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화와 행복은 ‘작은 공동체’에서 시작

종교적 신념에 따라 사회 변화 추구해
정체성을 가지고 변화와 혁신 맞이해야

누구나 개인의 신념과 가치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의 잣대를 드리운다. 그러나 때론 그런 잣대들에 의해 세상이 혼란에 빠지고 개인은 혼란 속에서 삶의 방향을 잃기도 한다. 더군다나 개개인의 신념에 따라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일은 상당한 위험요소를 안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더욱 철저한 자기 정체성 확립과 세상을 보다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삶의 철학이 요구된다.

진보·보수 아닌 종교적 삶 추구
“저를 진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지만 저는 진보도 보수도 아닙니다. 환경운동을 주도하고 참여연대도 참여하고 많은 NGO활동을 하며 세상의 변화를 꿈꾸었지만 제가 바라보는 가장 주된 잣대는 바로 종교적인 관점이었습니다. 신이 만들고 싶은 세상이 과연 이런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들이죠. 이념이든 사상이든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든 성서에 기준해서 비추어보면 대부분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도출되곤 했으니까요. 그건 꼭 인간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자연도 있고 환경도 있고 인간과 동물이 모두 포함되는 부분이지요”
황재순(73) 이사장은 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부터 종교 활동을 해오며 사회의식이 생겼다. 개인이 아닌 사회구현과 정의의 가치를 추구하던 종교에 몸담은 덕분에 세상의 부조리와 그에 따른 변혁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고.
“부산에서 15년 정도를 생활하며 환경운동총연합 부산지부 초대대표를 맡았고 평택으로 다시 이사 온 뒤에는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의 전신이었던 평택사랑시민연합 대표를 맡기도 했습니다. 참여연대로 이름을 바꾼 시기도 바로 그때였지요. 평택은 아주 풍요로운 곳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득권 세력이 많고 변화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요. 본디 척박한 곳에서 새롭고 올바른 것들이 싹트게 마련이니까요”
NGO활동을 하던 당시 평택시의회를 모니터링하고 시정과 예산을 감시하는 역할을 자처해 온 황재순 이사장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힘입어 많은 시민운동을 통해 올바른 사회변화를 갈망해왔다.

가장 중요한 건 정체성 확립
“평택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미군기지 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근본적으로 보면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따른 것이지만 우리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지 못하는 건 한 나라의 주권에 해당하는 문제니만큼 현재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시민들, 나아가 국민들의 자기 정체성 확립이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나라와 나라의 문화는 동등하게 만나야지 무분별하게 모든 걸 받아들이다보면 우리의 문화가 망가지고 마는 것이니까요”
황재순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돈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다보면 결국엔 돈이 하나님이 되어버린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모두들 앞서가는 리더만 만들려는 교육을 했지 뒤에서 조력하는 사람으로서의 소양에 관한 교육은 하지 않으니까요. 리더만 최고라는 사회적 잣대는 남은 학생들을 모두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지만 실제로는 리더보다 평범하게 사회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더 많거든요. 그러니 아이들의 교육에 관한 정체성 확립부터 우선 제대로 되어야지요. 젊은 조합원들에게도 늘 하는 말은 자녀들을 내 소유물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자녀들은 신이 내게 준 선물이고 그 생명을 맡겨진 사명에 따라 교육시키고 있을 따름이거든요”
황재순 이사장은 굳이 리더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책임 있는 시민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나이 일흔이 넘어 바라는 건 지위나 명예보다 젊은 시절 꿈꾸던 것들을 기초해 누구나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이 남은 소명이라고 말하는 황재순 이사장은 그런 변화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을 작은 공동체인 ‘신협’에서 찾는다.

조합원들과 미래 희망 만들어
“바쁜 세상 속에서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다가도 문득 멈춰 서서 내가 왜 뛰고 있는지, 어디로 뛰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남들이 뛰니까 나도 뛴다는 생각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도 위태로울 수 있거든요. 내일 해야겠다가 아니라 오늘 해야 합니다”
황재순 이사장은 올 2월 안중신용협동조합 제12대 이사장으로 취임해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하며 그간 생각해온 것들을 실현할 초석을 마련했다고 말한다. 조합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신용협동조합은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은 물론 조합원이 사회에서 실직한 이후나 은퇴한 이후의 삶까지도 보장받을 수 있는 공동체 생활을 목표로 한다.
“옛날에는 마을단위로 모든 것들이 처리되곤 했지요. 그 안에 어른도 있고 제도도 있고 관습법도 있었습니다. 그런 작은 공동체가 현재에도 활성화 된다면 작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겠지요. 토호세력과의 연결 고리를 끊고 민초들이 함께 힘을 모아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는 것, 제가 생각하던 것들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조합이었습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많은 조합원을 이끌며 젊은 시절 꿈꾸던 행복 공동체의 희망을 꿈꾸고 있는 황재순 이사장, 누구에게나 삶은 공평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활짝 웃는 그에게서 오랫동안 사회변화를 이끌어온 선봉장으로서의 내공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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