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효율성이 아닌
교육의 보다 본질적인 내용을
추구해야 할 때다.
지금이야 말로 기존 교육에 기초한
통폐합이라는 획일적인 생각보다
조금 더 다른 생각,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 김혜원 회장/평택학생상담자원봉사자회

몇 년 전부터 학기 초가 되면 작은 학교를 대상으로 한 통폐합 얘기가 들려온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적정규모 학교 육성 및 분교장 개편 권고 기준’을 마련해 각 시·도 교육청에 전달했고 그 결과 올해는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다고 한다. 이 사업은 교육부의 입장에서는 교육의 질·효율성·형평성 등을 주된 이유로 들어 추진하고 학부모 등 시민들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박탈되거나 남녀 성비문제, 학생 수 부족으로 그룹게임이나 구기 종목별 체육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남교사 부족과 체육교사도 없는 실정에서 학생들의 사회성 부족 등을 이유로 들어 여기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지금까지의 교육체제를 인정하고 이것을 어떻게든 유지시키고자 하는 고육지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학교교육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보고 싶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만들어진 국민학교는 지난 세기 동안 ‘애국적 국민과 산업노동자’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충실해 왔고 ‘7차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2016년 현재 학교교육은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온 나라를 충격에 몰아넣으며 국가의 역할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지게 한 세월호 참사, 요즘 불거진 누리과정 예산 미지급 사태와 부천을 비롯한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이들의 실종 사태를 접하면서 공적인 영역에서의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지금까지 학교교육 같은 공공의 영역에서 효율성을 강조하다보니 생겨난 문제들인데 효율성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지를 한 꺼풀 벗겨내고 보면 현재의 학교교육이 얼마나 앙상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제는 효율성이 아닌 교육의 보다 본질적인 내용을 추구해야 할 때다. 스스로 삶을 기획하고 자신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능력을 키우는 학교,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배우는 학교, 공공성의 가치를 몸으로 배워나가는 학교, 이런 학교를 목표로 한다면 작은 학교를 통폐합 하려는 생각을 바꿔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교육부의 적정규모학교 권고기준으로 본다면 통폐합 대상이 될 죽백초등학교는 교육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접근에 대안이 될 만한 학교다. 도농 복합도시인 평택의 도농 경계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죽백초등학교는 젊은 인구가 점점 신도심으로 빠져나가면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추세에 있었다. 이렇게 활력을 잃어가던 차에 몇몇의 뜻 있는 선생님들이 혁신학교를 추진했고 그 뜻에 동조하는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60여명이던 아이들은 2016년 230여명에 이르렀다.

교장선생님은 등교 시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모든 선생님들이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 자기반 아이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전체에서 돌봄이 일어난다. 부모들이 학교를 어려움 없이 방문하고 자기 아이만이 아닌 우리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한다. 홀로 놀고 있는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고 간식을 챙겨주기도 한다. 교육의 3주체인 학교·학부모·아이들이 서로의 뜻을 조율해 가며 함께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올해 혁신학교 6년차를 맞는 죽백초등학교는 마을과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 사업에 좀 더 힘을 모으고 있다. 점점 이 마을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조용하던 마을 골목에 놀이하는 아이들이 생겨나면서 할아버지·할머니가 대다수이던 마을에 시끌벅적한 삶의 향기가 피어나고 있다.

작년에는 교사·학부모들이 모여 ‘죽백교육헌장’도 만들었다.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공동체를 위한 공공의 약속을 만들어 낸 것이다. 틀에 찍듯 아이들을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닌, 아이 하나하나가 자기의 본성을 살려내고 그것을 공동체 속에서 실현하는 교육의 본질에 가까운 모습을 현실에 구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모든 학교들이 죽백과 같아 질 수는 없다. 그러나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지금이야 말로 기존 교육에 기초한 통폐합이라는 획일적인 생각보다 조금 더 다른 생각,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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