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 환경양해각서 정보공유접근절차 안 지켜
미 측은 환경청에만 연락, 지자체는 연락 안 해
팽성읍 안정리 K-6 캠프험프리스 미군기지에서 지난 11월 19일 난방배관이 파손돼 600리터에 달하는 난방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중 400리터는 내부적으로 자체 수거됐으나 나머지 200리터는 11월 27일 오전 10시경 외부로 유출됐고 팽성읍 본정2리에서부터 둔포천까지 흘러 12월 8일 현재까지 12일간 방재작업을 벌이고 있다.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는 기름유출로 인한 환경문제와 더불어 더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된다. 2002년 발효한 한미SOFA합동위원회의 ‘환경양해각서’ 정보공유 접근절차들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환경정보 공유와 접근절차 조항에 따르면 ▲미군기지내 환경사고 발생 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게 연락하고 동시에 명령계통을 통해 주한미군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전화 통보 후 48시간 내에 서면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기지 내부에서는 11월 19일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지자체인 평택시에는 어떤 연락도 이뤄지지 않았고 서면통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원칙대로 한다면 평택시는 19일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바로 K-6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야 하지만 난방유 외부유출이 발생한 이후, 그것도 하루가 더 지난 11월 28일이 되어서야 최초사건 발생 8일 만에 환경청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해 캠프 험프리스 측 관계자는 “원래는 동시에 연락하는 것이 맞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환경청에 보고를 했기 때문에 평택시에 따로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해 절차가 무시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K-6 캠프험프리스 측에서는 내부유출이 발생한 11월 19일 미8군과 주한미군 등 상부에 1차 보고했고 외부유출이 발생했을 때 2차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SOFA 환경분과위원회 미국 측 담당관은 외부유출이 발생한 11월 27일이 되어서야 한강유역환경청에 전화로 이 사실을 알렸고 환경청에서는 다음 날인 28일 평택시에 전화로 연락해 평택시가 거꾸로 미 측에 사실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는 주민들이 생활하는 지자체에서 사고가 이미 벌어진 이후 거꾸로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11월 28일 토요일 오전 10시경 연락을 받은 환경청은 급박한 상황임을 알고 당직 중인 평택시 공무원과 미 관계 공무원에게 이에 대해 통보했다고 밝혔으나 실제적으로는 이틀이 지난 30일 월요일에야 현장에 나가 확인하는 안이한 대응을 보였다.
환경청 관계자는 “시간상의 거리도 있고 주말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빨리 나갈 수 없었다”고 대답했지만 실질적으로 소파 규정에 관한 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지자체에 떠맡기고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은 환경청의 안이한 대응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군부대 내에서 이런 문제가 벌어졌을 때 실질적으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미군부대는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이고 기름 유출이 됐어도 그것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며 “다만 예전에는 공무원이 수거하던 것을 지금은 미군이 비용을 대고 용역업체를 선정해서 작업하는 것이 그나마 나아진 부분”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상원 평택평화센터장은 “업무협약 내용 자체가 해석의 여지를 부를 수는 있으나 이번 사고에 대해 미 측이 한미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은 명백한 일”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사고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환경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부에서 발생한 사고일지라도 지자체 간의 긴밀한 협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도 발생할지 모르는 이 같은 사고에 대해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평택시 역시 미 측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발 빠른 연락체계와 협의체계에 대해 당당히 요구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