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진정 소중한 것들로 채워지지 않는 한
그것은 단지 시간을 때우는 소비적 오락물일 뿐

나는 아침에 학교에 출근하여 연구실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우리대학 메시지를 점검하고 포털 사이트에 가서 이메일을 보고 뉴스 검색에 들어간다. 나에게 관심 있고 필요한 뉴스도 보지만 쓸데없는 뉴스도 수시로 검색한다. 틈틈이 스마트폰도 점검하고 카카오톡도 하고 문자메시지를 받고 보낸다. 언론사 기고를 쓸라치면 2~3일은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마주보면서 자판을 두드린다. 퇴근한 후에는 저녁시간에 TV로 중계되는 프로야구 중계방송이나 뉴스를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돌려가며 모든 구장의 상황을 챙겨본다.
출퇴근 하는 전철에서는 악착같이(!) 스마트폰 안보고 책보기를 실천하고 있지만 나의 일상이 스마트폰에, TV에, 인터넷에 중독되어 있음을 느끼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무직 노동자들이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며 마우스로 ‘클릭질’하며 업무를 본다. 전철에서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귀에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마 이들은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하든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할 것이다. 손안의 스마트폰은 PC, 인터넷, 핸드폰, TV, 카메라, 게임기, MPS, GPS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너무나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나는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 총선에서 소셜네트워크(SNS)가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젊은이들의 스마트폰 활용도는 무궁무진한 것 같다. 나도 그렇지만 젊은이들의 정보통신기기에 대한 집착은 정상의 정도를 넘었다고 보여 진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우리에게 불과 채 2년도 되지 않았다. 이러한 정보통신기기의 발전이 앞으로 계속될 텐데,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더욱 힘들다. 그렇지만 지금 단계에서도 화면(스크린)이 있는 정보통신기기에 대한 범람과 남용은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지금 이러한 정보통신기기로 인하여 내가 그동안 많이도 즉흥적이게 되고 천박해지고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존재로 전락된 느낌이다. 누군가가 지적했듯이 게임, TV, 음악, 카카오톡, 인터넷과 같은 미디어 기기에 중독된 어른이나 아이들은 모두 그것들에 접촉하여 몰두하고 사용하고 있을 때는 행복감이나 만족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그 때가 가장 게으르고 수동적이며 소모적이며 사고능력이나 생산성도 최악이 된다.
정보통신기기들에 대한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보통 4인 가족으로 치면 초기에 기기들의 구입비용은 빼고도 스마트폰 4대 사용료, 전화비용, 인터넷 접속료, 케이블 TV이용료 등으로 한 달에 약 30여만 원이 들어가는데, 이 비용은 한 가구의 지출비용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알고 통신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일례로 어떤 직장에 다니는 엄마는 집에 있는 아이들과 통화를 많이 할수록 자녀 양육의 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많이 통화했는데, 나중에 결산을 해 보니 상호간의 불안은 줄어들었겠지만 아이들이 별 일이 아닌데도 수시로 전화를 해대는 통에 오히려 휴대폰과 엄마에 대한 의존만 심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부작용도 많다. 우선 이 기기들을 통하여 각자의 공간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가능하여 대화와 소통에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된다. 우리 집처럼 저녁밥 먹으면서 ‘나가수’나 ‘무한 도전’을 시청하다 보니 어쩌다 만나는 가족 간의 대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떤 가족이 승용차를 타고 어디를 가고 있더라도 좁은 한 공간에 모여 있을 뿐 각자 다른 기기들과 접촉하면서 각자의 세계에서 빠져 있다 보니 가족공동체의 의미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이라는 정보통신기기가 업무상으로는 효율성을 높였고 접촉의 범위는 넓어졌지만, 오히려 인간 유대의 깊이는 얕아지고 소통에 장애가 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처럼 보인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휴대폰이 없으면 친구들과 연락하기 불편할 뿐더러, 트위터, 페이스북을 못하면 친구들과 멀어질 것이고, 게임도 못하고 유튜브 동영상이나 ‘개그콘서트’를 안 보면 화제에서 밀려나고, 최신 전자기기가 없다는 것은 곧 유행에서 뒤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트위터가, 페이스북이, 게임이, 스마트폰이 대세라고 해도 그러한 것들이 우리 인간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로 채워지지 않는 한 그것들은 단지 시간을 때우는 소비적인 오락물일 뿐이다.
하기야 공부에 시달리는 청소년이나 일상에 피곤한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 정도의 오락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접촉의 빈도와 시간이 많을수록 우리들의 뇌의 능력과 사회 적응력은 퇴보할 뿐이다. 독서를 통한 교양 쌓기, 세상일에 대한 깊은 이해, 상호간의 마음을 통한 소통, 인간애와 사색과 고민 등이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보통신기기는 무기력증과 고립만을 초래할 뿐이다. 
우리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렇게 저렇게 정보통신기기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는데, 더 가난하고 형편이 안 좋은 집의 아이들은 이러한 기기에 더 집착하고 중독되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직장 일에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고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는 한 부모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 아이들의 경우는 아마도 사정이 더 안 좋을 것이다. 그러한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대한 보상으로 게임이나 TV에 빠져드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방치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또한 앞으로 이러한 정보통신기기의 비용 증가를 부담할 수 있는 계층과 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계층으로 나누어지고, 이러한 계층의 분화 현상은 사회적 정보접근성에 대한 격차로 벌어지고 이는 결국 사회적 부와 신분의 양극화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다.
‘기술을 통한 보다 나은 삶’의 약속은 언제나 부담이 따르는 거래이며 종종 모순적인 거래가 되기도 한다. 집의 유선전화와 흑백TV만으로 행복했던 그 시절에 비하여 지금 우리는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며 더 많은 지출을 하기 위하여 우리는 더 여유가 없고 바쁘게 치열하게 생활하게 되니, 그 때에 비해 행복과 만족의 총량이 더 늘어난 것 같지도 않다.
나는 지금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비관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정보통신산업이 이룩한 생산성과 편리성 증대 그리고 인류문명의 발전적 상황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가 참으로 다행히도 이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 자랑스럽고 희열을 느낀다. 또한 지금 첨단화되는 정보통신 기술의 시대에서 이러한 기기들을 일부러 멀리하거나 예전의 아날로그 시절로 되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정보통신기기도 적당히 잘 쓰면 약이 되고 잘 못 쓰거나 너무나 많이 쓰면 독이 된다. 이러한 독은 단기간 내에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고 서서히 인간을 무기력하게 하고 피폐하게 할 수 있다. 더 심각해지기 전에 지금쯤에는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그 쓰임새와 필요한 범위를 곰곰이 따져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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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철
법학박사
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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