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식 지음/창비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역사, 외국어, 사랑, 인권을 모두 영화에서 배웠다고 하는 자칭 영화광인 저자가 거르고 거른 엑기스 같은 영화들이 들어있다.
나와 다른 사람, 사상, 문화를 만나면 우리는 당황스럽다. 낯설어 불편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혼란스러워 자연히 피하고 멀리하게 되는 소극적인 거부에서부터 정죄하고 미워해서 없애버리려는 적극적인 차별까지 죄의식없이 행하게 된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성경에도, 논어에도 나오는 관계의 황금률이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려보는 것,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은 인권감수성의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한다.
이 책은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의 인권,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검열과 표현의 자유, 인종차별의 문제, 차별의 종착역 제노사이드 등의 소제목으로 나뉘어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차별받는’ 입장을 이해해 보자고 얘기한다. 또 ‘차별하는’사람들에 대해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불편을 느끼게 한다.
청소년인권에 나오는‘지랄총량의 법칙’이 재미있다.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지랄’의 총량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그 정해진 양을 사춘기에 다 써버리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서 그 양을 소비하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죽기 전까진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사춘기 자녀의 이상한 행동을 보더라도 자기에게 주어진 ‘지랄’을 쓰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질 것 같다.
장애인에 대해서도 예전엔‘장애우’라고 부르자는 바람이 있었다. 모든 장애인을 친구처럼 생각하며 친근하게 부른다는 의도지만, 이것 역시 사랑표현의 가면을 쓴 차별일 수 있다고 한다. 기업인, 동호인, 변호인, 군인 등을 굳이 기업우, 동호우, 변호우, 군우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장애인들이 혹시 자기들끼리 약속하고 서로를 장애우라고 부르는 것은 몰라도, 비장애인들이 마치 우정을 베푼다는 듯이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란다.
‘인권’이라는 말을 우리는 쉽게 듣고 말한다. 그래서 식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우리가 여전히 알게 모르게 많은 편견과 잣대를 갖고 사람을 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어떤 상황에 대한 정의로운 판단이 어려울 때면 ‘의심스러울 때는 약자의 이익으로’라는 저자가 말한 기준을 기억하면 좋겠다.
불편의 세계에 눈을 뜨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 기대해본다.

 

 



김미희 사서
평택시립안중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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