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당동 주민들은 유해가스가
집근처에 입주하는
것만으로도 불편하다.
땅굴파고 지하로
지나가는 건 불안하다.
그 위에 국철이 지나가는 건
더 경악스럽다

 

▲ 권현미 위원장/평택APK특수가스공장이전주민대책위원회

장당동 구 퓨리나 사료공장 부지에 미국계 다국적 기업인 에어프로덕트코리아 공장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간 평택시의 행정 편의와 경제를 살리는 국가 기간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삼성전자에 공급될 특수가스를 정해진 기한 내에 공급하기 위해 구조물 공사가 한창이다.

이 공장이 공급하게 될 특수가스 중에는 특히 고인화성 물질로 알려진 실란과 수소, 불산의 원료로 사용되는 삼불화질소 등이 포함돼있고, 이것의 폭발 혹은 유출 가능성에 대해 주민들은 그간의 언론 보도를 통해 위험성을 통감하고 있다. 십 수 년 간 살아온 고장이 이 같은 혐오시설 입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신변에 위협을 초래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5년 12월 주민대책위는 위협을 초래하고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 당사자인 APK사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또 한 번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 후 평택시와 대화를 통해 이전이 어려우면 안전대책이라도 마련해 보고자 했던 주민대책위에게 사측이 보인 태도는 시간 끌기와 성의 없는 대화로 일관하는 파렴치한 모습뿐이었다. 미국계 기업이라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을 파트너로 삼고 있기 때문일까? 후안무치한 그들의 태도에 주민대책위는 또 한 번 분노를 느껴야 했고, 지난 2월 15일 공장설립 예정지 앞에서 규탄집회를 가졌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가스공장이 입주되면 오랜 기간 그 지역에서 주민들과 마주하게 될 텐데, 과연 이래도 되는지 묻고 싶다.

지역주민대책위의 요구사항은 여전하다. 국철과 KTX가 지나가는 지하에 땅굴파고 유해가스 이동시키지 말고, 안전하게 고덕산단으로 이전해 지상에서 안전하게 위험한 가스들 관리해 달라는 것이다. 경기도 부지사 시절에 삼성전자 평택유치를 계획했다는 분이 현재 새누리당 원내대표이며 장당동이 지역구인 원유철 의원이다. 안전한 곳으로의 이전을 원하는 지역주민들에게는 안전하니 걱정 말라는 일반적인 이야기만 하고, 삼성전자의 지역유치는 경제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이야기만 남긴 채, 더 이상 지역주민과의 대화를 단절한 채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알고 있다. 위험천만한 특수가스 공장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과 이 일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는 국회의원의 태도에 대해 말이다.

2월 15일 APK특수가스공장 예정 설립지 앞에서 반대규탄시위가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 아직 특별한 발언을 할 수는 없으나 지역 내에서 인지도에 목마른 예비후보들이 참석해 주민대책위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시민단체에서 참여한 한 시민은 “정치인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 사드가 평택지역에 배치될지 모른다는 기사를 듣고 소름이 끼쳤다. 평택은 쓰레기장이 아니며 더 이상의 군사 시설이 들어와서도 안 된다. 정치인들이 무엇을 대신해 줄 것이라 기대 하지 말고, 주민 스스로 지켜야 하는 시기”라고 말하며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평택지역 주민들은 요즘 불안하다. 우울하다. 뉴스가 그렇게 만들고, 평택시 전역으로 몰려들고 있는 혐오시설에 대한 소식이 그렇게 만든다.

정치政治에서 정政은 ‘바르다’의 正과 ‘일을 하다’ 또는 ‘회초리로 치다’의 의미인 등글월문 이 합쳐서 이루어진 말이다. 즉, 바르게 하기 위해 일을 하거나 회초리로 치는 것을 뜻한다. 치治 는 물과 건축물이 합하여 이루어진 말이다. 이것은 물의 넘침에 의한 피해를 잘 수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治는 특히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부조화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정치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부조화, 네거티브를 바로잡아 극복하는 일이다. 이러한 의미에는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의미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정치인을 뽑는 총선이 다가온다. 정치라는 단어의 어원이 이렇듯 고상할진데,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정치인들이 진실로 부조화를 바로잡아 극복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이들이 맞는지 의아스럽다.

장당동 주민들은 유해가스가 집근처에 입주하는 것만으로도 불편하다. 그리고 땅굴파고 지하로 지나가는 것이 더욱 불안하다. 그 위에 국철이 지나가는 것은 경악스럽다. 그리고 이제 KTX도 지나갈 예정이라는 사실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주민대책위와 성의 없는 시간 끌기로 일관하는 APK 회사의 태도도 문제지만, 제대로 된 대책마련도 없이 위험한 부지에 위험한 시설물의 설립을 허가한 평택시와 불안을 호소하는 지역주민들을 돕지 않는 힘 있는 정치인 때문에 평택이라는 도시는 아이를 키우며 평화롭게 살기 부적절한 곳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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