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해답이다.
국민적 이해와 지지를 가지고
국정이든 검인정이든 나아가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다.
백년대계를 위한 역사교과서를
시한 정해놓고 뚝딱 만들게 아니라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모두가 수긍하는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  이수연 전 부이사장
한국사진작가협회

지난 10월 초 국회에서는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이른바 동북공정을 인정 하는듯한 자료를 우리나라가 美 의회에 제공했다는 것 때문에 큰 논란이 일었다. 2012년 말 미 의회가 발간한 한 보고서에 실린 이 자료들은 남북통일 등 한반도 유사시 영토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개입 전략을 분석하기 위해 만드는 차원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요구한 자료라고 하는데 외교통상부가 동북아역사재단 등에 의뢰해 제작해서 보낸 이 자료들이 거꾸로 중국의 동북공정을 정당화시켜주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야 사학자인 이덕일은 2009년에 이미 그의 책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에서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한 동북아역사재단의 역사인식에 대한 문제와 함께 우리나라 주류 사학자들이 왜곡하고 감춘 우리 역사의 진실에 대해 그 내용과 이유를 조목조목 지적한 바 있다.       

국회에서의 역사문제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문제의 쟁점은 그것과 사뭇 다르다. 이념대결이나 밥그릇 싸움처럼 느끼게 하는 소위 역사교과서 논쟁이다. 야당대표는 ‘대통령과 여당대표가 선대先代의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것’이라고 했으며 여당대표는 ‘아이들에게 김일성 주체사상을 미화하는 교육을 시키는 건 역적행위’라고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가히 논쟁과 정쟁政爭을 넘어 ‘역사전쟁’ 차원이다. 역사 교과서를 바로 쓰자는 주제와 그러기 위해서는 국정이냐 검인정이냐의 논쟁이 아니라 ‘전 정권에서 좌 편향된 시각으로 쓴 교과서’ ‘국정은 나쁜 교과서, 검인정은 좋은 교과서’라는 등식을 세워놓고 하는 싸움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논쟁이 시작된 지 한참이어도 주변에서 이 이야기를 꺼낸 이가 단 한 사람도 없을 정도로 대다수 국민은 무관심한 것 같다. 수험생자녀를 둔 학부모 정도가 수능의 유 불리 정도에 따진다고 하지만 그나마 EBS 교재 이용률이 70%가 넘어 교과서는 뒷전이라는데도 이념에 기운 이들의 기세는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현행 역사교과서에서 어떤 내용이 문제인 것일까? 왜 정부는 국민들에게 교과서를 새롭게 써야 하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매스컴을 통해서 단편적으로 알아야 하는 걸까. 왜 야당은 정책적 대안 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처럼 행동할까.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하면 비약일까.

현 야당이 집권당이던 시절에 그들끼리 만든 교과서가 정권이 바뀌면서 도마에 오른 것처럼 이 정부가 시도하려는 국정교과서도 국민을 납득시키지 않으면 정권이 바뀔 때 다시 뒤집힐 공산이 크다. 과거의 경험에서 확신한다. 국민이 해답이다. 국민적 이해와 지지를 가지고 국정이든 검인정이든 나아가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다. 나아가 백년대계를 위한 역사교과서를 시한 정해놓고 뚝딱 만들게 아니라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모두가 수긍하는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자유부인 논쟁’을 상기하자. 1954년 정비석의 신문연재 소설인 ‘자유부인’을 놓고 훗날 문교부장관을 지낸 서울대 법대 교수 황산덕은 대학신문에 이 소설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비판과 반박이 소위 ‘자유부인 논쟁’이다. 황산덕은 소설의 내용이 ‘중공군 50만 명에 해당하는 조국의 적’이라며 이념적인 비판을 했고 정비석은 황산덕이 ‘소설도 읽어보지 않고 스토리만 알면서 비판 한다’고 했다.

6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가 벌이고 있는 역사교과서 논쟁과 ‘자유부인 논쟁’이 어떻게 다를까. 나는 국정화에 대한 찬반을 개진할 자격이 없다. 지금의 역사교과서를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논쟁의 전면에 나선 이들은 어떨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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