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입시 중압감에서 벗어나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학습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지역사회의 양보와
협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양 날개로 난다. 시민혁명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했던 루소는 ‘자유란 타인의 의지에 종속되지 않는 상태’라고 해석했다. 다시 말해서 자주적이고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는 상태를 자유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또 다른 날개인 ‘평등’은 법 앞에서의 평등, 다시 말해서 인간이면 누구든지 차별받거나 무시당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피부색이 다르고 경제적으로 가난하다고해서 기회를 박탈당하고 차별받는 사회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18~19세기 시민혁명을 경험한 서유럽사회는 어떻게 하면 만민이 자유롭고 평등한 기회와 권리를 보장받게 할 것인지 고심했다. 1920년대 러시아 사회주의혁명과 대공황을 겪고 난 뒤에는 사회적 신분뿐 아니라 사회적 강자와 약자가 동일선상에서 경쟁하는 것이 결코 평등하거나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기회나 분배가 평등하지 않는 사회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뿐 아니라 생산성도 저하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선진국들이 무상교육이나 무상의료, 다양한 복지정책을 실시한 것은 이 같은 깨달음의 결과다.

우리나라에서 고교평준화 논의는 1960~70년대 지나치게 과열된 고교입시 해결방안으로 제기되었다. 지난 40여 년간 고교평준화정책은 중학교 교육의 정상화나 학교 간 교육격차 해소에 상당부분 기여하였다. 1970년대만 해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고입 재수생 문제와 인구 대도시 집중문제도 완화시켜 지역 간 균형발전의 토대도 마련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교평준화는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평준화의 철학적 기반 없이 현실적 필요성에 의해 불가피하게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교육원리도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민주주의사회는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한받지 않아야 한다는 단순 명쾌한 논리도 없었다. 날 때부터 출세가 보장된 사회가 아니라 출신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균등한 자아실현의 기회가 주어지고 자신의 재능과 실력만으로도 자아실현이 가능한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철학이 부재했다.

평택지역에서도 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평택고교평준화시민연대’가 발족했다고 한다. 참 반가운 일이다. 평택시는 불과 5년 뒤인 2020년에 인구 86만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어쩌면 10년 뒤에는 100만, 200만이 될지도 모른다. 인구 증가와 도시 확대에 앞서 우선 해결해야할 과제는 새로 유입될 40만 명의 시민들이 만족할만한 사회적 기반, 교육적 여건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고교평준화는 평택시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발굴의 기반이며 질 높은 교육요구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오랫동안 있어왔던 학교 간 갈등과 교육수준 격차, 지역 간 편차를 극복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평준화를 시행하자고 하면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을 것이다. 그동안 상대적 우위 속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일부 고등학교와 그 학교 출신 동문들의 반대도 예상된다. 때론 평준화 시행과정에서 발생할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불만도 표출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 미래를 위해 각자의 이해관계나 기득권을 내려놓기를 소망한다. 청소년들이 입시 중압감에서 벗어나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학습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지역사회의 양보와 협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교육의 평등은 시민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다. 공정한 기회보장은 가난이나 사회적 여건 때문에 꽃피우지 못한 잠재적 인재를 발굴하여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평택시의 고교평준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평준화는 학교 간, 지역 간 격차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평택시민들의 뜻과 지혜가 모아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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