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오늘의 잘못을 헤아리는
지혜로운 분별력과 통찰력이
있어야 할 것이지요.

 

‘대서소代書所’ 말 그대로 돈을 받고 대신 글씨를 써주는 곳입니다.

왜정시대와 6.25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먹고 사는 일에서 헤어나질 못한 많은 아이들, 계집아이는 혼자 설 힘만 있으면 동생을 등에 업어야 했고 하다못해 물주전자라도 들어 나르는 일을 해야 했으며 사내아이들은 기저귀만 벗으면 들에 나가 ‘새를 보던지’ 아니면 산에 가서 삭정이 한 줌이라도 주어와 부엌 아궁이 앞까지 들어 날라야 입에 밥이 들어가던 시절 공부는 무슨 놈의 공부!

그러다 보니 까막눈이 되어서 무슨 일이 생기면 글씨를 읽고 쓸 줄 몰라 ‘대서소’엘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까지만 해도 관청이나 법원 앞에는 맨 ‘대서소’ 천지였지요.

그런데 이렇게 개인 한 사람이 필요한 서류를 쓰는 데만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무실에서도 거래하는 여러 회사에 문서를 보내야 하는데 사람이 ‘타이프라이터’로 문서를 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보니 많은 회사에서는 사람을 고용해서 문서를 열 통, 백 통씩 그대로 베껴 쓰는 필경사를 고용해야 했습니다.

글씨가 그대로 박히는 ‘먹지’도 있었지만 먹지를 대고 쓰면 문서가 깨끗하지 못한 것이 큰 흠입니다.

1900년대 말 미국 뉴욕 어느 사무실에서 이렇게 문서 베끼는 일로 밥을 먹던 어느 남자가 일을 하다가, 하다가 꾀가 났던지 남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바로 ‘복사기’였습니다. 그리고는 이 기상천외한 기술을 사들여서 복사기를 개발한 ‘제록스’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고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피가 튀기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신기술 밖에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제록스’는 그 뒤 회사 전 직원에게 매달 새로운 아이디어를 한 건씩 제출하게 했고 그 속에서 얻어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신기술로 만드는 일에 활용했습니다.

이러한 회사 방침으로 자신이 생각한 멋진 아이디어를 낸 한 젊은 친구는 회사에서 아무 연락이 없자 어느 날 담당자를 찾아갔습니다.

- 제가 낸 아이디어가 별 쓸모가 없다면 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그 아이디어를 받자마자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네트워크Network’를 활용한 컴퓨터 사업이었습니다.

얼마가 지나지 않아 이 사실을 간파한 ‘제록스’는 그때서야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을 놓친 어리석음을 통탄하고 후회했으나 이미 ‘지나간 버스’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고는 그 뒤부터 ‘제록스’는 사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이 잡듯 뒤졌지만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 어리석게도 자신들이 길에다 버린 ‘컴퓨터 시스템’으로 결국 ‘제록스’ 복사기 사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사양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교 앞에만 가도 몇 군데씩 되던 ‘복사’집 간판, 이제는 눈을 씻고 보아도 없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귀하던 필름카메라의 대명사 ‘코닥Kodak’.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카메라기술을 만들어 낸 것도 바로 ‘코닥’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닥’ 필름은 이미 세계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세상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코닥’을 이길 필름을 만들어 낼 회사는 없었지요. 기세등등한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썩혔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100년 넘게 이어온 카메라 필름의 명가名家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에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세계적인 기업 ‘제록스’와 ‘코닥’이 침몰한 이유는 눈앞에 놓인 신기술의 효용성을 간파하지 못한 안목의 부족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어리석음이었습니다. 또 있습니다. ‘필름’ 없이도 찍히고 무한대로 저장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 하지만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 사업 자체도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바로 모든 기능이 가능한 ‘스마트폰’ 탓입니다.

평택에 불어 닥친 ‘메르스’ 광풍으로 평택의 서민경제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이런 저런 일로 민심이 흉흉하던 차에 ‘메르스’는 단숨에 평택의 수많은 것들을 초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닥치든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서민입니다. 나라살림을 올바르게 잘 살고 있는지 감시해야 할 정치인들은 ‘메르스’ 지역으로 관광을 가자는 시대착오적인 허튼수작들만 지껄이고 있습니다. 바로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고 가뭄철에 모심기 하는 농촌 농민들을 위로한답시고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타고 내려와서는 논두렁에서 꽹과리·장구 치며 꽃놀이나 하는 짓들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무지함의 소치입니다.

‘위기는 기회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오늘의 잘못을 헤아리는 지혜로운 분별력과 통찰력이 있어야 할 것이지요. 한 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평택을 휩쓸고 간 ‘메르스’ 태풍. 집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태풍의 위력은 무섭습니다. 하지만 태풍은 바다 밑바닥을 다 뒤집어 놓아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킵니다. 어려운 시기를 맞은 평택,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한 오늘의 평택입니다.

- 팔만장경을 읽어도 미래를 알지 못하면 아궁이 앞에 앉은 ‘불목하니’만도 못하다.

불가佛家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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