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밥 먹는 서글픔 덜어주고 싶어요”


1인 가구 장애인 소셜다이닝 ‘밥 숟가락 하나 더’
저녁 한 끼 나누며 삶 공유하는 자조공동체 문화




 

▲ 임현준 팀장/평택북부장애인복지관 서비스지원팀



 

평택북부장애인복지관이 누군가와 대화하며 저녁 한 끼를 나누는 삶을 혼자 생활하는 외로운 1인 가구 장애인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1인 가구 장애인들의 소셜다이닝 프로그램 ‘밥 숟가락 하나 더’를 기획한 임현준 평택북부장애인복지관 서비스지원팀장에게 기획취지부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현재 운영까지 프로그램 전반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 ‘밥 숟가락 하나 더’?
평택복지재단 공모사업에 선정돼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다. 매일 출근길에 10시 시작하는 재활운동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장애어르신 삼총사를 사무실 앞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에 집에 있으면 외롭고 홀로 밥 먹는 것도 서글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함께 이야기를 들었던 유영애 평택북부장애인복지관장님과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최근 방영된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이웃 간 나눠먹는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또한 SNS상에서 ‘혼밥-혼자 먹는 밥’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밥을 먹으며 인간관계를 맺는 ‘소셜다이닝’을 장애인영역에 접목해 장애인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건강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자조모임이 탄생하게 됐다.

- 구체적인 운영?     
프로그램을 통한 ‘관계 맺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소규모 인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1인 가구 장애인 어르신 8명과 편부가정이라 혼자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 20대 장애인 2명 등 10명의 참가자들이 국제대 호텔외식조리학과 학생 20여명과 2명 또는 3명까지 짝을 맺어 함께 활동하게 된다. 프로그램은 한 달에 2~3차례씩 올 10월까지 운영되는데 먹고 싶은 음식을 전 회 차에 의논해 결정한 뒤 평일 오후 5시부터 힘을 합쳐 요리를 완성하고 함께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순서로 이뤄진다. 이제 7회 차에 접어들자 마냥 어색해하던 학생들과 어르신들이 눈높이를 맞추고 서로의 안부도 묻는 등 프로그램 취지에 맞는 분위기가 조성돼 흐뭇한 기분이다. 18회로 기획된 프로그램 중 4회는 불편한 몸으로 인해 외식이 어려운 대상자들을 위한 ‘맛집 투어’로 진행된다. 현재 2회 차가 진행됐는데 식당 주인 분들이 행사 취지에 공감하며 식비 일부를 받지 않는 등 지역사회에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있다.

- 국제대 학생들의 재능기부
평택북부장애인복지관은 국제대 호텔외식조리학과 학생들과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장애인식개선 사업 ‘지금 맛나러 갑니다’를 통해 인연을 맺고 있다. 국제대 호텔외식조리학과 학생들은 김남곤 교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복지관과 두터운 신뢰관계가 구축된 지역 복지자원으로서 올해 새롭게 기획된 ‘밥 숟가락 하나 더’ 프로그램에도 열과 성을 다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운영된 ‘지금 맛나러 갑니다’는 장애인들이 국제대 학생들의 서포터로 만든 간식을 사연을 신청한 기관·학교·기업 등에 배달하는 사업이었다. 우연히 “장애인들이 만든 음식에는 장애인 맛이 난다”라는 말을 듣고 기획한 장애인식 개선 프로그램인데 맛있게 간식을 먹고 난 후 실제 간식을 만든 장애인을 소개하면 사람들 모두 너무 맛있었다며 칭찬과 감사의 말을 나눠줘 장애인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자존감을 높이는데도 크게 공헌했던 프로그램이다. 

- 음식을 매개로 ‘관계 맺기’
평택북부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 서로 간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밥 숟가락 하나 더’가 처음이다. 그동안의 복지관 프로그램은 투입된 예산에 대한 성과를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사업에 쏠려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프로그램으로 장애인 간 네트워크를 조성해 모두가 이웃을 살피고 돌볼 수 있는 공동체, 사람 냄새 나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싶었다. 올해 프로그램이 마무리된 후에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애인분들 간, 또 장애인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게 될 학생들까지 복지관이라는 중간다리 없이 지속적인 만남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대부분의 복지관에서 시행하는 ‘밑반찬 만들기’ 프로그램이 아닌 장애인들 간 연결고리가 탄탄해져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 문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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