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순간적 오판 ‘어른이 바로잡아야’

학교폭력, 기계로 빵 찍어내 듯 똑같은 처리는 잘못
아이들에게 선생님 말 한마디가 ‘인생에 큰 도움’

 
어린 학생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몬 학교폭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결과만을 두고 볼 때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폭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나 이유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우리는 많은 사례들이나 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폭력이라는 벼랑으로 내몬 것일까. 그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들이라면 현재의 학교폭력 상황에 대한 해결점을 현재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될 런지 모른다.

폭력으로 일관되었던 삶
“어렸을 때부터 난폭하기 일쑤였습니다. 커서는 소위 깡패두목이라고 불렸었지요. 제가 학교에 등교한 수보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학교에 불려간 수가 더 많을 정도였으니까요. 천생 농사꾼이었던 아버지는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분이었는데 지금 아버지를 떠올리자면 베잠방이에 흙이 묻은 차림 그대로 농사짓다 학교에 불려와 선생님들 앞에 죄인처럼 엎드리다시피 허리를 굽히고 있었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납니다”
이훈희(55) 회장은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말을 잇는다. 평택시학교운영위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그로서는 혹여 과거 행적에 비추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 수도 있는 현재의 모습에 대한 나름대로의 설명이기도 했다.
“저는 안정리가 고향입니다. 제 부모님도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셨지요. 험한 기지촌의 특성 상 힘없이 농사만 짓던 아버지는 주변의 힘센 사람들에게 죽기 일보직전까지 맞곤 하셨는데 어린 제가 목격했던 그 모습은 너무 처참했습니다. 그때 결심했지요. 내 가정은 내가 지키겠다구요. 그래서 어릴 때는 깡패가 되는 게 제 꿈이었고 한때는 깡패로 1등이 되기도 했었지요. 내가 힘이 세야 아무도 내 가족을 건드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이훈희 회장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자신이 깡패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한 번도 입 밖에 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나를 바꾼 건 아버지의 기도
“다른 부모님들은 친구 때문에 내 아들 인생 망친다는 말을 많이 하시는데 제 아버지는 집에 놀러온 친구들만 보면 늘 훈희 때문에 니들 인생 망친다고 만나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전 어른이 되어서도 집에는 자주 가지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해 오랜만에 집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아버지의 기도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아버지는 제가 온 것도 모르고 저를 위해 간절히 울면서 기도하고 계셨지요. 망나니로 말썽만 부리는 저를 위해서 말예요”
그때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기라도 하는 듯 이훈희 회장은 말끝에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잇지 못한다. 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어깨 너머로 글을 배워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외부의 폭력으로부터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일념으로 폭력을 쓰게 되었고 목표를 이룬 뒤에는 방탕하고 방종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21살에 폭력으로 처음 교도소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지요. 저는 교도소에 있느라 임종도 보지 못했습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부모님 마음을 아프게 한 불효자이지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가 부끄럽지만 감추고 싶다고 해서 감출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이 폭력의 끝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자신과 같은 삶을 사는 제2, 제3의 청소년들이 생기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라며 아이들이 순간의 오판으로 인생을 망치지 않도록 바로잡아 주는 건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라는 말도 들려준다.

학교폭력 표면만 봐선 안 돼
“현재 평택에도 학교폭력이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위해 과연 무엇이 최선인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단순히 전학을 보낸다거나 하는 걸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아요. 모든 아이들에게 벌어지는 문제들을 제빵 기계에서 빵 찍어내듯 똑같이 처리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각기 다른 스토리가 있듯이 그에 맞게 해결하는 방법도 다 달라야죠. 한 아이를 제대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많은 정성과 노력이 있어야 하니까요”
이훈희 회장은 결과에만 의존해 천편일률적으로 처리되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학적부에 올려놓은 낙인 때문에 한 아이의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허다하며 쉽게 처리한 그런 일들은 명백한 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간혹 선생님들과 만날 자리가 있으면 전 늘 이런 얘기를 합니다. 문제아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구요. 부모님보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커서 생각했을 때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예요”
현재 세 아이의 아빠로,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는 이훈희 회장.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력을 가진 그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지역사회에 서 있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현재를 살고 있는 그의 모습이다. 인간은 언제나 현재를 살 수밖에 없으며 현재들이 모여 미래를 완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있기 며칠 전, 힘들어하는 중학생 둘째딸에게 “아빠가 표현은 잘 못해도 내게 가장 소중한 건 바로 너야”라며 위로했다는 그는 어느새 그를 위해 기도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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