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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의 세상돋보기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알파탄약고’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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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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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띠 한 번 매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 운동은
사공이 많아서 실현할 수 있었던
대표적 거버넌스라고 말하고 싶다.
결정적인 것은 이런 공간의
필요성을 갈구해온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관심과 후원이다.
그들 모두가 알파탄약고 공원화의
사공인 것이다 

 

 

   
▲  이수연 전 부이사장
한국사진작가협회

어떤 아빠가 어린 아들에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어린 아들은 한참을 고심하더니 왈,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으면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웃자고 만들어낸 이야기일 테지만 관행에 길든 세대들에게 한 방 먹이는 통쾌한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것은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평택에도 발상의 전환이 만든 결과물이 여럿 있다. 그중 하나가 가칭 알파탄약고 평화공원이다. 지금 한창 개발 중인 고덕국제신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서 자칫 아파트 부지로 바뀔 뻔한 미 공군 알파탄약고였다. 그러나 지금은 8만여 평 중 4만 5000여 평을 문화공원지구로 확정했다. 탄약고를 가리기 위한 위장 숲과 콘크리트 블로크 건물로 구성된 단순 공간이지만 여기에 미 군사 흔적의 역사성 그리고 예술 마인드를 버무리면 아주 특별한 스토리텔링을 가진 기능성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나아가 국제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공간재생 사례로 발전시킬 수 있어서 관광자원이 빈약한 우리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이 운동이 만 10년을 맞았다. 2006년도 경기문화재단 공모사업에서 최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돼 받은 지원금으로 그해 2월 사례답사를 떠난 지 꼭 10년이 된 것이다. 이 운동은 2005년 가을에 북경의 798예술특구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중국이 인공위성을 처음 띄울 때 전자부품을 만들던 공장 터에 화가 두 명이 값싼 작업실로 선택한 것이 집단 창작 터로 바뀌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할 때였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역 고가도로니 당인리발전소니 해서 공간재생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수도권 변방에서 알파탄약고 공원화 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동아일보나 조선일보에서 잇달아 보도하고 손석희 아나운서의 MBC라디오에서 인터뷰를 요청해 올 정도로 획기적인 일이었다.

애초 욕심은 체험활동 등을 할 수 있는 기능성 공원, 통합 평택시 출범이후에도 전 시민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없었던 것에 대한 대안, 대형 문화예술축제 행사를 치를 수 있는 공간화를 모색했었다. 뿐만 아니라 신도시 조성 때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민간인 다섯과 공무원 등 여섯 명으로 출발한 알파탄약고연구회가 찾아낸 발상의 전환은 바로 ‘녹지율’이다. 어림잡아 땅값만 수천억 원이 넘을 텐데 그런 걸 공원으로 만들자는 것이니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그러나 신도시개발에 필수요소인 일정 비율의 녹지율에 알파탄약고를 포함시키면 사업 주체인 토지공사나 경기도 역시 기회비용 등의 문제가 없으리라는 생각이었다. 평택시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이 계산이 맞아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서울·부산·청주·대구·포천 등 전국적으로 공간재생사업이 연이어 매스컴을 타고, 가시화하면서 알파탄약고의 당위성과 중요성도 함께 인식됐다.

결과적으로, 붉은 띠 한 번 매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 운동은 사공이 많아서 실현할 수 있었던 대표적 거버넌스라고 말하고 싶다. 토지공사를 설득해서 사업을 성공시켜준 당시 시장과 국회의원, 확보한 면적의 불합리성을 간파해 확대재배치를 관철해준 또 다른 시장, 건교부 책임 국장을 평택까지 불러 공개 세미나를 열고 알파탄약고의 중요성을 갈파한 또 한 분 국회의원 등등.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이런 공간의 필요성을 갈구해온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관심과 후원이다. 그들 모두가 알파탄약고 공원화의 사공인 것이다.     

현재 공원 조성은 미군 측에서 대체 탄약고 부지를 확보하고도 이전 약속을 몇 번이나 미루고 있어서 정체상태이지만 46만 명이라는 평택시민 사공들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명품 공간으로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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