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 사회복지로 이어져

자신의 뿌리와 인연 소중하게 생각해
낡은 가방마다 지나온 삶 담겨 있어

한 단체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무한한 책임감과 봉사정신 없이는 해낼 수 없다. 특히 무형의 가치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단체인 경우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바로바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먼 미래를 내다보며 진행해야 하는 일이므로 더욱 그렇다. 잘 해도 칭찬받기 어렵고 못하면 질타받기 쉬운 자리,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확고한 주관과 신념이 없으면 결코 쉽지 않은 자리이기도 하다.

‘행복’은 내가 맡은 일에서 찾아야
“사회복지협의회장으로서는 첫 걸음이지만 2003년부터는 평택문화원 이사로 활동하면서 평택의 문화를 접하고 지역문화의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기도 했지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만큼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 평택시가 높은 복지수준을 달성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전 회장님들을 생각하면 제 자신이 많이 부족해서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잘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7월 16일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장에 취임한 오중근(56) 회장은 자리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렇게 말한다. 굿모닝병원 행정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오중근 회장은 현재 남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도 하고 있다.
“가끔 강의 도중 학생들에게 행복이 뭐냐고 묻곤 합니다. 그럼 대부분의 학생들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행복이라고 대답하지요.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저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행복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 생각으로 살아왔구요”
오중근 회장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주어진 일에 성실하게 임하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 일로 인해 느끼는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런 생각들이 있었기에 30여 년간 한 직장에 근무하면서도 늘 새로운 생각과 열정으로 일할 수 있었다고.

병원·지역위해 일하며 배운 것 많아
“병원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소우주’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곳에는 생로병사,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잖아요. 아픈 사람과 죽는 사람, 치유돼서 나가는 사람, 다친 사람 등을 매일 접하며 인간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돼요. 인간에 대한 삶의 이유가 전부 병원에 모여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거든요. 병원에 근무하는 동안 이사장님에게도 많은 걸 배웠죠.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때로 돈 받지 않고 그냥 보내기도 하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걸 오래 봐오다 보니 봉사가 뭔지도 모르던 제가 서서히 봉사에 관해서도 눈을 뜨게 되었거든요”
가정형편 상 약사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해야 했다는 오중근 원장은 병원에서 배우게 된 것이 참 많다고 말한다. 초창기에는 임상병리사로 일하며 직접 환자들을 대면하기도 하고 이후 병원행정 업무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인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삶의 철학도 인간을 향한 것들이 많아졌다고.
“제가 하는 일들은 제 스스로 보람을 찾는 일이지 결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닙니다. 누군가를 위해 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그 일이 평가절하 됐을 때 실망하고 그만두게 되는 일도 생기거든요. 하지만 제 스스로의 보람을 위해 일한다면 어떤 상황에도 묵묵하고 꾸준하게 일할 수 있지요. 그것이 저로 하여금 어떤 일에도 열정을 갖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그는 자신의 뿌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남들보다 뒤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했던 것이나 병원에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떼었던 일들도 소중하게 여긴다. 그런 역사들이 모여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냈으며 그런 역사들이 바로 자기 자신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복지단체들 재밌게 일하도록 도울 터
“병원 일하랴 석·박사 공부하랴 강의하랴 해야 할 것들도 많고 준비해야 할 자료들도 많지요. 그래서 저는 가방을 여러 개 준비해서 각각의 자료들을 미리미리 준비해놓은 뒤에 그 성격에 맞게 가방만 바꿔서 들고 나가곤 해요. 때문에 제 가방에는 저의 지나온 역사들이 모두 담겨있지요. 이다음엔 가방이라는 주제로 글도 하나 썼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오중근 회장의 방에는 실제로 낡디 낡은 가방이 여러 개 놓여있다.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 해진 가방과 낡아서 떨어진 가방까지 그의 가방 속에는 바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조만간 그 가방들 곁에는 사회복지협의회와 관련된 자료들이 차곡차곡 쌓인 또 하나의 새로운 가방이 놓일지도 모른다.
“평택에 있는 복지단체들이 서로 같은 것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서로 화합하고 제 스스로도 어느 한쪽으로의 치우침 없이 함께 어울려 재미있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연’인 만큼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일하는 동안 만나는 인연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올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아쉬움이 컸던 오중근 회장은 비록 본선 진출은 못했지만 선거기간 동안 평택 구석구석을 누비며 몰랐던 일들도 많이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앉아만 있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던 사람들과 그들의 아픔을 직접 듣게 됨으로써 소외받는 이들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던 것.
30여년이 넘게 살아온 아내와도 싸운 기억이 별로 없다며 웃는 오중근 원장,  병원에서의 오랜 경험을 통해 생로병사, 희로애락에 관한 깊은 성찰을 했던 그가 지역사회의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웃들을 위해 앞으로 어떤 일들을 모색해 낼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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