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원 전 센터장/평택평화센터

2월 13일, 제9차 정기총회서 센터장 물러나
창립 9년, 회원·재정 등 안정적 궤도 올려놔


 

▲ 강상원 전 센터장/평택평화센터



지난 9년간 묵묵히 평택평화센터장 업무를 수행해온 강상원 전 센터장이 2월 13일 평택평화센터 제9차 정기총회와 함께 센터장 직을 내려놓았다. ‘고인물은 썩는 법’이라며 자리에서 물러나는 담담한 소회를 밝힌 강상원 전 평택평화센터장을 만나 지난했던 고민들과 앞으로의 계획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 센터장을 내려놓는 소회?
평택평화센터를 창립한지 9년이 됐는데 나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놨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이 어린 시민단체 치고는 든든한 회원 구조와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기반은 다져놓았다는 마음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주위 사람들을 만나 술 한 잔, 차 한 잔 하는 것보다 평화센터 일을 앞세우다 보니 사람에 대해서는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는 생각이다. 이제부터라도 놓쳤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 센터장을 내려놓게 된 계기?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처음 평택평화센터장을 맡게 됐을 때는 ‘언제까지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센터장을 10년 가까이 지속하다보니 스스로 관료화되거나 단체가 타성에 젖을 수 있다는 우려가 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센터를 더 넓고 깊게 만들 수 있는 것을 내가 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누구라도 앞에 서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한 평화센터의 정신과도 통해 있었다. 후임 센터장을 세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게 미안하지만 곧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길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 9년간의 센터운영 과정?
평택평화센터 9년을 초기·중기·후기로 나눈다면 초반에는 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단체인 만큼 미군기지 문제에 몰두했고 중반에는 단체 운영을 위한 회원 확보에 집중했다. 그러다 후반기에 미군기지운동을 평화운동으로 바꿔 부르게 되면서 평화·통일·생명 등이 품은 가치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됐다. 그리고 당사자의 삶이 평화롭지 못한데 삶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성이 없다는 생각과 궤를 같이 하게 되면서 스스로의 삶을 좀 더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 기존에 없던 사업들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소소하게는 평택평화센터에서 묵고 간 이들이 두고 간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일에서부터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일반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생산자가 돼 필요한 옷과 가구를 만들어 보는 일,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대안 에너지사업 등이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활동이었다. 삶과 조금 더 가까워진 주제를 접목하자 사람들도 평화센터의 문을 열고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 평화센터 운영위원회 활동 계획?
‘가칭 미군기지위원회’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1년 간 평화센터 운영위원으로서 활동하게 된다. 먼저 ‘미군기지위원회’ 명칭을 ‘평화기지위원회’와 같이 편안한 이름으로 바꾸고자 한다. 이후에는 미군기지문제가 내 삶에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회원 교육이나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알리려고 한다. 내년이 되면 ‘가칭 미군기지위원회’도 다른 분들이 이끌고 나갈 수 있도록 조용히 물러날 계획이다.

- 차기 센터장에 대한 조언이나 당부?
9년간의 센터 운영 동안 부단한 실패를 경험했다. 뒤 이어 센터장을 맡을 분도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 한다. ‘이게 평화센터에 맞을까?’란 생각보다는 일단 시도하고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시민들에게 물음표나 느낌표를 던져주지 못했더라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의 센터운영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
평택평화센터는 당분간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사회운동의 가치방향성만 잃지 않는다면 운영위원과 회원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우리 모두의 평화센터’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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