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원균·모흥갑 역사인물 자원화, ‘돈이 되어 돌아온다’

평택의 역사인물 체계화를 통한 문화관광자원 개발 시급
모흥갑·지영희 등 평택의 예인 30여명, 적극 활용해야

▲ 문화관광 자원화가 가능한 평택의 역사인물 캐리커쳐
▲ 지난해 천안박물관 기획특별전시가 이뤄진 어사 박문수 관련 자료
지난해 9월 29일 천안시 삼룡동 천안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천안박물관 개관 3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박문수 천안에 잠들다’ 기획전이 문을 열었다.
이 특별전은 천안시 동남구 북면 은지리에 묘소가 있는 조선시대 대표적 문신 암행어사 박문수(朴文秀·1691~1756)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1부 명가의 기반을 닦다’, ‘제2부 박문수 전설이 되다’, ‘제3부 천안에 뿌리를 내리다’로 전시를 구성해 지난해 연말까지 세 달간 전시됐다.
그럼 과연 박문수와 천안과의 관련성은 얼마나 있는 것일까?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261호로 지정된 그의 묘 외에 천안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고령 박 씨인 그의 선대들이 천안에 뿌리를 두고 살아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박문수는 출생부터 유년기, 청·장년기 어느 시기에도 천안에서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박문수는 진위현령과 공조참판을 지낸 외할아버지 이세필(李世弼)의 집이 있는 진위현 향교동(지금의 평택시 진위면 봉남리)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후 한양으로 거처를 옮겼기 때문에 천안에 그의 행적은 남아있지 않으며 단지 고령박 씨 진사공파의 향촌이 형성됐고 사후 그가 천안에 묻혔다는 이유로 오늘날에 와서 천안시에서는 ‘천안의 인물’로 재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 말~조선 초의 인물로 태조 이성계와 조선을 개국한 후 왕자의 난에 피살당한 삼봉 정도전(鄭道傳·1342~1398)도 출생은 경상북도 영주이며 줄 곳 한양에서 벼슬살이를 하다 왕자의 난 이후 후손들이 600여 년간 진위현에 집성촌을 형성했고 그의 묘(설단)와 사당, 삼복집 목판 등의 유물이 평택시 진위면 은산리에 남아있어 ‘평택의 인물’로 고착화되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역 출신 또는 연고가 있는 인물을 지역 정체성 확립의 논리로, 문화관광 자원 홍보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평택은 이 같은 역사 인물을 어떻게 선양하고 지역의 훌륭한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점검해봤다.

평택의 대표 인물 체계화 시급
문관-정도전·조광조·홍익한·박문수
무관-원균·한온·최유림·이대원
예인-최경·모흥갑·유세기·지영희
기타-원효대사·안재홍·원심창

평택은 시대별로 다양한 인물이 나고 자란 곳이다. 학자와 장군, 전통예인 등 다양한 인물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적 자원을 체계화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향토사학계는 물론 많은 지식인들의 생각이다.
평택은 삼국시대 원효대사부터 근·현대 평택농악의 명인들까지 평택에서 태어났거나 발자취가 남아 지역을 대표할만한 인물이 30여명 정도 있다.
대표적 문인으로는 조선개국공신 삼봉 정도전과 조선 초기 개혁가 정암 조광조, 삼학사인 홍익한과 오달제, 암행어사 박문수 등을 들 수 있으며, 무인으로는 임진왜란의 명장 선무일등공신 원릉군 원균, 이시애의 난을 평정한 수성군 최유림, 손죽도 해상에서 전사한 녹도만호 이대원 장군이 있다.
특히 평택은 농업과 어업을 기반으로 한 전통문화가 발달했는데 조선 후기 8대 명창 모흥갑과 진위남사당을 육성한 유세기, 해금 시나위 명인 지영희, 남사당 꼭두각시 송창선, 평택농악의 최은창·이돌천은 전통예인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당나라 길에 오르려다 평택 수도사 인근에서 득도한 원효대사와 언론인이자 민족운동가인 민세 안재홍, 상해 육삼정 사건의 주역 독립운동가 원심창 선생도 평택을 대표하는 인물로 인물 계승사업은 물론 지역의 훌륭한 자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평택, 역사인물 선양사업 미흡
정도전·안재홍·지영희 선양은 활발
그 밖의 인물 선양사업은 걸음마
역사인물에 대한 지표조사 시급
시·학계·문화단체 공동 노력 필요

최근까지 평택의 인물 선양사업은 삼봉 정도전과 민세 안재홍, 해금 시나위 명인 지영희 선생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인물 선양작업은 주로 학술세미나와 인물지 및 학술 연구서 발간, 추모행사, 국악경연대회를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이 세 인물과 관련해서는 선양사업을 진행하는 기념사업회가 각각 운영되고 있으며 민세안재홍기념사업회의 경우 학술대회와 민세상 시상, 학술지 발간, 추모식 거행, 다사리포럼, 교육사업 등 가장 활발하게 선양사업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또 원효대사는 포승읍 원정리 수도사를 중심으로 오도성지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원균 장군과 이대원 장군은 종중을 중심으로 추모 제향과 인물지 발간, 전적지 견학을 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박문수, 원심창에 대한 인물 조명사업이 간간히 진행되고 있다. 평택 원평동 자전거포에서 3년간 일했던 이력이 있는 엄복동은 평택시가 자전거길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활용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평택지역 역사인물 중에는 어디다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 많은데도 아직까지 인물 선양 및 체계적인 활용 방안에 대한 종합계획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역사인물 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출생지나 거주지가 아닌 옷깃만 스쳐갔더라도 지역과 연계하고 스토리텔링화하는 상황은 인물 선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평택에서 내세울만한 인물들을 정확한 지표조사를 통해 체계화하고 도시 정체성과 도시 이미지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조사·연구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일들은 자치단체인 평택시와 학계·문화단체·기념사업회·종중·향토사학가가 함께 중지를 모아 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지자체별 인물 선양사업 활발
추사 김정희, 예산·과천·제주 경쟁
예산 출생지·과천 활동지·제주 유배지
인물 관련 광광자원 활용 사례 늘어
역사인물 관련 지역축제 개발 풍성

경기도 과천시와 충청남도 예산시, 제주도는 추사 김정희를 선점하기위해 온갖 공을 들이고 있다. 출생지로 또, 활동 근거지로, 그리고 유배지로 알려진 세 도시는 최근 10여 년 전부터 김정희와의 관계 맺기와 끌어안기, 알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출생지인 예산에서는 추사 생가 투어와 추사문화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주요 활동 근거지인 과천시는 일제 강점기 반출된 추사 작품을 적극적으로 돌려받아 추사박물관 개관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추사가 말년에 유배생활을 하며 세한도를 그린 제주도는 추사 유배지를 복원하고 유물전시관을 건립해 관광 코스로 개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역사인물을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충북 영동은 난계 박연을 모티브로 전국 최대 규모의 난계국악경연대회를 개최하고 국악기박물관과 국악기제작촌을 활성화 시켰으며, 충남 홍성은 만해 한용운의 고향으로 만해축제를, 강원도 평창은 소설 메밀꽃필무렵의 실제 배경지로 효석문화제를, 전라남도 완도는 해상왕 장보고를 기념해 장보고문화제를 열어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3년 연속 우수축제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예산 매헌문화제, 당진 상록문화제, 옥천 지용제, 음성 무영제, 단양 삼봉문화제, 여주 명성황후추모제, 영월 단종문화제, 진주 논개제, 남양주 다산문화제, 영천 최무선장군추모제, 서울 의성허준축제, 제주 이중섭예술제 등은 지역의 역사인물 자원을 지역축제로 승화시킨 다양한 사례가 된다.

평택은 전통 예인이 많은 도시
남사당 진위패의 고향은 평택
평택농악, 세계문화유산 등재해야
모흥갑·지영희·이동백은 큰 자원
역사인물, 문화·관광자원 육성 시급

평택지역은 일반적인 역사인물 못지않게 전통예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평택은 오래전부터 국보급 예인을 많이 배출했던 곳이다. 전국 5대 남사당 진위패를 육성한 유세기와 평택농악을 만들어낸 산 증인 최은창·이돌천은 평택농악과 함께 동고동락 하다 생을 마감했다. 그 이전에는 평택군 송탄면 출신의 호적 잽이 송창선이 남사당 꼭두각시로 활동했으며, 포승면 출신의 악성 지영희는 해금의 명인으로 우리나라 국악을 체계화 시킨 국악계의 선각자로 불린다.
또 적벽가와 춘향가의 대가로 판소리 중고제를 대표하는 조선후기 8대 명창 모흥갑은 진위 출신이며, 말년에 10여 년간 평택에 거주하며 판소리에 열중하다 작고한 명창 이동백은 동편제의 거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충동 출신으로 경기도당굿 동령제 시나위의 창시자인 방용현과 그의 손자 방돌근까지 평택에 적을 둔 인간문화재가 많기 때문에 평택은 가히 예향의 고장이라 서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평택은 향후 역사인물 선양사업을 진행할 때 기존 문신이나 무신 관련 인물과 함께 전통예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은 지영희예술제와 경연대회, 평택농악 관련 축제를 진행하고 있지만 농악과 남사당 연희, 소리, 민속굿 등 다양한 전통음악이 평택에서 활발하게 연희되었다는 점을 감안해 전통연희 분야의 축제를 개발하고 평택을 전통예술의 도시로 홍보해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나간다면 논리적 당위성은 물론 시민적 합의가 이뤄지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또 평택농악의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지정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평택시의 적극적인 행정지원이 필요한 부문이며,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평택의 도시 가치가 몇 단계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역사인물이 문화가 되고 축제가 되고 관광이 되고 돈이 되는 시대가 왔다. 평택이 가진 역사인물을 기반으로 한 자원화 계획은 빠르면 빠를수록 우리에게 이로움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