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이동진의 평택·사람
이동진의 평택, 사람 72 -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평택시사신문  |  ptsisa@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7.01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구글

   
 

가칭 ‘국립평택의료원’
설립은 ‘만병통치’가 아니다


생각지도 않은 병에 걸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현대식 큰 병원 특실에 누워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난 연후에
병원이란 단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기 때문인 것이지요

 

   
 
책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은행 사무실에서 은행에 들어오는 돈을 들이고 내는 출납일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일을 하다가도 잠시 틈이 나면 책상 밑에 책을 감추어 놓고는 윗사람 몰래 책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다가 상사上司에게 들켜서 치도곤을 당하기 일쑤였지만 그의 책읽기 열정은 식을 줄 몰랐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남들은 다 밥을 먹으러 가도 사무실에 홀로 앉아 간편한 빵으로 점심을 때우며 부지런히 책을 읽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오직 책만 읽는 그를 회사 동료들은 물론 주변사람들까지 모두 정신병자 취급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라던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오직 틈만 나면 밤이고 낮이고 책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눈만 뜨면 책을 읽는 버릇 탓에 그는 일찍이 매우 심한 근시가 되어 안과병원이나 안경점에서도 이제는 책을 그만 읽으라는 권고를 수없이 받았지만 갈수록 책을 손에서 놓지 않자 이제는 극심한 근시가 되어 안경도 일반 안경알로는 글씨가 보이지 않아 특별 주문한 안경을 써야했습니다.

은행 사무실에서 책을 읽는 것은 물론 거리를 걸으면서도 책을 읽다가 전봇대에 부딪히거나 길거리 상점 진열장 유리창을 들이받아 사고를 당하기도 했지만 눈을 뜨고 있는 한 그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사무실에서 남몰래 책을 보다가 윗사람에게 들켜서 야단을 맞는 일에 진력이 난 그는 어느 날 매우 놀라운 독서 장소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몇 겹의 문을 지나야 하는 은행금고 안이었지요. 그가 출납일을 담당했기에 남들은 쉽게 드나들 수 없는 은행금고 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그 안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었습니다. 옆 직원 눈치를 보거나 윗사람의 잔소리를 들을 일도 없습니다. 책을 누워서 보든 앉아서 보든 아무도 뭐랄 사람이 없는 금고 안은 바로 천국이고 낙원이었지요.

어느 날 그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사람들 눈을 피해 금고 문을 열고 들어가 책을 읽고는 문을 열고 나와 보니 사무실 안이 온통 잿더미로 변해 있고 방금 전까지도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모두 죽어 있습니다. 

잠깐 사이에 모두 허물어져 내린 사무실을 둘러보니 책을 읽는다며 그렇게도 자기를 괴롭히던 직장상사도 모두 죽었습니다. 그는 사무실을 벗어나 밖으로 나왔습니다. 거리의 건물은 모두 불에 타 허물어져 내리거나 녹아내리고 길에는 아직 불에 타고 있는 자동차가 즐비합니다.

하지만 어디를 둘러보아도 사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가 은행 금고 안에서 책을 읽는 사이 원자폭탄이 터져 삽시간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사라져 버렸지만 그는 슬픔이나 공포보다는 이제 더는 책만 읽는다고 자기를 괴롭힐 사람이 다 사라진 것과 그래서 이제는 마음 놓고 책만 읽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기쁨에 온 세상이 다 사라지고 만 것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는 전깃불이 다 꺼져 어두컴컴한 은행 사무실 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책상 밑에 감추어 놓은 책을 잔뜩 들고는 밖으로 나와 계단에 앉아 집에 갈 생각도 잊은 채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책 한 권을 다 읽고 다른 책을 찾으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가 쓴 안경이 돌계단에 떨어지며 안경 유리알 두 짝이 다 깨지고 말았습니다.

- 아! 아! 아! … 아! 아!

탄저균과 ‘메르스’로 평택과 온 나라가 들끓는 이 때 평택에서는 평택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육·해·공군과 주한미군 그리고 평택지역에 입주해 있는 각종 국가 기간산업 종사자들에게 닥칠 수 있는 대형 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재난의료센터와 감염병관리센터를 포함하는 500병상 규모의 가칭 ‘국립평택의료원’ 설립 지원을 국가에 요청했습니다. 바람직하고 좋은 일입니다. 인구 50만에 가까운 도시에 걸맞게 꼭 있어야 할 의료기관입니다.

하지만 탄저균과 ‘메르스’ 등 평택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온갖 불상사가 난무하고 있는 이 시점에 평택에 종합병원 하나를 세우는 것만이 능사인가? 심각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많이 가지고 있으면 따라서 잃을 것도 많으니 가진 것은 없어도 걱정 없이 가난하게 사는 것만 못하고 높은 곳에 오르면 넘어지기 십상이니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은 낮은 곳에서 편안하게 사는 사람보다 나을 것이 없다.

운전대를 잡고 자동차 운전을 하는 사람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 설령 사고가 난다 한들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무슨 상관이 있겠어! 나는 당당한데 말이야 .

하지만 아무리 잘못이 없다 해도 사고가 나면 모두가 다 피해를 입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손해를 보듯 혼란한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가장 먼저 조심해야 할 것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을 하고 원인을 찾아서 제거하는 것이지 마치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미리 기다리고 있는 듯 한 판단은 결코 현명하지 못한 처사입니다.

생각지도 않은 병에 걸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아무리 시설이 좋은 현대식 큰 병원 특실에 누워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느 누가 되었든 건강을 잃고 모든 것을 다 잃고 난 연후에 병원이란 단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기 때문인 것이지요.

 

<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평택시사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윤리강령윤리실천요강편집규약
(주)평택시사신문 17902) 경기도 평택시 중앙로 280(합정동 966-4) 문예빌딩 5층 평택시사신문
대표전화 : 031)657-9657  |  팩스 : 031)657-2216  |  대표메일 : ptsisa@hanmail.net  |  제호 : 평택시사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125-81-99266  |  법인등록번호 : 131311-01-0111040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경기 다 5024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경기 아50460  |  인터넷신문 등록년월일 : 2012년 7월 23일
구독료 입금 계좌(1부 월 5,000원, 연간 60,000원):중소기업은행 587-018340-01-032  |  예금주:(주)평택시사신문
광고비 입금 계좌:중소기업은행 587-018340-01-040  |  예금주:(주)평택시사신문
대표이사 · 발행인 : 이영태  |  사장·편집인·편집국장 : 박성복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성복
Copyright © 2011 평택시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t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