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특별기고/칼럼
기고-평택역사 둘레길 걷기 참가 후기
평택시사신문  |  ptsisa@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6.10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구글

바람새 마을과
소풍정원을 만나다


평택이 고향이든 아니든,
현재 내가 평택에서 살고 있고
미래 내 아이들이 살아갈 곳이기에,
이 땅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 이상아 주무관
평택시차량등록사업소
5월 23일 아침, 평택역사 둘레길 걷기 행선지는 고덕면 바람새마을과 소풍정원이었다. 평택에서 태어나 직장을 갖고 결혼해 살면서 ‘평택에는 갈 곳도, 자랑할 것도, 인물도, 아무것도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어느 자리에서 고향 얘기가 나올 때면 자주 주눅이 들곤 했다. 그러던 차에 2년 전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한광중학교 교사이자 향토사학자인 김해규 선생님이 쓰신 <평택 역사산책>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그 책을 읽으며 평택이 왜 문화의 불모지가 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우리가 무심했을 뿐 자랑스러운 역사가 많다는 것을 알고는 벅찬 마음에 당시 뱃속에 있던 아기에게 태교일기를 썼던 기억이 난다.

올해 초 육아휴직기간이 끝나 복직한 후 그동안 평택시 ‘온누리학습동호회’에서 평택역사 둘레길 걷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반가운 마음에 세 살배기 아이까지 데리고 올해 첫 나들이를 따라 나섰다.

예전에 이 진위천 물길을 따라 배가 드나들 때, 여기 있던 큰 나루터 이름이 다라고비진이다. 다라는 총각의 이름이고 고비는 처녀의 이름이다. 이 마을에 사는 고비는 배를 타고 이따금씩 들어오는 다라와 사랑에 빠져 처녀의 몸으로 임신까지 했는데, 언젠가부터 오기로 한 날짜에 다라가 오지 않자 고비는 걱정과 근심으로 하루하루를 지낸다. 그때 지나가는 스님 말씀에게 돌탑 100개를 쌓으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천하류 퇴적지형에는 돌이 귀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산까지 매일 걸어가 돌을 가져와서는 돌탑을 쌓기 시작한다. 고생 끝에 돌탑 100개가 완성되자, 풍랑으로 인해 전라도 어느 섬에 좌초돼 있던 다라가 다시 고비를 찾아오게 된다. 둘은 혼인을 하고 다라는 이 마을에 정착해 소금 장사를 하며 큰돈을 벌어 궁궐같이 큰 집을 짓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궁궐같이 큰 집이 있다 해서 마을의 이름도 궁리가 되었다 한다.

<평택 역사산책>에서는 조선후기 궁실과 왕족들 주도로 간척사업을 진행했고, 안성천과 진위천 주변에 궁리·안궁리·평궁리 등 ‘궁’자가 들어간 지명에서 그 흔적이 남아있다고 읽었다. 책의 내용이 사실이겠지만, 이 척박한 땅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왔던 민초들에게 앞의 해피엔딩 스토리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흐뭇해졌다. 

소풍정원은 원래 진위천 옆 폐천 부지로 개인이 낚시터를 운영했던 곳인데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정비 사업을 진행해 우리시로 관리권이 넘어와 이미 근사한 공원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다라와 고비의 사랑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소원돌탑, 나루터를 연상시키는 배 모양의 화장실, 종이배 벤치 등 공원 곳곳에 평택 이야기가 녹아 있다. 아이들과 공원을 돌면서 자연스럽게 고향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연꽃을 식재한 습지 연못에서 공기방울 터지는 소리가 연신 나서 고개를 빼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둑 위로 올라가니 유유히 흐르는 진위천과 이제 막 모내기를 마친 파르스름한 오성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 공원사업 담당 공무원인 박기출 주무관은 하나하나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 신이 나서 이야기했고, 우리들은 농주 기운에 기분이 좋고, 우리 가까이에 언제 이런 생태수변공원이 만들어졌는지 마음이 뿌듯해 느껴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저건 뭐냐, 이게 좋다, 이러면 어떠냐, 저러면 어떠냐 하며 한마디씩 보태니 설계자는 앞으로 미완성의 공원에 실현시키겠노라고 아이디어를 수첩에 적으며 좋아한다. 한 바퀴를 돌아오는 사이 아기는 유모차에서 잠이 들고, 일행은 평상에 앉아 땀을 식히는데, 참가자 한 분이 휘파람으로 평택을 배경으로 한 동요 노을 부른다.

오늘 우리의 길라잡이 선생님들은 역사를 공부하신 분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평택에 애착을 가지고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며 도전하는 분들이었다. 그리고 그 열정과 진심은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아무것도 없다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얼마나 알려고 했는가. 평택이 고향이든 아니든, 현재 내가 평택에서 살고 있고 미래 내 아이들이 살아갈 곳이기에, 이 땅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평택 곳곳에 숨어있는 이야기와 자랑거리를 하나하나 찾아 보물지도를 만들어 아이들 손에 쥐어주고 싶다.

다음 나들이는 언제가 될까? 언제 김해규 선생님을 직접 뵙고 재밌는 역사 이야기를 들어볼까 기대가 된다.

<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평택시사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윤리강령윤리실천요강편집규약
(주)평택시사신문 17902) 경기도 평택시 중앙로 280(합정동 966-4) 문예빌딩 5층 평택시사신문
대표전화 : 031)657-9657  |  팩스 : 031)657-2216  |  대표메일 : ptsisa@hanmail.net  |  제호 : 평택시사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125-81-99266  |  법인등록번호 : 131311-01-0111040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경기 다 5024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경기 아50460  |  인터넷신문 등록년월일 : 2012년 7월 23일
구독료 입금 계좌(1부 월 5,000원, 연간 60,000원):중소기업은행 587-018340-01-032  |  예금주:(주)평택시사신문
광고비 입금 계좌:중소기업은행 587-018340-01-040  |  예금주:(주)평택시사신문
대표이사 · 발행인 : 이영태  |  사장·편집인·편집국장 : 박성복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성복
Copyright © 2011 평택시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t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