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편성돼 있고
예산도 집행해야 했기 때문에
’땜방식‘으로 진행한 행사였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3시간을 한 자리에 앉혀 놓고
부실한 정책연수를 실시한
교육청의 분명한 사과를 요구한다

 

 

 
 ▲ 김기홍 부소장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앞으로 2020년에는 평택시 인구가 80만에 육박하게 된다”, “삼성산업단지,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등이 진행 중이다. 여기 계신 학부형들께서도 땅을 사 두어야 한다” 지난 10월 22일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이 주관한 ‘2015학년도 학교운영위원 정책연수’에서 나온 말이다. 발언의 주인공은 공재광 평택시장.

“흡사 부동산 전망과 투자 유치를 주제로 한 강연에 온 듯 한 착각을 일으켰다” 시장이 설명하는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연수장을 나왔다는 어느 학교 운영위원이 전한 말이다. 공재광 시장은 ‘학교운영위원과 함께 하는 평택시 시정 설명회’라는 이름으로 평택시의 각종 개발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 당진시와의 평택항 수면 매립지 경계 분쟁 문제, 쓰레기와의 전쟁 등 교육정책과 무관한 이야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그것도 일정표 상에 계획되어 있던 시간인 30분을 초과하여 1시간을 시정 홍보 시간으로 진행했다. 더욱이 이날 연수는 예정 시작 시간인 오전 9시보다 15분 정도 늦게 시작되어 주어진 시간들보다는 짧게 진행돼서 계획된 정오 12시에는 정확히 끝내겠다는 사회자의 인사말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후에 계획돼 있던 시간들이 파행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공재광 시장의 시정 설명회가 끝난 시간이 10시 40분. 참석자들은 자리를 하나 둘씩 빠져 나갔다. 이후 계획돼 있던 프로그램은 50분 분량으로 계획된 ‘2015학년도 학교운영위원회의 이해’와 90분으로 계획된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학교운영위원회의 의식전환’. 예정된 12시까지 끝내기 위해서는 남은 두 강연 모두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학운위 정책연수인지 시장 홍보장인지, 본말이 전도됐다’는 이야기가 강연 참석자들로부터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

이날 정책연수는 각 학교에서 운영위원들이 선출된 4월이나 늦어도 5월초에 서둘러서 진행했어야 하지만 5월 중순에 메르스 사태가 평택에서 발생하면서 무기한 미뤄졌던 행사였다.

시장이나 국회의원 등이 관례적으로 인사말이나 축사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백번 양보해 시장이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해서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협조를 얻기 위한 현안이 있다면 미리 행사 주최 측과 상의하고 그 자리에서 학운위 위원들에게 양해를 구하여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공재광 시장은 교육 현안만을 다룬 것도 아니고 참석자들과 평택 교육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진행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 교육과 관련하여 어려움은 없는지, 각 학교별로 애로사항은 없는지 등은 묻지도 않았다. 단지 평택시 홍보를 한 시간 넘게 일방적으로 진행했다. 도대체 삼성산업단지 조성이나 평택호관광단지개발 등 각종 개발사업과 평택시 교육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그 자리에 있었던 다수의 학교운영위원들이 과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는지 의문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평택교육지원청은 분명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학교운영위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미 학교운영위원들의 임기가 절반도 남지 않은 만큼 ‘학교운영위원회의 이해’와 같은 시의성이 떨어지는 강연보다는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모든 학교에서 시행되는 ‘자유학기제’나 경기도교육청에서 중점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와 같은 주제로 연수를 계획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올 해 사업으로 이미 편성돼 있고 예산도 집행해야 했기 때문에 ’땜방식‘으로 진행한 행사였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무려 3시간을 한 자리에 앉혀 놓고 부실한 정책연수를 실시한 교육청의 분명한 사과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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