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메르스 대처 행정에서
평택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백서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법을 전면적으로 손질해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록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이라도 잘 고쳐야 할 때다

 

▲ 윤현수 집행위원장
메르스평택시민비상대책협의회

평택지역에도 메르스가 소강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메르스를 완벽하고도 안전하게 종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감염된 환자치료에 온 힘을 다하고, 앞으로 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하여 관찰하고, 대 시민 홍보를 통해 끝까지 철저하게 대비 할 수 있도록 주력함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이렇게 확대된 원인은 우선, 평택시가 초동대처에 철저하게 실패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결국 우리 지역에서 잡을 수도 있는 병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고, 다시 역수입되게 하는 현실을 방조한 결과를 빚은 것이다. 초동대처를 잘못한 원인은 재난에 대응해 재난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지도력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근본적으로 시장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병은 병원 의료진에게 맡기고 지역경제를 내세우며 철저하게 은폐하려는 것을 시정방침이나 정책으로 잡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감염병이 돌 때 감추고 내색을 안 한다고 병이 잡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전염병은 의료진이 할 일이 있고 공중보건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담당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보건소 등 지역의 공공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조차 개념이 없었던 것 같았다. 책임을 지는 이와 담당하는 이들의 감염병 등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부재했고 의지도 결여되어 있었다고 본다.

두 번째로 비밀주의의 잘못이 크다. 정부의 원천적인 잘못이 있었지만 평택시가 자치단체로서 앞장서서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을 안심시키려는 그러한 시도를 아무데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전염병예방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시민적으로 발생상황이나 대응방법·예방법 등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행동요령 등을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광범위한 확산을 막기 어려울뿐더러 시민들의 신뢰를 잃어서, 시민들을 효율적으로 안내하고 때론 통제해야 할 기능 즉, 정책수단을 잃고 허둥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감염병 예방관리법’ 6조에는 국민이 감염병에 관하여 그 발생상황이나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 번째로 방역당국의 그릇된 판단이 화를 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평택성모병원이 폐쇄되기 전, 방역당국에 평택성모병원이 환자와 의료진 등 병동전체를 격리하는 코호트 격리를 요청했으나, 방역당국이 이를 묵살하는 바람에 기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병을 확산시킨 책임이 있다고 <한겨레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네 번째로 민간병원들의 잘못된 행태도 거들었다. 대책 없이 의심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낸다든가 하였고, 정작 의심환자를 접수하게 된 병원 쪽에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아 다시 확산되도록 하는 잘못된 행태의 연속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평택시장이 국립의료원을 건의했다지만 이보다는 시가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작은 규모라도 시립병원의 필요성이 더 클 것이다. 감염병의 전염이 우려될 때는 환자를 발생시점부터 이송해오고 전담이든 거점이든 원스톱시스템으로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통제·조정할 수 있는 허브병원의 역할을 시립병원 등이 담당해야 할 것이다.

원인과는 별도로 우리 시가 자체적으로 메르스의 상처를 보듬어 안고 그동안 피해를 당하신 분들을 안정적으로 일상생활에 통합시키는 정책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역사회에서 질병에 감염되신 분, 격리를 경험하신 분들의 충격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 분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더라도 정신적 외상 증후군을 겪고 있을 수 있다. 우리 시에는 1300여명이나 계시고 가족이나 이웃 등 주변에서 이를 지켜본 많은 분들이 또한 계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엉겁결에 당하고 허둥댔지만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이번 메르스 대처 행정에서 평택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백서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법을 전면적으로 손질하여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해놔야 할 것이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도 논할 수 있고 외부 관광객이나 바이어도 자신 있게 초청할 수 있을 것이다. 평택시의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비록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이라도 잘 고쳐야 할 때라고 본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