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는 3중 안전장치가 있고
이미 독일·프랑스·벨기에·대만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들이 우리보다 인권 후진국이거나
우리의 IT분야 역량이 이들 국가에
못 미치는 것이 아닌 이상
전자카드 도입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

 

▲ 김정기 교수
국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1989년 전 국민의 건강보험제도가 실현되기 이전에 우리가 부러워했던 것 중의 하나가 건강보험증을 갖는 것이었다.

그 당시는 병원이나 의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치료비가 없어서 완쾌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문턱을 밟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건강보험증이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단지 건강보험증을 얻기 위해 위장취업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전 국민의 건강보험제도가 정착된 현재, 아이러니하게도 건강보험증이 없어 남의 건강보험증을 도용하거나 대여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 거주하는 재외국민 중 보험료를 면탈할 목적으로 건강보험 자격을 취득하지 않거나 불법 취업차 입국한 외국인 등이 타인의 건강보험증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의료기관에서 수진자 확인의무가 없다보니 최근에는 건강보험증 도용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만 4764명이 17만 8000차례나 진료를 받았고, 2014년도에만 약 1200명이 타인의 건강보험증으로 진료 받아 약 13억 원의 부당급여비를 발생시켰다. 그런데 이것은 적발된 건수이고 적발되지 않은 건수까지 합산하면 적게는 약 3300억 원에서 많게는 약 7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따라서 건강보험증의 대여나 도용에 따른 문제점을 진지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당하게 납부해야 할 보험료의 부과누락으로 인한 보험재정수입 감소도 큰 문제지만, 타인의 건강보험증 사용으로 인한 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 건강보험증의 부정사용으로 인한 보험재정의 악화 때문에 선량한 국민들이 보험료를 더 내게 되어 사회정의에 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개인의 질병정보 왜곡으로 건강보험증 명의자의 개인적인 권익이 침해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보험증 대용으로 인해 엉뚱한 사람이 정신질환이나 암 등 중증질환을 치료받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셋째는, 왜곡된 질병정보로 인해 수혈오류나 약물부작용 등의 의료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보험 편취 등 각종 범죄 등에 악용되어 형법 위반으로 형사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건강보험증 대여나 도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우리는 어떠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인가? 어차피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하지 못한 인간이기 때문에 양심에 호소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적절한 제재와 함께 부정사용을 원천방지 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여러 가지 활용할 수 있는 수단 중 가장 강력한 효과를 거양할 수 있는 것이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이라고 생각한다. 전자건강보험증이란 암호화 기능이 내장된 전자칩과 건강보험증의 최소한의 정보가 저장된 IC카드를 말한다. 이미 15년 전부터 도입을 검토했으나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있어 물밑에서만 논의가 되다가 최근의 메르스 사태 등으로 도입의 필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서는 3중의 안전장치가 담보되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이미 독일·프랑스·벨기에·대만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들 국가가 우리보다 인권 후진국들이거나 우리의 IT분야 역량이 이들 국가의 그것에 못 미치는 것이 아닌 이상 전자카드 도입을 주저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급격한 초고령화 시대의 진입으로 향후 진료비는 급증할 것이고 저 출산에 의한 인구 감소로 외국인의 유입은 늘어날 것이다. 때문에 보험재정 보호를 위해서도, 그리고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뼈아픈 경험을 했듯이 신속한 의료전달체계를 위해서도 전자건강보험증의 도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선량한 국민을 위한 신속한 ‘전자건강보험증’의 도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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