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에서는 메르스 당시
감염과 극복의 전 과정을 담은
백서를 제작하는 중이다.
백서를 작성만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지 않도록
신종 감염병에 대한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고
감염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상시적인 관리체계를 만들 것이다

 

▲ 양희종 소장/
송탄보건소
그동안 중동호흡기증후군 일명 ‘메르스’라는 놈 때문에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된 것 같다. 처음 뉴스에서 ‘중동 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만 해도 우리나라와는 상관이 없는 줄 알았는데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서 평택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처음 메르스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뉴스와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전해졌을 때쯤에는 이미 식당을 비롯해 쇼핑몰이나 전통시장 등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어야 할 공공장소가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을 정도가 돼버렸다.

학무모들의 우려 속에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일제히 휴업을 실시했고,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는 기침이나 재채기라도 하는 순간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메르스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바이러스였고 또 ‘메르스는 이런 것이다’라고 정확한 정의와 대응책을 제시할 전문가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치사율 30~40%라는 숫자는 시민들에게 극에 달한 공포감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2003년 전 세계를 뒤흔든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의 유행을 지켜보고 대응했던 정부에서도 마땅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메르스 최초 발병자가 확진된 다음 날인 5월 21일, 정부에서는 “확산은 환자의 가족이나 의료진으로 한정되고 지역사회로 번져나가는 경우는 중동 이외 국가에서 보도된 바 없다”고 메르스를 통제할 수 있고 퍼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한 정부는 초기부터 감염자가 발생했거나 거쳐 간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고, 병원 이름을 공개하기 곤란하다며 대신 유언비어를 단속하겠다고 했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 국민 절반, 아니 그 이상이 처음 들어본 이 신종 감염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갖게 됐고, 이 공포감은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타고 전 국민에 전파됐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질타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메르스로 인해 힘들었겠지만 메르스가 최초로 발병한 평택시는 특히 더 힘이 들었다. 일반인들과 똑같이 느껴졌을 공포감을 억누르며 밤낮 구분 없이 메르스 확진 환자들을 이송해야 했고 수천 명에 달하는 격리자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가가호호 나눠주던 관련분야 공무원들과 많은 의료인들은 피로에 지치기도 했지만 외로움과도 싸워야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감염자와 접촉한다는 것만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감염덩어리가 아니라 마땅히 존경받고 응원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메르스는 확진자·격리자·관련 공무원·의료인 등 우리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고 그 마음의 상처와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다. 특히 메르스에 감염돼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유가족들은 그 억울함과 아픔을 어디에 호소할 곳조차 찾을 수가 없었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데 임종을 곁에서조차 지켜볼 수 없는 현실에 그들은 오열을 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은 차마 그 자리를 인내하며 서있을 수가 없었다. 그저 고인의 명복을 빌어 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절망했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이제는 지금의 일들을 밑거름으로 삼아 국가적으로 몸과 마음에 난 상처가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해야겠다.

신종 감염병이 우리의 일상을 침범할 때마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정확한 판단과 분석을 통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평택시에서는 메르스 당시 감염과 극복의 전 과정을 담은 백서를 제작하는 중이다. 백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많은 시민들에게 아픔을 주지 않도록 신종 감염병에 대한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고 감염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상시적 관리체계를 만들 것이다.

인간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존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할 능력은 갖고 있다.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겠다. 다시 한 번 메르스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머리 숙여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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