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보 가능한 우리 유물들이
부여나 경주의 그것들처럼
경쟁력을 가졌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그 뒤에 평택만의 특성과 장점을
극대화한 박물관으로 가야 비로소
차별화가 가능한 게 아닌가

 

   
▲ 이수연 전 부이사장/한국사진작가협회

평택에는 박물관이 한 곳도 없단다. 그것만으로도 평택에 박물관을 건립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데 지난 7월 21일 ‘박물관 건립 시민공청회’는 몇 가지 의문점을 들게 했다.

현장 설명에서는 소疏,통通,로路를 큰 주제로 내세웠고 규모는 대지 6000여 평에 건축 연면적 2000여 평으로 계획했다. 나아가 비용 대비 편익분석을 0.9859로, 2020년 평택시 인구 81만여 명 기준 연간 관람객 수를 약 23만 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계획들에 대한 세밀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종합박물관이 되려면 분야별 100점 이상의 유물을 확보해야 한다. 설마 그 정도도 확보하지 못하랴 만은 연구팀이 소·통·로에서 언급한대로 삼남길, 정조대왕의 화성천도 배후지역, 실크로드의 한반도 출발점으로서의 평택, 주둔 미군 관련 유물로 폭을 넓히면 그게 가능할지 궁금해진다. 뿐만 아니다.

만약 유물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박물관은 ‘우선 짓고 보자’가 될 개연성도 생긴다. 이미 우리 지역에 그런 사례가 있지 않은가. 물론 ‘박물관법’에는 유물이 없을 경우 ‘부호·문자·음성·음향·영상 등으로 표현된 자료나 정보’도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 요즘 뜨는 용어로 가상현실을 이용해도 된다는 말일 게다. 그런데 알파탄약고와 관련해서 전국 유관 시설들을 답사한 결론은 최신 기술이나 시설이 얼마 안가서 천덕꾸러기가 된다는 것이다. LCD모니터 전시나 홀로그램 시설이 그랬고, 밀랍 모형 복원 역시 정확한 고증이 없으면 한낱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이날 사회자는 박물관 규모를 놓고 ‘중앙부처 심의를 받을 때를 고려해서 크게 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 발언이 연구용역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전문가의 언급이고 보면 박물관 규모도 조금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규모를 크게 잡았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건축 연면적에 대한 질문에 연구팀은 ‘신설 박물관을 지을 때의 보편적 기준’이라고 한 설명 때문이다. 수도권의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 한다면서 보편적 기준으로 계획했다는 말이다. 엄청난 유물의 국립중앙박물관을 크게 지었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평택 유물의 규모와 확보 가능한 유물현실, 나아가 활용계획 등에서 타당성을 얻을 때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할 수 있다. 필요하면 더 크게 요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설립 명분에 혹시 거품이 끼었다면 빼자. 굳이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다문화나 외국인 노동자를 감싸 안을 수 있는 방법은 많을 것이다. 주둔 미군의 역사를 담을 방법이나 평택을 홍보하는 수단도 그렇다. 솔직히 말하면 종합박물관인 평택박물관을 방문할 것이라는 ‘연간 23만 명’의 추산 수치에 의문이 든다. 확보 가능한 우리 유물들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부여나 경주의 그것들처럼 경쟁력을 가졌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그런 뒤에 평택만의 특성과 장점을 극대화한 박물관으로 가야 비로소 차별화가 가능한 게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장담하건데 타 지역에서 오지 않는다. 전국의 박물관 실정이 그렇기 때문이다.

B/C분석에서도 실학박물관 등 소위 잘나가는 전문박물관들과 비교했는데 동일한 조건과 성격의 박물관끼리 분석했어야 타당성을 얻을 수 있다. 시민들이나 결정권자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으면 나중에 무리가 따른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다가가면 B/C 분석치가 경제적 사업성이 있다는 1에 한참 못 미친다고 해도 납득할 것이다. 차라리 ‘방치된 채 산재해 있는 평택의 유물을 하루빨리 한 곳에 모아서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이 시급하다. 박물관은 돈 버는 곳이 아니다. 전국의 박물관이 대부분 적자다. 공공재로서 그 존재 자체가 곧 의미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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