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는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관련 법안을 국회에 상정하여
통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국회의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나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 김기홍 부소장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우리 주변에는 정말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물건을 전달해주는 택배 기사, 택배나 우편물을 대신 맡아주는 경비원, 인터넷을 깔아주는 통신업체 기사, 마트에서 만나게 되는 계산원들, 시청이나 은행에서 만나게 되는 계약직 노동자들, 학생들 식사를 담당하는 급식 노동자들,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간제 교사 노동자 등등.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토대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5년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839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44.6%에 이른다. 통계청 조사에서 노조에 가입했다고 답한 숫자는 236만 명, 노조 조직률은 12.5%이다. 이 가운데 정규직은 218만 명인 20.9%이고 비정규직은 18만 명인 2.1%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가입률에서도 정규직 노동자들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노동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헌법적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다.

노동자들이 먹고 살아가는 삶의 토대인 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과연 제대로 받고 있을까? 올해 3월 현재 정규직 노동자들은 월 평균 299만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47만원으로 정규직 대비 49.1%에 불과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은 대부분 정규직 노동자들의 50%를 밑돌았다.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사실상 결정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 월 116만원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하여 정당·시민사회단체 등은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며 투쟁했지만 201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으로 결정됐다. 월 126만원으로 내년 한 해를 살아가야 한다. 최저임금 제도는 노동자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저임금을 해소하고 임금격차를 완화해 소득분배 개선에 기여하자는 목적으로 1988년에 도입됐다. 26년이 지났지만 최저임금제도는 여전히 제도의 설립 취지와 무관하게 결정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힘겹기만 하다.

생명과 안전은 노동자의 최소 권리이자 모든 시민의 기본권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재해와 보상에 있어서도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다. 위험한 업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떠맡고 있다. 2015년 6월에는 중대재해의 40%가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이다.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 이마트 냉동설비 사고,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 헤아릴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 사망이 줄을 잇는다. 세월호 사건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와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할 경우 차별처우를 금지하겠다고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을 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개혁’이라는 미명아래 해고를 더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개악’을 단행하려 하고 있다. 더욱이 난데없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꺼내들고 전 국민을 상대로 역사전쟁을 선포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만들 것을 역설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맞서겠다고 하며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먼저 나서서 이야기 하고 있다. 왜 그런가? 그래야 노동자들이 중산층을 이루고 중산층이 많아야 국가경제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곧 소비자이기도 하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데, 쓸 돈이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소비 진작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생산 활동이 이루어지겠는가? 우리나라 대기업이 곳간에 쌓아두고 있는 돈이 어찌하여 701조나 되겠는가? 투자할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소비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너무 가난하기 때문인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는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관련 법안을 국회에 상정하여 통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런 국회의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나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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