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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칼럼 - “진정 아름다운 선물은 존경의 마음”
안호원 박사  |  ptsi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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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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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임금이나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와 동일한 위치
스승에게 최상의 선물, ‘감사와 존경의 마음’ 보내는 것

얼마 전 부산시 한 여자중학교에서 2학년 여학생이 학생 신분을 벗어난 자신의 옷차림과 진한 화장에 대해 나무라는 여교사의 얼굴과 뺨을 마구 때리고 심지어는 교사의 머리채까지 잡아 끈, 그래서 여교사가 실신까지 한 사건이 보도된 적이 있다.
지난 해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건수는 287건으로 20년 전에 비해 무려 13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에서 40%가 학부모나 학생들에 의한 폭행, 협박이었는데 주로 여교사가 대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입시위주의 경쟁 교육이 강요되면서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신뢰와 믿음이 많이 약화되고 교권이 무너지면서 교사들의 만족도도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이 교사와 학부모, 학생, 그 누구에게도 달갑지 않은 날이 되어버렸다. 마치 ‘스승의 날’이 ‘경계경보’라도 발령된 기분으로 학생과 스승 모두가 어색한 분위기다. 한 교육업체가 얼마 전 학부모 6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학부모 10명 중 7명이 ‘부담스러운데도 선물을 준비한다’고 답했다. 선물을 하는 이유를 보면 ‘내 아이만 관심 받지 못 할까봐’ ‘선물하는 게 관례여서’ ‘친구들에게  내 아이 기죽지 않게 하려고’ 등이 절반을 넘는 55.8%나 되었다. 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42.5%)라는 응답보다 ‘어쩔 수 없어서’ 혹은 ‘이기심에서 한다’는 응답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을 계획하는 학부모의 79.3%는 스승의 날 선물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자녀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학부모의 선물 계획 비율이 85.1%로 가장 높았고, 중 고교(59.3%), 초등학교(57.9%)순이었다.
몇 해 전 ‘교양과’가 폐과되기 직전 부천의 모 대학에 출강할 때 일이다. 스승의 날이 지난 다음 날 야간 강의를 준비하고 다른 날보다 일찍 강의실로 갔다. 이상하게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문 밖에서 잠시 기다리다 강의실로 들어가 불을 켜놓고 학생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강의 시간이 되었는데도 한 사람의 그림자조차 없다. 갑자기 학생들이 혹 단체로 수업거부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대표와 몇몇 학생들에게 핸드폰을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를 않는다. 30분이 훨씬 더 지나갔다. 불안한 마음이 넘어 체념의 마음이 되었다. 그래서 분한 마음, 배신감을 느끼는 마음을 달래며 강의실을 나가려 생각하니 너무 서운 했다.
다시 들어와 강의실 칠판에 학생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다. 칠판 가득히 썼다. 그동안 아쉬운 일, 하고 싶었던 말들을 모두 썼다. 그리고 맨 밑에 오늘 날짜와 시간을 적으려고 시계를 보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강의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 와서 오히려 학생들을 야속하게 생각했으니 말이다. 칠판의 글을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학생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칠판에 글씨를 지우면서 학생들 하나하나 떠 올리며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지웠다.
잠시 후 강의 시간이 다가오자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학생들이 강의실로 들어온다. 얼마나 반가운지 눈시울이 다 뜨거워졌다. 이 과 학생들은 이상 하리 만치 무뚝뚝하고, 웃음이 없는 학생들이다. 아무리 웃기는 말을 해도 무표정으로 그 자리를 어색케 한 적이 한두 번 아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웃었다. 내가 오해 했던 일을 말 하자 몇몇 학생들의 입술이 열린 것이다. 그래서 “로봇인 줄 알았는데 웃을 줄 아는 사람들이네”라고 했더니 모두 소리를 내어 웃었다.
강의가 끝나고 막 나오려는데 과대표가 예쁜 그림이 있는 작은 봉투를 손에 쥐어주며 “교수님!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한다. 상품권이었지만 그들의 작은 정성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또 새로운 힘이 생기면서 보람을 느꼈다. 또 다른 기술대학에서는 강의도중 일어나는 학생들이 있어 불안한 마음에 왜 일어나 서있느냐고 물었더니 “교수님이 열심히 준비해 오셔서 강의하시는데 어떻게 저희들이 졸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자기들이 실습을 하면서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접시에 담아 스승의 날이라고 교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더 감동케 한 선물은 학생들이 보내 준 편지들이다. 깨알같이 쓴 그들의 편지를 보면서 작은 행복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요즘 교권이 많이 실추되었다고는 하나 꼭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오죽하면 “교육산업은 있지만 교육이 없고, 종교산업은 있지만 종교가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까마는 쌀에 섞인 뉘가 유독 눈에 띄어 그렇지  참 교육자, 참 종교인이 훨씬 더 많다고 본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렇게 믿고 싶은 거다.
스승의 날이 존재하는 이유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그 마음은 무슨 날이 있다고 해서 더 챙기고, 없다고 해서 덜 챙기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학부모가 마지못해 챙기는 선물, 아무리 고가에 명품일지라도 스승들로선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자칫 감사의 뜻인 보은의 선물이라기보다 자녀들에게 특별히 관심 갖고 잘 봐달라는 ‘뇌물’ 성격이 더 부각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은 그래서 스승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내는 것이 최상의 아름다운 선물이다.

·본 란은 외부에서 기고해 주신 글을 싣는 곳으로 본지의 편집 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深頌 안호원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YTN-저널 편집위원/의학전문 대기자 역임
사회학박사(H.D), 교수, 목사
평택종합고등학교 14회 졸업
영등포구예술인총연합회 부이사장
한국 심성 교육개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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