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탄약고가 적정부지라면
그 활용연구가 우선이다.
어떤 것이 궁극적으로
이득이 되는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알파탄약고는 ‘거저 얻은 공터’에
무엇이든 넣으면 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 이수연 전 부이사장/한국사진작가협회

지난 10년간 정말 사심 없이 기울여 온 혼신의 노력에 대해 강한 회의감이 든다. 2005년 가을 우연히 접한 중국 베이징 외곽의 ‘798예술특구’에서 착안해서 시도한 우리지역 미 공군 알파탄약고 때문이다. 변변한 관광자원 하나 없는 우리 시의 대표적인 기능성공원을 만들고자 확보한 이곳에 느닷없이 평택박물관을 짓겠단다.

그동안 우리시는 알파탄약고에 대해 철저히 방관자적 태도를 취해왔다. 평택시 소유의 공원부지로 확정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 몇 년 동안, 시민이 나서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주머닛돈을 털어가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공원 관련 부서에서는 할 게 없다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기부채납을 한 뒤에야 평택소유가 된다는 이유였다. 공원 완공 뒤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지금부터라도 연구해야 한다며 찾아간 문예관광부서에서도 공원의 실체가 없다고 했다. 어렵사리 설득하면 기백 만 원 혹은 사회단체 보조금을 통한 쥐꼬리 예산배정이 고작이었다. 그렇게 보존한 부지이건만 갑자기 상반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기부채납도 안 되고 실체가 없다던 그곳에 박물관을 짓겠다는 계획을 확고부동하고 실체적이며 초스피드로 진행 중이다.

이곳에 무얼 짓겠다는 게 박물관이 처음은 아니다. 공원부지로 확정되자 평화예술의 전당을 넣겠다고 했다. 그게 중앙공원 쪽으로 가자 이번에는 시립도서관을 짓겠다고 했다. 이 계획을 확실하게 취소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는 박물관이 등장한 것이다.

지난 3월 18일 남부문예회관에서 박물관 간담회를 가졌다. 용역을 맡은 모 대학 연구팀은 알파탄약고를 박물관 부지 1순위로 꼽았다. 우리 실정을 제대로 아는 위원 하나 없이 외부인들로만 구성한 그들의 연구결과는 당연히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발표 내용의 모순과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한 때문인지 3월 29일에 있은 공식 중간발표에서는 2순위로 밀렸다고 한다. 그런데 담당 부서의 입장은 아닌 것 같다. 참석한 외부 전문가들도 중앙공원부지가 적지라고 말하는데 그곳에 예술의 전당과 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박물관까지 가세하면 공원으로서의 위상이 줄어든다며 알파탄약고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는 모양새다. 중앙 공원의 위상을 생각할 정도이면 알파탄약고의 가치도 알았어야 한다.

박물관은 박물관이다. 우리에게는 꼭 필요하지만 주변에 아주 많이 있다. 그 기능과 범위와 한계도 분명히 있다. 탄약고공원은 전 세계에서 흔치 않다. 그리고 아주 특별한 문화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이 무한하다. 과장이 아니다. 중국의 798예술특구는 군사용 전자부품 공장을, 영국의 테이트모던갤러리는 발전소를, 프랑스 오르세미술관은 기차역을, 독일의 풸클링엔과 랑겐 파운데이션 그리고 인젤 홈브로이는 각각 제철소와 미사일기지와 늪지대를 미술관으로 바꾼 곳이다. 일본의 솔레이유언덕은 미군 휴양지를 반환 받아 지은 체험 농장이다. 자국민은 물론 전 세계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들이고 폐쇄 공간을 재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낡으면 낡은 채로 훼손하지 않은 공간과 장소성을 지키고 있는데 알파탄약고 역시 그에 못지않기에 그래야 한다는 게 지난 10년간 이 활동에 도움을 준 국내 석학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평택시가 제대로 된 자원 하나를 발굴했다는 것이다. 결국 알파탄약고는 박물관을 짓자고 훼손할 성질의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도 정 알파탄약고가 적정 부지라고 한다면 그 활용연구가 우선이다. 그게 그동안 고생한 시민들에 대한 예의이고 순서다. 공원추진위원회의 10년 성과물을 믿지 못하겠거든 외부 용역도 좋다. 박물관과 병존, 상생할 수 있는지 아니면 박물관을 포기하는 게 평택을 위한 것인지 따져보자. 앞으로 또 무얼 넣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어떤 것이 궁극적으로 이득이 되는 결정인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알파탄약고는 ‘거저 얻은 공터’에 무엇이든 넣으면 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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