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5월 29일

 

사금 판 거액을 죽마고우에게 맡겨
친구는 이 돈을 갖고 도망가 버려

 

 

“평택(平澤) 사는 금광업하는 조윤식(趙允植, 三八)이라는 사람은 사금을 가지고 서울 와서 유장상회에 팔아가지고 돈을 천원과 합해서 三천백 十六원 三十四전을 자기의 고향 친구인 안순만(安順萬, 三七)에게 맡기고 토지를 물색하던 중 나갔다가 돌아와 본즉 달아나고 말았다는 것으로 종로서에 개출하였는데 二十九일 시내 각서에 수배를 하였다 한다”(동아일보, 1934년 5월 31일자)

친구하면 떠오르는 사자성어는 아마도 ‘관포지교管鮑之交’일 것이다. 관포지교의 내용은 친구 사이의 두터운 우정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리고 아주 친한 친구를 막역지우莫逆之友, 죽마고우竹馬故友라고 한다. 이들 사자성어에서 의미하는 친구는 ‘거리낌이 없는 친구’, ‘아무 허물없이 친한 친구’, ‘서로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친한 친구’이다. 그래서 일생을 살아가면서 ‘관포지교’와 같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한 사람만 있어도 그 사람의 삶은 최소한 실패하지는 않은 삶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의 의미로 쓰이는 사자성어로 견원지간犬猿之間, 오월동주吳越同舟 등이 있다. 막역한 친구에서 견원지간으로 바뀐 사건이 있었다.

1934년 5월 29일이다. 평택에서 사는 조윤식은 사금砂金을 채취하면서 금광업을 운영했다. 평택과 성환 일대에는 사금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조윤식도 이 지역에서 사금을 채취했던 것이다. 조윤식은 그동안 모은 금을 갖고 서울로 가서 유정상회에서 팔아 1000원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이 있던 돈을 합한 3116원 34전이라는 거액을 죽마고우이자 고향친구인 안순만에게 맡겼다.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땅을 사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와서 친구 안순만을 찾았으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안순만은 이미 친구 조윤식의 돈을 갖고 도망간 것이다. 친구를 배신하고 돈을 갖고 도망을 가버린 뒤였다. 당시 3000원은 적지 않은 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

배신을 당한 조윤식은 바로 종로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종로경찰서는 즉시 시내 각 경찰서에 연락을 하고 수배를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결과는 확인이 안 되고 있다. 미결로 끝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친구의 중요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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