옹호하고 있고, 이 문제를 7월로 예정되어있는 한미SOFA합동위원회에서 다루겠다고 밝히면서 이 사안을 대하는 안일한 태도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던 것이 초기의 안일한 대응이었듯, 이 문제에 대해서도 주권국가로서의 최소한의 역할을 포기한 채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미군의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지만,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지금도 어떤 실험이 계획되고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작전계획이 입안되고 추진되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삶과 미래를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아찔하고 끔찍하다.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2006년 한미 양국정상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해 주둔한다는 애초의 목적 외에 미국의 필요에 언제, 어느 곳이든 나가고 들어올 수 있는 유연한 체계로 변화했고, 더 이상 덩치 큰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미국의 판단에 따라 주한미군을 다른 분쟁지역으로 배치하고, 일본·괌·호주·미 본토의 미군이 한반도에 배치되어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긴장이 격화될 수 있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최근 싸드(초고고도요격미사일) 배치가 한국정부와의 협의 없이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미뤄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최근 평택은 싸드·메르스·탄저균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난관이 놓여있다. 이 사건들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국민’은 철저히 배제되어있다는데 공통점을 갖고 있다.
메르스 사태는 국민을 배제한 채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하며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되었고, 싸드가 배치되면 한반도는 물론이거니와 동아시아의 긴장은 격화되고 새로운 미중냉전이 시작으로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문제제기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탄저균 사건도 주권국가로서의 기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결국 국민의 생명이 한미동맹, 국가안보, 국가의 통제대상, 하위개념밖에 되지 않는다는 국정운영 책임자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한, ‘국민’보다는 ‘국가’를 ‘사람’보다는 ‘경제’를 우선하는 가치로 삼는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어떤 가치도 사람과 생명의 가치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결국 깨어있는 국민들이 나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국민 생존권을 곧추 세워야한다. 결국 아무도 우리의 삶을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아프게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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