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 연구, “지역 정체성 확립의 시작”

평택에도 개인 소장 향토사 유물·자료 많아
향토사박물관 건립해 지역 존립기반 세워야

 
지역 정체성이란 개인의 자아를 어떤 지리적 장소 속에 위치시키고 그 장소와의 관계를 인식하며 동시에 궁극적으로 자아와 장소의 정체성을 일치시키려는 인간의 태도와 관계된 개념이다. 지역사회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외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징적 의미가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는 공간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 지역 역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정체성을 간직하게 된다. 이 둘이 결합할 때라야 비로소 지역의 정체성이 확립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평택의 정체성은 현재 평택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 현실을 인식하는 태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역역사, 철학적 접근 필요해
“1967년에 역사 선생으로 시작했으니 정년퇴임 전까지 교직에 40여년 있었네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역사를 단순히 지난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모든 역사는 내면적으로 깊이를 갖고 있고 또 철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당위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입시위주로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니 그런 철학적인 부분을 많이 가르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못내 아쉽긴 하지요. 그나마 요즘은 수능에서도 비중이 떨어지다 보니 더더욱 역사인식은 생각하기 어려워 진 것 같습니다”
차송웅(73) 평택향토사연구소장은 평생을 역사 교사로 지내온 만큼 역사에 관한 인식이 남다르다. 그는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지역의 향토사 연구와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보존대책이라고 말한다.
“학교에서는 대부분 교과서 위주로 가르치기 때문에 전반적인 내용들을 가르치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그것과는 별도로 지역적인 것을 추려내 지역의 공통적인 정체성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확립되지 않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생각들은 문화원과의 공통적인 생각이기도 하지요”
차송웅 소장은 지역사를 발굴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말에 힘을 싣는다. 지역의 역사는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마련하는 기본이 되는 만큼 그 일에 향토사연구소가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생각들이 단순히 역사 교사였기 때문에 형성된 것은 아니다. 이미 어린 시절 부모나 조부모부터 전해진 역사에 관한 인식들이 그의 생각들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는 것.

대를 이어 지켜온 역사의식
“제 아버님은 해방되던 해에 진위면 은산리에서 야학을 지도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어쩌면 제가 선생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지요. 제가 교사를 하던 시절에 아버님은 평택군지를 집필하는 책임자로 활동하셨는데 그 모습 역시 지금의 저를 만든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차송웅 소장은 지역의 역사를 소중히 하던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전한다. 또한 그의 조부는 평택에서 제일 오래된 서탄면 회화리 장로교회를 설립한 분으로 평택의 역사뿐만 아니라 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어린 그에게 들려주기도 했다고.
“제 조부님은 화성 제암리 사건 때 희생될 뻔 한 분이셨습니다. 조금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교회당 안에서 불타 죽는 신도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하셨지요. 그 이야기를 제게 두고두고 이야기해 주셨는데 지금은 돌아가신 분이지만 어린 제게 산 증언을 들려주신 셈이지요. 평택의 역사도 그렇습니다. 나이든 분들은 평택에 관한 기억들을 가진 분들도 많은데 그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빨리 그 기억들과 자료들을 발굴, 수집해야 하지요. 아니면 모두 사라져버리고 말 역사니까요”
차송웅 소장은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 구전되는 부분들에 대한 발굴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정확한 검증단계를 거쳐 향토사박물관을 건립하는 것도 빠른 시일 내에 이뤄야 할 과제라고 전한다.

향토사박물관 타당성 검토해야
“평택지역의 향토 사료도 찾으려고만 하면 생각보다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평택문화원에서 기획했던 향토사료전 때도 상당히 많은 자료들을 수집했으니까요. 다만 어떤 의지로 어떻게 발굴하느냐가 중요하겠지요. 그만큼 의식도 필요하구요. 향토사박물관 건립도 그런 맥락에서 진행돼야겠지요”
박물관은 자료의 발굴과 수집, 보존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어떤 것을 수집하고 어떤 것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하는 것을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이 바로 향토사박물관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일 것이다.
“향토사박물관 건립은 평택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 장소나 연계성에 대해서도 차분히 생각해야지요. 상설전시로 시민들이 언제든지 와서 지역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료들을 살펴보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평택에는 개발과 발전이라는 모토로 인해 사라져가는 옛 마을들이 많다. 그러나 그러한 마을이 사라지기 전에, 또 옛 기억들을 가진 주민들이 기억을 더듬어낼 수 있는 동안에 향토사료들은 수집, 발굴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간이 한정되어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평택의 향토사 연구는 시급히 진행되어야 할 사항임에 틀림이다.
평택의 역사를 발굴, 보존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차송웅 소장, 그가 이끄는 평택향토사연구소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평택의 뿌리가 조금씩 굳건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평택시민으로 뿌듯함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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