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떠난다

문화로 보고 즐기는
‘중국 산동성 여행’

 

13년간 이어온 중국 문화탐방, 첫 해외여행자 많아
지난해부터 장애인·지역아동센터 아이들 함께 여행
서평택환경위원회, 지역 기업·단체 도움으로 기획

 
세상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은 때로 시야를 좁게 만든다. 세상 속에서 직접 몸으로 보고 들으며 부딪힐 때 세계는 우리 곁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오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장애인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그들과 함께 어울려 생활하는 동안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들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함께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여행이 서평택환경위원회가 13년 동안 꾸준히 추진해 온 ‘중국문화탐방’이다.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앤두 일누리보호작업장 장애인들과 방정환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이 중국 여행에 함께해 서로를 이해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서평택환경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2015년 청소년과 장애우 중국문화탐방’은 10월 24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으며 이 행사에는 뉴그린·한국가스공사·한맥테크·신평택발전 포승그린파워·광원목재·서흥동력정밀·KT&G 평택지점·한국담배판매인회 평택조회·유원 등이 후원한 장학금으로 매년 추진하고 있다. - 편집자 주 -

 

 

평택항 위상 알리는 여행의 시작
서평택환경위원회가 매년 기획하는 중국 산동성 여행은 일반적인 해외여행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비행기를 타면 한 시간여 만에 도착하는 중국을 굳이 배를 타고 떠나는 것에 의미를 둔다는 점이다. 실제로 배를 이용해 떠나는 중국여행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예산절감이라는 차원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 지역에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평택항의 위상을 청소년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더 크다.
자동차 수출·입 1위를 달리고 있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국제항으로서 위상을 더해가고 있는 평택항은 우리 지역에 있으면서도 그 가치를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줄 수 있으리라는 것이 이번 평택항 여행을 선택한 서평택환경위원회의 숨은 의도다.
일누리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7명과 인솔교사 3명, 지역아동센터에서 초·중·고등학생 9명과 인솔교사 1명, 서평택환경위원회 위원 3명, 이번 행사를 후원해 준 한국가스공사 직원 1명, 평택시사신문 기자 1명까지 모두 25명이 함께 한 이번 여행은 오가는 배에서 이틀을 숙식하고 중국에서 사흘을 숙식하는 일정으로 이뤄졌다. 배를 처음 타본 일행들은 밖으로 펼쳐지는 망망대해를 보며 더 넓은 세계를 그리는 꿈을 꾸지 않았을까.

 

 

낯선 문화 체험하며 함께 웃다
서평택환경위원회는 예전에는 지역에서 학업이 우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행을 기획했으나 지난해부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떠나는 여행으로 기획하고 있다. 쉽게 해외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이들에게 보다 넓은 세계를 보여주자는 의미도 담겨 있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리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특히 장애인들은 국내 여행도 쉽지 않은데다가 해외여행은 소수만을 위한 여행이 될 수밖에 없고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5박 6일 동안 낯선 곳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안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은 서로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이해의 폭을 넓혔고 이런 시각들은 앞으로 사회에 나가 생활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장애인들은 서로 손을 잡고 격려하며 걸었고 학생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 눈길을 끌었다.
평택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평택을 출발한 일행은 다음날 용안항에 도착해 산동성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신조산야생동물원을 관광했다. 산 전체를 동물원으로 만든 이곳에서 일행은 규모에 놀라기도 했고 처음 보는 동물들을 관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처음 타본 중국의 고속열차도 일행에게는 낯선 경험이었다. 워낙 넓은 대륙이다 보니 위해에서 버스로 이동하면 아홉 시간이 넘게 걸리는 제남시를 고속열차를 이용해 네 시간 만에 편안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자의 유적지를 걸으며 공자에 대한 이야기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 돌고래 쇼도 관람하고 장보고유적지도 관람하는 동안 여행에 참가한 이들이 훗날 중국을 이야기 할 때나 공자·장보고를 이야기할 때도 오늘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은 가장 큰 공부라는 말도 있듯이 이들에게 이번 여행은 어떤 책에서도 배우기 어려운 가장 큰 공부가 됐을 것이다.

 

 

함께 나눈 중국에서의 추억들
처음 만난 사이에도 스스럼없이 언니·오빠·동생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이들에게 세상의 편견이나 불편한 시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여행의 소감을 전한 이들은 이번 여행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강정민 한국가스공사 평택기지본부 대리는 “회사에서 수년 전부터 후원한 이 여행에 처음 따라오게 됐지만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며 “여행 참가자들이 가스공사에 방문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친절하게 안내하겠다”고 여행에 함께 하게 된 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승표 한국방정환재단 인솔교사는 “지역에 있는 센터 네 곳에서 두 명씩 선정해 여행에 참여했다. 여행을 통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했는데 기대했던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모두들 잘 따라줘서 고맙고 이번 여행이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잎새 고앤두 일누리보호작업장 인솔교사는 “일누리보호작업장에서는 이용자들의 사회적응훈련을 위해 바닷가에 놀러가거나 대중음식점에도 가는 일이 많다. 그런 과정들이 있어서인지 이번 여행도 큰 무리 없이 잘 진행된 것 같다”며 “장애인들은 해외에 갈 기회가 많지 않아 처음엔 걱정도 많이 했는데 밖에 나오니 오히려 서로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들이 강해지는지 손을 잡고 다니면서 배려해주고 스스로 하는 모습들을 더 많이 보게 돼 안심이 된다”고 전했다.
이번 여행을 기획한 전명수 서평택환경위원회 위원장은 “아이들이 큰 대륙인 중국을 보면서 보다 큰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항상 다녀와서 여행수기를 쓰면 중국에 대해 모르던 것들도 발견하고 커서도 이런 여행을 통해 더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학교에서도 많은 걸 배우지만 이런 곳에 와서 직접 현장학습을 하게 되면 의미가 더 클 것이다. 앞으로도 평택항에서 떠나는 중국 여행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중국여행 소감문

 

뜻 깊은 추억을 만든 시간들
원정초등학교 6학년 김수지

나는 중국에 다녀왔다. 음,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다. 가장 먼저 떠오른 일은 언니들과 찍은 사진이었다. 남들에게는 사소한 일일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정말 뜻 깊고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두 번째 떠오른 것은 아영이 언니, 내가 귀찮게 해서 힘들었을 텐데, 나는 이런 체험을 하게 해 준 분들이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계속 걷고 멀미가 나서 힘들었지만 가이드 아저씨도 재미있었고, 언니들도 친절하고, 같이 갔던 어른들도 참 좋았다. 그때는 그렇게 죽을 것 같더니 이제와 생각해보니 정말 뜻 깊은 추억이 된 것 같다. 나중에도 또 만나서 같이 가면 좋을 것 같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시간 아쉬워
평택여자중학교 3학년 남아영

이번에 중국을 가게 되어 설렘 반 긴장 반으로 평택항으로 출발했다. 평택항에서 배를 타는 게 처음이라 생각보다 큰 배에 놀랐고 내부 숙소의 깔끔함에 감탄했다. 배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배가 출발했고 주변사람들에게 들었던 말과 달리 멀미는 하지 않았다.
선상에 나가서 사진도 찍고 바다 구경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선실에서 잠을 잤고, 다음날 아침 10시경에 하선한 후 항구 근처 동물원에 갔다. 화장실이 하마와 코뿔소로 되어있어서 독특하다 생각했고 다양한 종류의 동물이 많아서 다 둘러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식사 후 고속열차를 타러갔는데 열차를 탈 때에도 가방·신체검사를 해서 놀라웠다. 둘째 날은 이렇게 지나갔고, 셋째 날은 6시에 기상해 7시 반쯤부터 버스를 타고 공자의 유적지인 공묘·공부·공림을 관광하였다. 꽤 큰 규모의 관광지를 둘러보다가 3곳의 관광을 모두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밤에는 여자애들끼리 과자파티를 열어 수다도 떨며 많이 친해졌다.
넷째 날에는 아침부터 제남에서 위해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제남역으로 향했다. 위해역에 도착해 식사를 한 뒤, 수족관에 가서 물고기와 펭귄·가오리 등 여러 생물체를 구경하고, 돌고래쇼와 5D영상을 관광하였다. 5D영상 체험까지 끝나고 수족관의 옆에 위치한 황하성 풍경구에서 폭포사진도 찍고 단체사진도 많이 촬영한 후 둘째 날과 셋째 날에 머무르던 호텔과 다른 호텔로 이동해 잠을 잤고, 마지막 관광지로 장보고유적지인 적산법화원에 가서 분수 쇼도 관람했다. 기념품가게에서 기념품도 구매하고 식사 후 다시 배타는 곳으로 가서 2시 30분쯤 승선하여 첫째 날과 마찬가지로 배에 타서 저녁식사 후 8시경에 출발하였다. 배 안의 식당에 있는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서 먹으며 여행하는 동안 있던 일을 얘기했다.
하선할 시간이 되어서 다른 친구들과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왔는데 앞으로 보기 힘든 친구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슬프고 함께 갔던 장애인분들과 더 많이 친해지지 못한 게 아쉬웠다.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함께 가는 모든 분들과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중국을 갈 수 있도록 후원해주신 분들과 도움을 주신 분들, 여행기간 동안 중국에서 도움을 주신 현지 가이드 아저씨, 저희를 인솔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해외여행을 통해 많은 것 느끼고 배워
안중고등학교 2학년 장병수

중국 첫 방문지로 신조산야생동물원을 갔는데 똑 같은 동물들이 많아서 신기했고 한국 동물원보다 몇 배나 커서 또 신기했다. 공자의 유적지인 공부·공림·공묘 관광을 했는데 중국에서 제일 규모가 컸고 공자가 인의仁義를 즐겼다는 것을 알았다.
수족관은 밍크고래가 멸종위기 동물인데도 불구하고 두 마리나 있어서 신기했다. 돌고래쇼는 사람들과 너무 호흡이 잘 맞았고 멋진 쇼를 관람했다. 장보고유적지인 법화원에서는 장보고가 해상무역을 했다는 것과 전라남도 완도군에서 태어났다는 걸 알았다.
중국은 길거리가 깨끗했고 공기도 나쁘지 않았다. 화장실도 깨끗했지만 금연구역이 없어서 담배연기를 곳곳에서 맡을 수밖에 없었다. 횡단보도 길에 오토바이가 많이 지나다녔고 질서가 많이 부족했다. 준법정신이 부족해보였고 신호도 잘 지키지 않아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렇지만 잘 보존된 유물들과 유적들, 그리고 거대한 유적지·관광지·자연경관을 통해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심어진 계기가 되었다.
이번 문화체험을 통해 중국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해 부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한국에 돌아와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니 그 부러움은 금방 사라진 것 같다.
처음으로 나간 해외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생각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번 문화체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여러 선생님과 서평택환경위원회 선생님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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