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싸운 동지들과 한날한시에
같이 공장으로 복직하지 못하게 되어
가슴이 아프고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모든 해고자들이 복직할 때까지
동지와 함께 이겨나가겠습니다.
함께한 세월만큼
끝까지 동지의 길을 걷겠습니다

▲ 서맹섭 지회장/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비정규직지회

손잡아 주시고 토닥여준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투쟁과 연대의 시간 쌍용차 7년, 부끄럽지 않은 노동자로 살아가겠습니다.

길었던 전투를 끝냈습니다. 하루하루 쌓은 것도 아닌데 어느덧 2626일이란 시간이 지나왔습니다. 일곱 번의 뜨거운 여름과 일흔 일곱 날의 감옥 같은 옥쇄파업 기억들, 하늘에서 쏟아지는 최루액을 몸뚱어리 하나로 견뎠던 86일의 굴뚝농성의 기억이 스치듯 지나갑니다. 

잠 못 드는 곳, 생명을 위협하는 곳에서 171일의 추위를 이겨낸 고압선 송전탑 투쟁이 있었고, 시민들과 함께한 2년여의 평택역 천막농성과 한겨울 길바닥과 함께하며 희망을 품은 희망텐트, 더 이상의 죽음보단 삶의 끈을 잡기 위한 대한문 투쟁, 곡기 끊은 21일간의 집단단식을 이어가며 여기까지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마지막 싸움을 하기 위해 공장안 굴뚝에 올랐고, 회사와 협상테이블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9개월의 협상은 ‘희망고문’으로 변해갔습니다. 공장안을 밟아보고 싶고 일하고 싶은 조합원들에겐 하루하루가 고통을 잊기 위한 삶의 몸부림이었습니다. 오직 공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생각하며 끝까지 가족과 동료를 바라보며 버텨온 시간이었습니다.

저희들은 2008년 10월 22일 쌍용차 비정규직지회를 설립하고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2009년 회사가 2646명을 정리해고하기 전에 업체 폐업으로 공장에서 먼저 쫓겨난 하청노동자들이었습니다. 정리해고의 숫자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그래서 서럽고 외로웠습니다. 하지만 정규직 형님들이 우리의 손을 잡아주었고,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정규직 동지들과 손잡고 함께 공장으로 돌아가 일할 거라는 마음으로 버텨온 시간들입니다. 때론 힘들고 외로웠지만 동지라 외쳤던 말만큼 초심을 기억하고 우리의 자존심을 져버리는 일 없이 당당하게 공동투쟁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조직으로 정리해고 비정규직 싸움을 받아안고 함께 노력해왔던 시간들이었습니다.

4명의 비정규직 조합원이 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고 1심에서 승소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비정규직 동지들은 이번 노사 교섭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법원에서 승소한 동지들만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 싸운 조합원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복직해야 한다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끝까지 남은 두 명의 조합원이 함께 복직하고, 불법파견의 핵심인 근속을 온전하게 인정받는다면 적지 않은 체불임금을 내려놓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비정규직 조합원 6명이 1월 말까지 정규직으로 복직하는 합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함께 싸웠던 정규직 동지들의 합의에 대해 내부의 갈등이 컸고,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마지막 합의에 이르는 시간들도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우여곡절을 겪고 오늘 합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함께 싸운 동지들과 한날한시에 같이 공장으로 복직하지 못하게 되어 가슴이 아프고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쌍용차 모든 해고자들이 복직할 때까지 동지와 비를 맞고 함께 이겨나가겠습니다. 함께한 세월만큼 끝까지 동지의 길을 걷겠습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지금까지 싸울 수 있도록 함께 손을 내밀어주고, 어깨 토닥여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립니다. 여러분들이 아니었다면, 오늘 이 자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너무나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함께 해주신 수많은 노동자 시민들의 마음과 연대에 큰 빚을 졌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비정규직 투쟁 7년, 우리는 함께 하는 삶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내일은 굴종을 벗어던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내 자식이 살아가는 세상엔 가족과 함께 웃고 벗들과 어우러진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현장에서 비정규직과 함께 해 나갈 것입니다. 일터에서, 지역에서, 전국에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싸울 것입니다. 저희들과 함께 해 주신 분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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