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는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메르스가 할퀴고 간 상처가
흉으로 남지 않고 깨끗이 치유되길 바란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돌이킬 수 없고,
사태의 원인과 책임도 묻게 되겠지만
우리는 서로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 주어야 할 것이다

 

▲ 오중근 행정원장
평택굿모닝병원
이번에 온 국민이 겪는 전쟁은 메르스라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는데 적도 잘 모르고 나도 잘 모르는 전쟁이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의료계에서 몸담고 있으며 보건의료전문가로서 그간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이번 메르스 사태 앞에 별로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120여명의 의료진이 격리되다 보니 응급실과 병동의 의료 인력이 부족하게 됐다. 대체할 인력이 없어 3교대 시스템에서 2교대 시스템으로 그것도 며칠씩 퇴근하지 못하고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속출했고 자칫 쓰러질 것 같은 위기감마저 들었지만 딱히 대책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항상 여유 병상 없이 돌아가던 병동은 평상시의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는데 그중에는 코호트 격리 중이거나 퇴원할 수 없는 중증환자만 남았다. 차라리 문을 닫으면 관리할 환자가 없어 편하겠지만 국가지정 거점병원이며 평택시의 중심병원으로서 역할과 사명감, 그리고 재단의 설립 취지와 경영철학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어서 힘들어도 묵묵히 소임을 해야만 했다.

그런 가운데 드디어 음압격리병실에서 완치 퇴원하는 기쁜 일이 생겼고 평택시민 모두의 희망으로 메르스를 극복하고 완치된 두 분은 많은 분들의 축하와 격려를 받으며 메르스 극복 이야기를 KBS 등 방송채널을 통해 가정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를 정말 힘들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은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닌 막연한 괴담수준의 소문과 힘들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과 병원에 대한 차별적 태도와 언행들이었다.

가장 처음 접한 서글픈 이야기는 매일 새벽같이 배달되던 신문이 오지 않고, 이어 각종 택배가 들어오지 않더니, 긴급하게 조치해야 하는 엘리베이터 관리회사가 수리요청에 응하지 않는 것이었다. 더 황당한 일은 제왕절개수술을 하기로 예약되어 있던 간호사를 병원 직원이라 제왕절개 수술을 해줄 수가 없다며 문전박대한 병원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의료인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을 보면 메르스를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병원과 인접한 아파트에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어 운영한 지 일 년 정도 되었는데 갑자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어린이집을 폐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황당했지만 주민들과 다툴 수도 없어 아파트 주민들의 요구대로 일주일 정도 문을 닫았다. 아직도 그 아파트는 병원과 접해 있는 문을 폐쇄하고 통행을 막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료현장에서 메르스와 싸우는 의료인이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하지만 요 며칠 병원 밖에는 의료진들을 격려하는 플랜카드가 하나씩 늘고 있다. 우리보다 더 힘들게 메르스 관련 업무를 밤낮없이 수행하는 평택시와 평택보건소·평택경찰서·평택소방서에서도 격려와 응원을 해주었고 같은 처지에 있는 화성시 동탄 한림대성심병원에서도 격려를 보내와 가슴이 멍해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평택지구협의회와 평택호스피스회·평화성결교회·한국야쿠르트 등에서도 정성껏 보내 주신 격려 물품과 격려의 말씀들이 가슴 아픈 일들을 씻어 주어서 고맙고 다행스럽다.

메르스 사태는 아직 안심할 수는 없지만 이제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메르스가 할퀴고 간 상처가 흉이 되어 남지 않고 깨끗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은 누구를 원망해서도 돌이킬 수 없고, 메르스 사태 확산에 대한 원인과 책임 등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어떤 형태로든 묻게 되겠지만 우리는 서로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 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 평택은 전국에서 꺼리는 도시가 되어 지역경제는 침체될 대로 침체됐고 심지어 지역 농산물마저도 판매되지 않아 수확한 채소류나 과일류를 판매하지 못해 또 다른 슬픈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이때, 우리는 서로 돕고 의지해 일어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과 배려하는 마음이다. 조금만 더 마음을 나누고 힘을 보태 건강한 평택이 되도록 우리 모두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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