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바깥에 있어
아무런 임금 협상력도 갖지 못한
미조직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처지를 떠올리면 암담하다.
결국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도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책 수단이 최저임금이다

   
 ▲ 김기홍 위원장
노동당 경기도당

노동자가 최소한의 생계 수단을 누리고 인간답게 살려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액수가 시급 1만원이다. 그러나 지난 7월 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고작 450원 오른 6030원으로 결정했다. 근로자위원이 반발해 퇴장하고 남은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끼리 표결해버렸다. 확정된 최저임금은 주 40시간씩 일하고 주휴수당까지 다 받아야 월 126만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사용자위원, 노동자 입장을 대변하는 근로자위원, 그리고 중립적 입장을 대변하는 공익위원들로 구성된다. 그동안 사용자위원들은 동결을 주장해 오다가 30원, 35원, 70원 순으로 세 차례 수정안을 냈다. 도합 135원이다. 500만 명에 이르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철저하게 우롱하는 인상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은 3%도 되지 않는다. 이렇듯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하기가 어렵게 된다. 최저임금 수준의 500만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최저임금 주장을 펼쳐 나간다면 사용자위원도 공익위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를 마냥 외면하기만은 어렵다.

물론 공익위원들의 구성도 분명 개선돼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들은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사용자측과 노동자 측의 대립·투쟁·협상·타협을 중재하는 중간자적 역할을 자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익위원들이 ‘공익’을 기준으로 결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중재는 역할일 뿐이지 그것 자체로 ‘공익성’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집단의 다양한 요구 속에서 공익적 결정을 해야 한다면 ‘다수의 이익’이 도출되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 해야 한다. 하지만 공익위원들은 1%의 요구와 99%의 요구가 다른 상황에서 언제나 1%의 편에 있었다. 공익위원들은 전체 국민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 방식 등을 통해 선임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했다고 해서 무조건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고 못 박을 수는 없다. 8월 5일 고용노동부장관의 고시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 노동당을 비롯하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이의 제기를 통해 마지막 시정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실낱같지만 희망을 버리진 않는다.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은 소득격차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임금격차로 인한 양극화는 점점 극대화되고 있다. 통계상으로도 2000년 이후 단 한해도 고소득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커져만 가고 있다. 노동조합 바깥에 있어 아무런 임금 협상력도 갖지 못한 미조직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처지를 떠올리면 암담하다. 결국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도 격차 해소를 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책 수단이 최저임금이다.

이제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걷어차 버린 ‘공익’을 정부가 되살려야 할 때다. 1만원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발주한 연구보고서에서 독신 생계비가 155만원이다. 공공부문 최저임금격인 시중 노임단가가 시급 8019원이다.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생활임금 수준이 6500~7500원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한 자리 수 인상률이 터 잡을 명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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