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논의는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 인권을
향유할 수 있는 임금,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사회제도란 무엇인가에 대한
과제이기도 하다

 

   
▲ 김기홍 부소장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지난 7월 16일, 내년도인 2017년 최저임금이 시급 647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월급으로 따지면 135만 2230원으로 올해 대비 7.3% 인상된 수준이다.

지구 건너편 스위스에서는 스위스 국민 모두에게 ‘월 300만 원’을 기본소득으로 주자는 기본소득 도입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해 23%라는 적지 않은 찬성을 이끌어 내 기본소득이 단지 꿈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미국·영국·러시아·일본 등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올리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시계만 멈추어 있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최저임금 인상논의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시장경제와 노사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더 큰 관심 사안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2020년까지 각 주별로 최저임금을 15달러인 1만 7000원으로 인상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고, 영국도 최저임금을 9파운드인 1만 5000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왜 우리나라에서는 민주노총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에서 주장한 1만원 인상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버리고 만 것인가?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2015년 하반기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227만 2000명이며, 이 조사에 따른 임금노동자 1982만 1000명 가운데 12.0%에 이른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최저임금 미만 일자리는 일부 직업과 산업에 집중돼 있다. 최저임금 미만자 수가 많은 상위 20개 직업에 속한 최저임금 미만자는 전체 최저임금 미만자의 82.5%를 차지한다.

특히 상위 5개 직업인 청소원과 환경미화원 29만 명, 매장판매종사자 24만 명, 음식서비스종사자 17만 6000명, 음식관련단순종사원 16만 7000명, 경비원이나 검표원12만 3000명의 최저임금 미만자만 합해도 99만 6000명으로 전체 최저임금 미만자의 43.8%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노동시장 내 비정규직의 비율은 취업자 수의 절반에 가깝다. OECD 국가 중 퇴직금도 받지 못 하는 1년 미만의 단기근속자도 30.6%로 가장 많으며, 저임금계층 비율은 23.5%로 두 번째로 높다. 상·하위 10%의 임금 격차는 5.63배에 달하는 등 임금 불평등이 가장 심한 데도 어째서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걸까?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회에 입성한 각 정당들은 한 목소리로 최저임금 인상을 외쳤다. 공약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 이제 최저임금 결정을 국회에서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인상률이라면 공약을 절대 이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여전히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는 200만이 넘는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최저임금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들을 처벌해야 한다. 2015년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 919건 중 실제로 사법처리를 받은 사례는 19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대부분 시정조치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이래서야 최저임금 제도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

1948년에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에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공정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 또한 우리나라 헌법 제 32조에도 ‘국가는 사회적 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 논의는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 인권을 향유할 수 있는 정도의 적정한 임금’ 지급으로 혹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사회제도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과제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은 곧 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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