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삭동 영신마을 논 13만㎡ 모 고사 위기
방류자 확인에 어려움, 피해 구제도 요원

 
동삭동 영신마을 논 13만㎡에 심은 모가 고사해 관련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망칠 위기에 처해있으며 평택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원인규명에 나섰다.
문제의 발단은 5월 20일 경 마을 주민들이 본격적인 모내기를 하기 위해 논에 인근 배수로의 물을 대면서 부터다.
영신마을에서 20년 가까이 농사를 지어온 노승석(56) 씨는 “일부 관정을 가진 사람들은 지하수를 퍼 올려 논에 물을 댔지만 그렇지 못한 주민들은 배수로의 물을 사용해 모내기를 했는데 모를 심고 열흘이 채 지나기도 전에 모가 누렇게 말라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농민들로부터 신고를 받은 평택시는 6월 3일 농지와 농업용수, 배수로 상하류에서 시료를 채취, 평택시농업기술센터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기준치를 초과한 황산이온과 철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황산이온은 기준치인 40mg/ℓ의 16배에 가까운 632.96mg/ℓ가 검출됐으며 철은 논에서 기준치인 0.5mg/ℓ의 12배가 넘는 6.056mg/ℓ가 검출됐다. 또 염소이온도 최대 118.68mg/ℓ로 기준치인 30mg/ℓ의 4배가 넘는 수치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검사 관계자는 “수치를 넘는 항목이 여럿 발견되었으나 이 수치로 어떻게 피해를 주었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며 “그러나 황산가스 발생으로 벼 생장에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다”고 답해 오염된 물이 원인임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은 “배수로 상류에 접하고 있는 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잠시 비오는 틈을 타 폐수를 무단방류한 것이 원인일 것”이라는 의견과 “D 아파트의 생활폐수가 관로를 통하지 않고 방류되고 있는 것도 원인의 하나”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평택시는 “배수로 물이 원인으로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폐수방류는 현장적발을 못하면 행위자를 찾기가 어려워 사건해결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원인규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농민들의 피해 해결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민 노승석 씨는 “물갈이를 몇 번씩 했고 죽은 모를 걷어내고 사비를 들여 2차로 모내기를 했는데 그 모마저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이는 결국 토양이 오염된 것으로 아무리 배수를 잘 해도 벼가 정상적으로 자라기 어려워 올 농사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버렸고 내년 농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체념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평택시 농업정책과 생산지원팀은 6월 1일 급히 대체할 모를 수배했으며, 이웃 안성 대덕농협에서 보관하고 있던 모를 공수해 피해 논에 2차 모심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모의 뿌리가 안착될 수 있도록 22일과 23일까지 무인헬기를 임차해 영양제와 미생물발효촉진제를 뿌리는 등 발 빠른 조치를 취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다시 죽어가는 모가 발생하자 6월 23일 충남 보령에 남아 있는 모를 확인하고 농협의 협조로 모판 580여개를 운송해 모내기 한계일인 6월 25일 3차 모심기를 하도록 하는 등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마을 주민들은 “이번 사고는 농업문제가 아니라 환경문제인데도 평택시 농업정책과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농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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