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 수지절단 사고 유의
안전수칙·사고 시 대처방법 숙지

 
 

 

▲ 서울제일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조봉완 원장

일요일 아침, 응급실에서 연락이 왔다. 6세 남자 아이, 우측 제3수지 절단환자였다. 단순 방사선 사진과 디지털 카메라 사진을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아이는 백화점에 아빠와 함께 갔다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면서 손가락이 끼어 다쳤다고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 미세현미경으로 조직의 상태를 살펴봤다. 혈관과 신경이 압궤상으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3시간의 걸친 수술은 어렵게 진행됐다. 직경 1mm가 되지 않는 동맥을 서로 이어 주는 게 관건이었다. 압궤상이라 동맥이 5mm 정도 손상됐다. 전완부에 정맥의 일부를 가져와 정맥 이식을 시행했다.
세상에 일부러 사고를 내고 스스로 다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작은 일상생활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비하고 준비하는 사람도 드물다.

손가락 절단사고 시 대비법
일단 사고가 나면 당황하지 말고 절단된 수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조각이 난 경우도 모두 찾아서 모아야 한다. 절단된 수지를 생리식염수나 링거용액에 적신 거즈로 싸고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봉지에 넣은 후 이것을 다시 얼음이 든 용기에 넣어 운반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이때 절단된 수지가 동결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가장 이상적인 온도는 섭씨 4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후 빠른 시간에 병원에 가야 한다.

수술법
미세현미경·미세 수술기구·술기의 발전으로 절단된 수지를 많이 살릴 수 있고 손상된 조직을 재건할 수도 있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먼저 상태를 확인한다. 손상의 형태에 따라서 수술 방향이 결정되고 x-ray 검사를 통해 뼈 손상의 정도를 확인한다. 칼날 같은 날카로운 기계손상은 예후가 좋다. 프레스 같은 압착 손상이나 회전 손상은 조직 손상의 범위가 광범위해져 예후가 떨어진다. 응급상황이므로 일반 수술과 다르게 금식 시간에 상관없이 환자의 기왕력이나 혈액검사만 시행하고 바로 수술에 들어간다. 가져온 절단된 수지의 손상이 심하면 무지구 피판술, 복부 피판술을 통해 최대한 손가락의 길이를 유지하게 하는 수술을 해준다.

수술 후 처치
수술이 끝난 후에는 환자의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다. 사고로 인한 스트레스와 창상부위의 통증으로 인해 미세한 혈관은 경련이 일어나기 쉽다. 이로 인한 혈전의 형성이 혈관을 막게 된다. 따라서 1~2주간은 커피·담배·차가운 음식을 금하고 병실의 온도는 따뜻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혈관 내막의 재생은 최소 3~5일이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예방적인 항응고제 투여가 필요하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항응고제는 아스피린·덱스트란 그리고 헤파린이다.
재접합술 후 동맥과 정맥의 혈류 장애는 대부분 초기 수 일 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만일 이것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재수술로도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수술 후 집중적인 감시가 이뤄진다.
혈류 상태의 감시는 임상적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다. 수지의 색상·모세혈관의 창백현상·온기 등의 감시가 이뤄진다. 정맥이 막히는 경우 부종이 심해지고 온도는 매우 시리게 된다. 가느다란 바늘로 자상을 내 나오는 출혈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Doppler 초음파를 이용해 객관적인 측정을 시행한다.
혈류의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 의료용 거머리를 사용한다. 거머리의 침에 Hirudin이라는 성분이 혈전을 녹이는 역할을 한다. 상기 처치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혈전제거·혈관재문합술 등의 재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재활치료
수지 재접합 후에는 단순 건 봉합과는 달리 조기 운동을 시행하지 않고 약 3주간 고정을 시행한다. 이유는 봉합한 혈관이나 신경이 운동에 의해 당겨지고 특히 혈관이 연축을 일으키거나 혈전이 생길 우려가 있고 조기 운동으로 말미암아 골 고정의 소실이 올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전건 봉합 후에는 완전 신전상태에서 3~6주간 고정을 해야 한다.
과거에는 재접합이 불가능했던 원위 지간 관절 이하 부위의 수지 끝 절단의 경우에도 기술적인 발전에 힘입어 미용·기능적으로도 탁월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절단에 1cm 이하에서 이뤄져도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몸에서 소중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특히 손의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명확하다. 오늘도 손은 주인을 위해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하고 있다. 충성스런 손을 위해 조금은 시간을 내서 안전 수칙에 대해 관심을 갖고 만약 사고가 났을 때 처치 요령을 숙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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