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43만 평택,
저 머나먼 세계로 향하는 열린 문 평택,
이제는 우리도 평택을 세상에 알릴
우리의 자랑거리를 가질 때가 되었고
이 나라를 독재의 어둠속에서 구해낸
민주투사 ‘정태춘 노래비’를
세울 때가 되었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무를 때
우리 이제 새벽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 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1983, 정태춘 노래 ‘북한강에서’ 가사 일부 -

나라 안팎에서 21세기 정보화시대에 들어서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상징하는 아이콘icon은 더욱 더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뉴욕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 천안삼거리, 안성맞춤, 강화인삼 등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이나 상징물은 그 지역의 사회, 문화, 역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막대한 관광자원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땅을 딛고 하늘을 보며 살고 있는  평택을 상징하는 icon은 무엇일까?
저 들밭에 뛰놀던 어린 시절
생각도 없이 나는 자랐네
봄 여름 가을 겨울 꿈도 없이 크며
어린 마음뿐으로 나는 보았네
도두리棹頭里 봄 들판 사나운 흙바람
문둥이 숨었는 학교길 보리밭
둔포장屯浦場 취하는 옥수수막걸리
밤 깊은 노성리老城里 성황당 돌무덤
달밝은 추석날 얼근한 농악대
궂은 밤 동구 밖 도깨비 씨름터
배고픈 겨울밤 뒷동네 굿거리
추위에 갈라진 어머님 손잔등을 ...
-1981, 정태춘 노래 ‘얘기 2’ 가사 일부 -

정태춘 그의 노래는 싸구려 사랑타령이나 허접한 이별가가 아니다. 정태춘 그의 노래는 피 튀기는 진군가가 아니라 독재와 억압의 시대를 참을성 있게 견디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기어코 그 압제의 바윗돌에 구멍을 내 부수어버리고 마는, 인내와 인고의 역사가 뭉치고 얽힌 살아있는 이 땅을 지켜온 역사의 숨결과 같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제 새벽강을 보러 떠나요’
피 끓는 투쟁만 역사에 이바지 하는 것은 아니다. 기나긴 독재 끝에 찾아든 날벼락 같은 신군부의 살인과 만행의 사슬을 끊어내고 새로운 날이 열리는 새벽강을 찾아 나서서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피 흘리는 고통의 시련은 안개처럼 천천히 걷힐 것을 예견하며 새로운 민주역사民主歷史의  길을 연 정태춘, 그 아름다운 희망의 노래들. 하지만 지난 30년 세월 동안 우리에게 남은 것은 사라지는 골목길, 무너지는 농촌, 해체되는 가족, 잃어버린 공동체의식이다
그러나 버리려야 버릴 수 없는 고향, 잊으려야 잊히지 않고 오히려 우리 마음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고향, 어머니 계신 그 곳 내 고향

내 고향집 장독대의 큰항아리
거기 술에 담던 들국화
흙담에 매달린 햇마늘 몇 접 어느 자식 주랴고
음, 실한 놈들은 다 싸 보내고
음, 무지랭이만 겨우 남아도
음, 쓰러지는 울타리 대롱대롱 매달린
저 수세미나 잘 익으면
에헤야, 어머니 계신 곳
에헤야, 내 고향집 가세...
- 1984 정태춘 노래 ‘고향집 가세’ 가사 일부 -

음유시인 정태춘
아름다운 꽃에 비단옷을 두른다고 꽃이 더 아름답거나 향기로워지지 않듯 그의 아름다운 노래 역정歷程에 토를 다는 것은 사족巳足에 불과하다.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어 암울했던 80년대 어두웠던 이 땅, 자유를 갈구하던 사람들의 양식이 되고, 양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둠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고 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위로가 되고, 삶의 목표를 잃었던 사람들에게 내일의 노래가 되어주고 노래를 불러 비폭력저항으로 이 땅에 새로운  민주화 시대를 연 정태춘 그의 노래, 노래들.

아가야 걸어라 어깨도 펴고 성큼 성큼
송아지 송아지 누렁 송아지 동무하여 걸어라
봄 햇살에 온 누리로 북소리처럼 뛰는 맥박
삼천리라더냐 그 뿐이라더냐 아가야 가자
- 정태춘 노래 ‘아가야 가자’ 가사 일부 -

어느 역사에서든 위인偉人은 고향에서 푸대접을 받는다. 당장 눈앞에 떨어진 이득만을 쫓으며 사노라 우리는 너무 오랜 동안 정태춘 그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구 43만 평택, 저 머나먼 세계로 향하는 열린 문 평택, 이제는 우리도 평택을 세상에 알릴 우리의 자랑거리를 가질 때가 되었고 이 나라를 독재의 어둠속에서 구해낸 민주투사 ‘정태춘 노래비’를 세울 때가 되었다.

※작가 이동진은 홍익대 미대, 한광고등학교 교사, MBC창작동요제 대상곡 '노을'의 작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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