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인
미군기지내에서
무슨 실험이나 방류를 해도
우리는 알 수가 없다는 점에서
탄저균 문제는 국민 생명과 안전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도
사회의 관심과 대책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 이은우 상임대표/미군생화학무기반입실험저지평택시민행동

평택의 오산 미공군기지내 살아있는 탄저균 실험·유출 사고로 인해 평택시민뿐 아니라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이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상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고, 미군은 사소한 실수로 치부하면서 사과나 재발방지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줘야 할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의 눈치만 보다 사건 발생 70여일이 지나서야 현장조사를 실시했지만, 9월말에 투명하게 조사결과를 공개하겠다는 약속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도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국방부의 태도를 보면 사고 원인 조사나 재발 방지 방안에는 관심이 없고 ‘세균전 능력 향상’을 위한 한미 간의 공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인 대량살상 생물무기 실험을 앞으로도 계속 진행하겠다는 한·미 양국의 입장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이나 미군기지 관련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벌여 진상을 밝히고 처벌과 재발방지대책을 세우지 못하다 보니 이제는 탄저균 같은 치명적인 독성물질을 들여오면서도 국제법과 국내법을 무시하고, 버젓이 평택시민들이 대거 살고 있는 주택단지 옆에서 탄저균 실험과 훈련을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니 평택시민들은 대한민국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냐고 통탄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더욱이 살아있는 탄저균 반입, 실험사건을 접한 직후 시민사회는 탄저균 실험·폐기 과정에서 공기와 하수를 통한 유출 가능성을 우려했는데, 언론보도를 보면 오산 미공군기지에서 탄저균 일부가 하수관로를 통해 기지 밖으로 흘러나가 평택호를 통해 서해로 유출됐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한다. 인명피해 발생 유무를 떠나 적은 양으로도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생물무기 탄저균이 기지 밖으로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2000년 2월에는 미군에 의한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이 일어나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나 재발방지대책이 없다보니 1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주한미군 ‘탄저균 실험, 방류사건’이 발생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현재로서는 탄저균을 완벽히 비활성화 하는 과학기술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탄저균 실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으며,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인 미군기지 내에서 무슨 실험이나 방류를 해도 우리는 알 수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탄저균 문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도 우리사회의 관심과 대책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평택시민들은 건강주권이 지켜지는 안전한 도시, 나라에서 살고 싶다. 탄저균 사건은 평택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미군기지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이며, 온 국민의 안전에 영향을 주는 삶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정부가 탄저균의 반입부터 폐기처리까지 전 과정에 대해 직접 확인하고 조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제대로 된 진상조사 결과를 속히 발표해야 한다. 또한 한·미 당국은 탄저균을 비롯해 일체의 생화학무기 반입·실험·훈련 중단을 선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구속력 있는 제도적·법적절차 보완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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