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스스로가 먼저 변화 해야”

농업은 생명을 돌보는 산업, 중요시해야
3천 평 규모 체험학습장으로 변화 꾀해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농업조차도 옛것으로 치부해 버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또한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하는 신기술을 앞세워 아예 구식 취급하기 일쑤다. 그러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농업이 편리를 추구하는 기술과 비교대상이 될 수 없듯이 그리 멀지않은 미래의 농업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농업인 스스로 변화의지 있어야
“평택은 앞으로 농업에 관한한 타 지역보다 희망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덕국제신도시, 삼성, LG 입주 등으로 인해 커다란 시장이 형성될 수도 있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시에서 농민들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농업인 스스로도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해야겠다는 의식의 전환이 가장 필요합니다. 기존의 농업을 단순히 답습만 하는데서 그칠 게 아니라 상품화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생각하고 시도해야죠”
한국농업경영인 평택시연합회 안병무(53) 회장은 농업에 관한 한 다른 사람과 생각이 조금 다르다. 자신 스스로도 천직이라고 여길 만큼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농사일을 지금도 하고 있으며 친환경 재배나 체험농장 등 많은 시도들을 해본 장본인으로서 이미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본 경험자이기 때문이다.
“쌀 과잉 생산으로 소비처가 없다면 당연히 다른 대안을 생각해야죠. 상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의 전환도 필요하구요. 향후 한·중 FTA가 발효되면 평택항으로 들어오는 대량의 농산물로 인해 평택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도 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도 농촌에 분명히 불합리한 면이 있지만 결국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면 최대한 빨리 다른 방안을 강구해서 대처해야하지 않을까요. 농민들 스스로가 비전을 움켜쥐어야지요. 농업개혁이나 정부개혁을 요구만 했지 내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으니까요”
안병무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농업경영인 평택시연합회에는 이미 1000여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참된 농업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농업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암담하다는 데 그리 큰 이견은 없다.

농사는 어려서부터 체화된 나의 일부
“언젠가 어떤 강연에서 강사가 ‘왜 농사를 짓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농사짓는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했지요. 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었어요. 농사는 어려서부터 제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었고 당연히 난 농사짓는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컸으니까요. 이미 제 자신과 육화된 것이 바로 농사였으니 내가 농사를 택한 것에 대해 어떤 특별한 이유는 있을 수 없죠”
안병무 회장은 진위면 마산리가 고향으로 10년 전만 해도 기존의 농사방식을 답습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가 미련하게 농사를 짓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뒤로 판로가 아무리 많고 안정적이라 해도 발전이 없는 것은 죽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친환경재배를 7년 정도 했습니다. 송탄농협과 계약재배를 통해 단지를 묶어 18가구가 함께 시작했지요. 친환경은 단가가 높아 매력 있지만 그만큼 인력도 필요하고 힘들어서 어느새 하나 둘 이탈해버렸어요. 또 동탄에 신도시가 개발되고 그곳 사람들이 이쪽에 대토를 받아 이주하면서 친환경재배단지가 와해되기도 했구요. 그래도 타고난 농사꾼이니 농사를 버릴 순 없었죠.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연구한 것이 바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학습장과 연꽃밭이었습니다”
현재 그의 논 한쪽에는 3천평 규모의 연꽃밭과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유기농업 체험학습장이 마련돼 있는데 1년 사용료 5만원에 마음껏 와서 휴식을 취하다 갈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안 회장은 농사만 지어 생활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지만 체험학습장으로 크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생각은 아직까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을 돈으로 보기 시작하면 너무 삭막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가 들려주는 이유다.

주어진 삶에 충실할 터
“농업은 생명을 돌보는 산업입니다. 논에 나가거나 들에 나가보면 모두가 다 살아있는 귀한 생명들이지요. 생명 하나를 거두는 일이 그리 녹록할 리 없는데 그런 귀한 산업을 사회에서는 천대시하니 때론 서운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농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그게 곧 국력이 되기도 하는데 말예요”
안병무 회장은 평택 농산물의 대표 브랜드인 슈퍼오닝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슈퍼오닝 농산물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사람은 농민들인데 어느새 농민들은 그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데 대한 일말의 서운함 때문이다. 실제로 평택에 다른 회관은 전부 있어도 농민회관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농민에 대한 배려가 결여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삶을 살아가면서 그리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논에서 생명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듯 여유를 가지고 그저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 뿐이지요. 지금은 농사 외에도 15년 전부터 해왔던 서예를 통해 마음을 가다듬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농업이 자신의 삶의 일부이듯 그 삶을 온전히 잘 가꾸는 것도 스스로의 몫이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안병무 회장, 혼자 고민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농업이, 또 평택의 농업현실이 바뀌진 않겠지만 그래도 농업인 스스로가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은 우선돼야 한다고 단정하는 그의 얼굴에는 천생 농사꾼만이 느낄 수 있는 농업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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