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을 넘어서도
‘그때 더 잘 지을 걸’ 하지 않도록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나 민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수용할지에 대한 시스템이다

 

▲ 이수연 전 부이사장/한국사진작가협회

15년도 더 된 이야기다. 우리 평택에 박물관이 생길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 말이다. 당시 경기도가 도내 31개 시·군 중 4개 지자체를 선정해서 박물관을 건립하도록 우선 4억 원 씩 지원토록 했는데 그중 한 곳이 평택이었다. 당시 문화관광과의 담당 팀장이 자문을 구하기에 종자(씨앗)박물관을 제안했고 그걸로 가닥을 잡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후임자가 이 사업 자체를 반납했다. “우리 시에서 무슨 박물관이냐”는 취지였던 걸로 후일 전해 들었다.

단순 건립 예산이 아니라 그곳을 채울 유물 등 소장품 확보, 그리고 박물관의 특성상 쏟아 붓기 만해야 할 유지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일까. 그렇다면 박물관을 경제적 가치 또는 소비재로 생각했다는 말일 게다. 거꾸로 민간인의 의견을 구한 공무원의 구상은 무엇이었을까. 당장 재정 형편은 어려워도 그 기회에 내세울 게 없던 우리지역의 대표 아이템 구축과 문화관광의 우선 가치로 박물관을 꼽은 것일 성 싶다. 당시 종자박물관을 제안한 것은 ‘농업 평택’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급속하게 사라지는 관련 유물 등을 담되 차별화한 특색 그리고 씨앗의 다양한 변주變奏를 통한 재미를 가미하자는 의미였다.

이제 다시 평택에 박물관을 건립할 모양이다. 이제는 스스로 박물관의 필요성을 느낀 시민들의 적극적인 요구와 건립 추진 움직임에 우리 시가 화답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시대적 환경이 바뀐 지금 새로 짓는 평택박물관은 어떠해야 할까.

개인적 희망은 이렇다. 우선 왜 짓는지 분명한 목표, 상승효과를 가져올 위치선정, 건물 자체의 뛰어난 상징성, 확장을 해도 처음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 미래 지향성, 그리고 또 가고 싶도록 매력을 담는 다양한 운영능력 확보다.

뚜렷한 목적 없이 지어놓고 어려움을 겪는 국제교류센터와 같은 실패를 답습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나아가 신도시에 구상 중이거나 확정한 행정복합타운, 평화예술의 전당, 민세공원, 알파탄약고공원 그리고 기존 도심권 등과 연계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전 시민들의 동선 등을 아우르면서 평택의 대표적인 문화예술벨트를 구상할 수 있다. 나아가 ‘한국 전통 건축의 본질적 특성을 현대적 기법으로 해석하고 구현함으로써 한국 현대건축의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서울의 ‘공간사옥’처럼, 크지 않아도 평택을 대표하는 최초의 의식을 담은 건축물이면 더욱 멋질 것 같다. 더불어 훗날 확장을 해 놓았을 때도 처음 건립할 때의 그 느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터다.        

마지막으로, 갈 때마다 항상 볼거리와 재미가 공존하는 곳이었으면 한다. 혹자는 박물관이 재미를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미 전국에 산재한 많은 박물관이 외면당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고리타분함’ 때문이다. 어떤 이에게는 아주 소중한 자료와 유물이겠지만 보편적으로는 극히 개인적일 수 있기 때문에 유물과 소장품 선정에만 방점을 찍는 박물관이 된다면 자칫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풍부한 사료를 확보하되 ‘평택사료전시관’이 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 말은 지금 수준이 아니라 100만 평택시민을 넘어서는 시대가 돼서도 ‘그때 더 잘 지을 걸’ 하지 않도록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나 민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수용할지에 대한 시스템이다. 어쩌면 민간 기구를 구성해서 위임하는 결단도 필요할지 모른다. 행정적 요구가 아니라 범시민적 갈증을 해소해주는 이런 과제일수록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의사결정 구조와 유연한 사고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그동안 추진해 오던 역점사업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은 아래로부터, 시민들로부터의 공감을 바탕에 깔고 있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우선은 평택박물관부터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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