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호국 영령이 우리를 자유의 땅에 초대하는 날
“나라가 평온해도 전쟁을 잊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호국의 달인 6월은 나라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에 대해 몸과 마음을 다해 진정으로 추모하는 달이다. 특히 현충일은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의 뜻을 기리는 날인데도 정작 현역병인 군인조차 그 날의 의미를 모르고 있다. 왜 노는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 중 병사 하나가 슬픈 일이긴 하나 ‘빨간 글씨라서 노는 거 아닌가요?’하고 되묻는다. 심지어 현충일을 ‘이순신 장군 기념일’로 알고 있을 정도로 희극이다.
그렇다면 ‘호국 영령들을 기린다.’ 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들을 기림으로써 그들이 아닌 우리가 더욱 더 거룩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 본래의 참 뜻이다. 현충일이야 말로 호국 영령들이 우리를 자유의 땅이 된 대한민국이라는 성지에 초대하는 날이며 우리를 초대한 땅이 바로 현충원이다. 이 맘 때만 되면 그나마 참배객들의 발길이 많아진다. 좌우로 질서정연하게 정렬되어 있는 묘역을 지나다보면 수많은 묘비 사이에 홀로 자식의 묘비 앞에 앉아 있는 늙은 어머니를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아들의 생일이라고 찾아와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을 차려놓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같이 자식의 묘비를 닦으며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전우가 전해 준 전역 모자를 묘비에 대신 씌워주는 어머니. 현충원에는 늘 가슴 아픈 어머니들이 많다. 죽은 자는 산자의 가슴 속에 산다고 했다. 산 자의 눈물이 죽은 자를 매일 같이 깨우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들이 흘리는 눈물로 이 시간도 묘비가 촉촉이 젖고 있다.
현충원에 가면 무명용사의 탑을 볼 수 있다. 그 무명용사의 탑이야말로 가히 현충원의 백미(白眉)다. 그 안에는 어느 누구의 유골도, 유품도 없다. 텅 비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무명용사! 그들은 누구인가, 새벽녘 잠깐 풀잎에 내려  앉았다가 해 뜰 무렵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아침이슬 같은 용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지만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현충탑에 위패로만 모셔져 있는 4만여 위의 전사자가 있다.
한국 전쟁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다부동전투’에 참여했던 전사자만도 약 600여 위에 달한다. 하루에도 고지의 주인이 몇 번씩 바뀌는 전투에 참여 했지만 시신조차 찾지 못해 위패로 모셔져 있는 호국영령들도 있다. 우리 산 자들이 그 분들을 기억하는 것만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조국을 위해 피 끓는 청춘을 조국에 바쳤던 호국 영령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망각의 동물인 인간이기에 지금은 잊고 있지만 제2연평해전 때 전사한 어느 군인은 백일 된 딸을 두고 떠났다. 얼마나 귀여운 딸이던가. 그런 그 어린 딸은 평생 아빠의 얼굴을 기억조차 할 수 없다. 또 한 병사는 전우들을 구하기 위해 싸우다가 100여개의 파편에 맞아 장렬히 전사했다. 대한민국 어느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아버지와 형제, 그리고 아들, 딸들이 이 거룩한 땅을 지키기 위해 초개같은 목숨을 조국에 바쳤다. 근래 들어서 천안함 46용사 합동 안장식 후 천안함 묘역과 한준호 준위 묘소가 새로 세워졌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 후 깨어나기 시작한 안보의식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흐려지고 있다.
이제 2012년 현충일을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 “나라가 비록 평온하더라도 전쟁을 잊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명언을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안보의식을 놓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명언도 마음속에 새기며 튼튼한 안보의식과 보훈정신으로 온 국민이 똘똘 뭉쳐 하나가 될 때 더 이상 희생과 아픔이 없는 자유롭고 영광된 자유 민주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이렇게 분단국가로 만든 북한의 악행은 용서를 하되 참혹한 전쟁의 비극적인 아픔은 언제까지라도 잊지는 말아야 한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데 육신은 고사하고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무명용사이기에 그들은 ‘롤 콜(roll-call)’이나 호명의 대상도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을 생각 할 때마다 ‘산과 들에 핀 이름 모를 꽃’ 이름 모를 풀벌레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름 모를 꽃들이 있기에 자연의 들판은 더 없이 아름답게 수놓아지는 것이다. 또한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들리기에 계절의 밤은 더 없이 아름답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찬가지로 이름 모를 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우리 공동체는 더 없이 아름답고 화려한 자유와 번영의 공동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무명용사들은 죽어가면서 이름  조차 남기지 못했지만 ‘최후의 언어’는 남기고 떠났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면 그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말이다. 뿌리 없는 나무는 열매를 맺을 수 없고, 꽃도 피울 수 없다. 6.25한국전쟁이 이미 사료(史料)를 통해 김일성이 주도 한 남침으로 전 세계에 입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북침설을 주장하며 정부를 비난하는 정당은 국민이 주도하에 뿌리를 완전히 뽑아야 한다.
이 거룩한 땅, 축복 받은 땅에 종북세력들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당리당략을 따져서도 안 된다. 작은 이익을 추구하기에 앞서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자칫 소홀해지면 제2의 천안함 피격, 제2의 연평도 포격도발이 언제든지 재발 할 수 있다. 그래서 선열들이 피를 흘려 지킨 이 나라를 어떠한 외침에서도 지켜내야 한다. 아울러 튼튼한 안보는 호국보훈 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제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우리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진정으로 추모하고 우리 후손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자랑스러운 조국을 물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안보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深頌 안호원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YTN-저널 편집위원/의학전문 대기자 역임
사회학박사(H.D), 교수, 목사
평택종합고등학교 14회 졸업
영등포구예술인총연합회 부이사장
한국 심성 교육개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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