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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칼럼 - 내 시간은 오늘, 지금 현재일 뿐
안호원 박사  |  ptsi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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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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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할 수 있는 내 시간은 오늘, 바로 지금 현재일 뿐
마지막이 될 오늘만이라도 바른 삶 살 수 있도록 노력

‘그제’ ‘어제’ ‘오늘’ ‘내일’ ‘모레’ ‘글피’ 등 우리가 과거, 현재, 미래의 여러 날을 말하는 단어 가운데 유독 내일만 한자로 되어 있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이에 대해 어떤 지인은 옛날에는 그 어떤 희망이나 바람도 가질 수 없을 만큼 힘들었기 때문에 그 희망이 담길 내일에 해당하는 우리의 순수한 토박이 말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말하기도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고려 숙종 때인 1103년 중국 북송시대의 손목이 지은 ‘계림유사’라는 저서 속에 당시 고려인이 사용하던 360여개 어휘를 추려 한자음을 달아 설명한 대목이 있는데 ‘내일’은 ‘할재(轄載)’라는 식으로 우리말과 그것을 읽은 한자어를 병기해 놨다. 내일에 해당하는 한자음 표기 ‘할재’ 역시 ‘ㅎ’음 아닌 ‘ㅇ’ 음에 가까운 ‘올재’로 읽는 것이 맞는다는 학자의 말처럼 ‘올재’로 읽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재’는 ‘올날’로 ‘내일’이란 한자어로 표기했을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실제 중국에서는 내일에 해당하는 한자어가 ‘명천(明天)’이다. 그리고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가 ‘명일(明日)’이 됐다고 한다.
이렇게 해석하다보면 ‘올날’이란 뜻인 내일의 순우리말 ‘올재’는 그 자체가 ‘희망 담은 날이 온다’는 의미였으리라고 본다.
“내 비장의 무기는 아직 내 손안에 있다. 그건 희망이다” 나폴레옹의 말이다. 정말 멋진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희망은 나폴레옹이 말한 무기만이 아니라 그 이상이다. 희망은 돈에서 나오는 것도, 권력에서 내뿜는 것도 아니다. 오직 사람 속에 들어 있고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그래서 희망을 품은 사람, 곧 그 자신이 희망인 것이다.
얼마 전 작고한 한 정치인은 “희망만이 인간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을 이 희망 없는 이 세상에 유언처럼 남겼다. 이 말이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라고 믿고 싶다. 그만큼 지금 우리는 희망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한 젊은이가 무거운 가방을 끌고 들어왔다. 지친 듯하지만 표정은 무척 밝아보였다. 내 앞에서 가방의 지퍼를 연다. 한 눈에 보아도 외판원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젊은이는 가방에서 팔 물건을 꺼내들고 승객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제가 오늘 이 물건을 몇 개나 팔았을지 아십니까?” 너무 당찬 목소리라 또 얼마나 승객들에게 속이는 말을 할까 하고 상상을 했는데 예상 외로 “하나도 못 팔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저에겐 또 다른 다음 칸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또 다음 칸이 있습니다” 그 젊은이에게는 미래의 다음 칸은 희망인 것이다.
그가 오늘의 고통을 참아내며 미래에 다가올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에 그는 한낱 멸시와 천대를 받는 외판원이 아니라 계속해서 스스로 가치 있는 인간으로 당당히 다음 칸에 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다음 칸이라고 해서 승객들이 그 물건을 팔아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어찌 보면 확실하게 보장받지 못하는 희망이란 대책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이 그러하거늘 그럼에도 그 대책 없는 희망이 꽉 막힌 담을 헐고 막힌 구멍을 뚫을 수도 있다. 그때 헐고 뚫는 에너지는 다름 아닌 간절함과 절실함이다. 희망의 간절함에는 놀라운 에너지가 있고 희망의 절실함에는 위대한 힘이 있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희망의 동력이다.
성경에 보면 어리석은 부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대 풍작을 맞으면서 너무 행복해하며 그 행복감으로 고민을 할 정도가 되었다. 풍작으로 이미 있는 창고가 부족해 더 큰 창고를 짓게 해서 몇 년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그 부자는 그날 밤 자신의 영혼이 이 땅에서 떠나게 된다는 것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아무리 수년 후까지 노후를 준비했다 해도 오늘 이 세상을 떠나면 그 같은 재물은 무용지물에 불과한 것이다.
인간의 미래는 미지의 세계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영원한 미지수다. 이미 지나쳐버린 과거도 우리 시간은 아니다. 미래 또한 우리가 소유할 수 없다. 따라서 소유할 수 없는 미래 또한 내 시간이 될 수 없다. 다만 소유할 수 있는 내 시간은 오늘, 바로 지금 현재일 뿐이다. 우리가 바라고 기다리는 희망은 오늘의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달렸다. 내일의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데 단지 내가 잡지를 못했을 뿐이다. 진정한 내일의 희망을 기다린다면 오늘 이 시간 탐욕을 버리고 베풀고 나누며 서로 사랑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하고 희망이 이뤄지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땅에는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연일 터지는 정치계, 교육계, 재계의 비리 기사를 읽으면서 더욱 더 느끼는 서글픈 감정이다.
인간은 언젠가는 내일을 맞이하지 못하는 마지막 오늘로 생을 마감한다. 살아있을 때 인간의 존재 가치를 의식하고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지위와 명예를 위해,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치지 말고 마지막 인생의 날이 오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언제나 마지막이 될 오늘만이라도 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우리가 되어야 밝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深頌 안호원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YTN-저널 편집위원/의학전문 대기자 역임
사회학박사(H.D), 교수, 목사
평택종합고등학교 14회 졸업
영등포구예술인총연합회 부이사장
한국 심성 교육개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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