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그때 그시절 평택은
성주현 교수의 그때 그시절 평택은 - 89 - 곤궁한 주민에게 구제활동
유경남  |  red_8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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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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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3월 26일

기산리 마을 주민 수백 명 기아로 허덕여
이강헌·이민호 두 사람 쌀 30가마니 제공

“중부 조선의 유일한 미곡간지인 평택역(平澤驛)에는 수출되는 쌀이 산과 같이 쌓였건만 먹을 양식을 얻지 못하여 기아선상에서 울고 있는 궁민의 수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여 一대 참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처참한 정상을 동정하여 유지로부터 보내는 ‘눈물의 선물’로써 목하 구급적 구제를 행하고 있다는데, 특히 진위군 현덕면 기산리(振威郡 玄德面 岐山里) 지방은 三년간 계속되는 한해와 흉작으로 기아에서 우는 수가 무려 수백이라는 정보와 소식을 들은 동면 운정리(同面 雲井里) 이강헌(李康憲, 28) 씨는 백미 열가마를 희사하였다 하며, 이민호(李敏浩) 씨도 정조 二十가마니를 제공하였다는 바, 양씨는 그다지 유족한 가정도 못되는데 이와 같은 미거에 칭송이 자못 높다 한다”(동아일보, 1936년 3월 26일자)

평택은 예로부터 쌀 생산지로 유명했다. 그래서인지 일제강점기 신문을 보면 ‘중부 조선의 유일한 미곡산지’ 또는 ‘곡물 소산은 전선에 굴지’라고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평택 주민들은 넉넉한 삶이 아니었다. 특히 1930년대 중반에는 계속된 한해와 흉작 등 재해로 더 더욱 어려운 생활을 유지해야 했다.
1936년 3월에는 유난히 ‘보릿고개’가 심했다. 지금은 보릿고개라는 말이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농민들의 일상생활이었고 또 그만큼 살기 어려웠던 상징적인 용어였다. 현덕면 기산리는 3년간 계속된 가뭄과 흉작으로 그야말로 기아민飢餓民 즉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주민들이 늘어만 가 수백 명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평택역에는 다른 지역으로 팔려 가는 쌀이 산과 같이 쌓여있었지만 이들 주민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처럼 기산리 주민의 어려운 사정을 전해들은 운정리 이강헌李康憲과 이민호李敏浩라는 두 사람이 쌀 30가마니를 제공했다. 이들 두 사람 역시 생활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어려운 사정을 듣고 구호활동에 적극 나선 것이다. 이강헌은 이외에도 지역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기부를 했는데 1939년 10월 현덕심상소학교가 1학급에서 4학급으로 늘어남에 따라 교사를 증축할 때 자금이 부족하자 이강헌이 3000원을 흔쾌히 기부한 바 있다. 이 시기 이강헌은 기산리를 떠나 서울 명륜동에서 생활했는데 고향에 대한 애착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강헌이라는 인물이 1925년부터 27일까지 평택공립보통학교 교사로 재직한 바 있는데 동일 인물인 지는 좀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강헌은 이후 진남포, 만주 봉황성과 본계, 흥경 등지에서 교육자로 활동했으며 해방 후에는 수원 신풍초등학교 교감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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