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스스로 자각해야합니다”

팽성읍 평궁리가 고향인 윤현수 에바다장애인평생학습센터 교육처장은 그를 아는 지인들에게 스마일맨으로 통한다. 매사에 긍정적인 가치관을 지녀서일까, 다소 무겁고 거친 주제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의 입을 통해 나오면 흥미 진지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설득력을 지닌 내용으로 들려진다.
은행원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윤현수 처장이 시민운동에 눈을 뜬 것은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평택이 떠들썩했던 시기였다.
“평택에 발령받아 직장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듣게 됐죠. 그냥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같이 하는 지인들과 함께 시민운동을 시작 했죠”
처음엔 그저 일을 돕는다는 취지로 시작했던 시민운동은 일과 병행하기 어려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다. 미래가 보장된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다소 힘들더라도 가슴이 뛰는 곳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인지 많은 날을 고민하던 그는 결국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잘나가는 은행원의 길을 버리고 시민운동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이른다.
“처음엔 아내의 반대가 무척 심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의 뜻을 꺾지는 않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무모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슬기롭게 대처해야했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하죠”
시민운동가로서 또 정당인으로서 제2의 삶을 살아가던 그에게 또 다른 전기가 다가온 것은 2008년 소속 정당이 분당의 홍역을 겪던 시기였다.
“평택시장애인이동권연대를 만들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장애인 문제가 평등권이란 관점에서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차별받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본격적으로 장애인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그는 지역사회의 후원과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으로 2009년 진위면에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설기관으로 설립된 에바다장애인평생학습센터에 간사로 봉사를 시작하게 된다.
“센터는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기회를 얻지 못한, 아니 기회를 박탈당한 채 성인이 되어버린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래서 학생이라 부르지 않고 학습자라고 호칭하죠. 장애인들은 평균 학력이 초등학교 중퇴 수준이라고 봐도 틀리진 않을 겁니다. 예전 농촌 계몽활동 시절 야학이 유행했었는데 그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장애인야학이라고 말하기도 하죠”
2011년 진위면을 떠나 합정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에바다장애인평생학습센터는 올 3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시설인가를 받아 최소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갖췄으나 아직 학력인정을 받기까진 여러 난관이 남아 있다.
결국 센터에서는 학습자들에게 검정고시로 학력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편성 중입검정고시 1명, 고입검정고시 4명, 대입검정고시 1명의 합격자를 내 작지만 알찬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차별이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배려하지 않는 것 자체가 차별이죠. 이런 것을 주지시키는 것이 우리 에바다장애인평생학습센터의 교육 방침입니다. 이는 결국 장애인 스스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느끼게끔 자각해야함을 뜻하죠”
“출발선과 속도가 다른 것을, 더욱이 시설이나 설비·제도가 갖춰지지도 못한 상태에서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도 없이 그저 경쟁하라는 것이 차별입니다. 장애인 스스로도 동정의 대상으로 자리매김 되는 것이 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함은 물론이죠”
긴 세월동안 혼자 가장 역할을 맡아온 아내와 어느새 훌쩍 커버려 대학원에 다니는 딸 이야기를 하며 미처 해준 것 없음에 안타까워 눈시울이 붉어지는 윤현수 처장의 모습엔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와 남편의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어느 날 갑자기 벌떡 일어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잘 살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죠. 이는 함께 어울려 사는 것과 상관관계에 있습니다. 시골  구석에 격리해 그들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으론 장애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결국 최고의 가치는 평등이죠”
아무런 생각 없이 만든 계단 하나 때문에 누군가는 식당조차 가기 어렵다는 윤현수 처장의 말 속에는 우리 스스로 만든 계단을 지워나가길 바라는 간절함이 녹아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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