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적 리더십, “법 이전에 인간 있어야”

페이스북 통해 매일 생각할 수 있는 글 올려
범죄자 양산 방지…즉결심판 활성화 노력도

 
리더십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는 21세기는 변혁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변혁적 리더십이란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으로 권위에서 탈피해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만일 한 조직을 이끄는 이가 이러한 리더십을 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조직의 미래가 밝다고 미루어 짐작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리더십을 가진 이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지만 노자의 도덕경에 있는 ‘이끌되 지배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조직을 이끌어가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조직원 위에 군림하지 않으며 조용하게 혁신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있다.

변화의 시작은 소통에서부터
“모든 변화는 소통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바로 페이스북입니다. 제가 20여 년간의 경찰생활 속에서 느꼈던 부조리나 경찰의 법 집행에 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일들을 주로 올리고 있지요. 댓글로 생각을 나누기도 하구요. 그런 것도 소통의 한 방법이니까요. 서로 소통이 없기로는 조직원들 간에도 심각하지만 조직과 조직 간에도 소통의 부재로 한계에 부딪히는 일이 많습니다”
박상융(48) 서장은 동두천경찰서장으로 지내다 지난해 12월 평택경찰서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동두천경찰서장 역임시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했으며 그런 생각은 평택경찰서장으로 부임한 뒤에도 여전히 지속됐다.
“조서를 받는 일만 봐도 얼마나 소통할 수 없는 환경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피의자와 경찰 사이에는 컴퓨터라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 경찰은 기계적으로 자판을 두드리고 피의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전형적인 모습이지요. 소통을 위해서는 우선 컴퓨터를 없애고 피의자와의 사이에 차도 한잔 놓고 상대의 눈을 보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우선 아닐까요. 보고서는 경찰이 진술할 때 펜으로 기록해서 나중에 컴퓨터로 올리면 되니까요”
박상융 서장은 소통에 관한한 누구보다도 적극적이다. 그는 소통하기 어려운 곳의 대부분이 위계질서가 엄격한 관공서인 만큼 계급으로 인해 교만해지는 것을 스스로도 경계하고 있다고 말한다.

세상을 흑백논리로 봐선 안 돼
“우리나라에는 폭력전과자가 참 많습니다. 과정이야 어쨌든 간에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거든요. 그러나 그런 폭력사건이 있을 때는 입건하기 전 신중하게 상황을 살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경찰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과 기록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으니까요”
박상융 서장은 법에 의해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전과자를 만들기 전에 피해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떤 것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장 최선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조건 벌어진 결과에 따라 처벌하는 것보다 피해자와 피의자가 다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법의 힘을 이용해 중재, 교화시키는 등의 과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제가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흑백논리입니다. 세상은 흑백논리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참 많거든요. 제가 경찰에 들어와서 느낀 것도 형사입건이 지나치게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든 생각이 이거 죄짓는 거 아닌가 하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이걸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생각한 게 바로 즉결심판제도를 활성화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사건에 대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경찰서장의 청구로 지방법원 판사가 2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를 선고하는 제도다. 이는 무조건적인 형사소송을 통해 범죄자가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박상융 서장은 이미 즉결심판 활성화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보다 인간을 먼저 공부해야
“법의 필요성이야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이 인간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경찰이나 대학에서도 인간에 대한 공부보다는 법을 가장 먼저 배우게 되지요. 하지만 법도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니 만큼 인간에 대한 공부는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그건 결코 주입식 교육으로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요”
실제로 그의 책상엔 종합적인 도덕교육과 인성교육이 담긴 사자소학(四字小學)이나 인성교육지침서 같은 책들이 쌓여있다.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사법고시에 합격한 박상융 서장은 경찰이 되기 전 1년 간 변호사로 일을 하기도 했는데 그 기간이 자신에게는 큰 변화를 가져온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일을 배우기 위해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몸으로 뛰어다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직접 부딪히는 동안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이 많은 부분 허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습니다. 사람과 부딪히며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있어야 법도 제대로 집행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다양한 인간들이 모여 구성된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면들을 세심히 살피고 들리지 않는 소리들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은 절대 권력이라 이름 붙여진 법이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하는 점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23년간 경찰로 살아온 박상융 서장이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것은 형식적인 면이 많은 현재에서 벗어나 조금 더 나은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경찰이 참다운 민중의 지팡이로서의 역할에 더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한 작은 실천이 아닐까.
횡행하는 법집행과 가장 근본적인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요즘, 그의 소통과 변화의 노력이 시대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도 그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소통의 글을 읽고 한번쯤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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