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하나
교사의 책무성과 사명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 학생의 장래와 진로의 향방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김기연 이사장/평택시애향장학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천으로 눈을 가린 채 한 손에는 저울을,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고 한다. 신분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공명정대하게 심판하라는 뜻일 것이다. 이를 교사에게 대입해 보면 교사는 모든 학생에게 편견 없이 대하라는 신의 메시지다. 교사도 인간이기에 첫인상에서 好호, 不好불호의 감정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교사는 학생들에게 언제나 큰 바위 얼굴이어야 한다.

미국의 오크학교는 하류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공립학교이다. 교장 선생님은 새로운 담임교사에게 등질집단인 두 학급을 배정하면서 한 학급은 학부모의 직업군이 사회경제적으로 지위가 높고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집단(A반)이라 말 해주고 다른 학급(B반)은 그와 반대의 경우로 얘기를 해 주었다.

이를테면 우열반으로 안내를 하고 출발점을 똑같게 하였다. 그 후 학년말 학력을 조사해 보니 A반의 학력이 더 높게 나왔다. 이는 교사가 학생에 대해 믿고 기대하면 학생은 그에 걸맞은 성장을 하게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학생 지도에서 호감이 전략을 이길 수도 있고, 자비가 정의에 우선할 수도 있다. 이것이 교사와 학생의 인간관계요 교육적 관계라 할 수 있으며 교육의 특수성이다. 그래서 국가는 ‘교원 예우에 관한 규정’과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으로 여타 공무원보다 예우를 하고 있다.

평소 교사들의 학생에 대한 관심은 하느님과 교사 자신밖에 모른다. 왜냐하면 그 관심의 빛깔을 검증할 방법도 없을뿐더러 알아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교사의 교육자적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 직무형태도 독립적인 요소가 강하고 ‘교사는 명예를 먹고 사기로 근무 한다’고 할 정도로 자부심과 자존감이 강하다. 이렇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역할 기대치 또한 매우 높다. 이를테면 높은 도덕성, 전문성, 성직자에 버금가는 윤리의식을 요구한다.

1970년대 첫 발령지에서 A 군의 사례다. 늦둥이로 낳은 아들이라 가정에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 하였다. 한데 학교생활은 교우관계, 성적 등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당시 필자의 선입견 없는 A 군과의  인간관계는 학년말쯤에는 모범생으로 거듭난 사례다. 성과의 비결은 상담을 위한 라포, 즉 공감적 이해에 있었다.

오늘날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하나 그래도 교육이 세계 여러 나라의 부러움을 사며 잘 굴러가는 것은 건전한 교직관을 가진 교사의 기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전술한 오크학교의 예에서 보듯 교사의 책무성과 사명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 학생의 장래와 진로의 향방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들의 교육 서비스는 균질하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한 것이므로 부분적으로만 타당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교사도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햇볕 없이 거목이 그늘을 만들지 못하지만 거목 또한 햇볕 없이 싱싱하게 자라질 못 한다’는 말이 와 닿는 새 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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