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항문 가려움 악화
40~50대 남성에서 흔하게 발병

▲ 이정섭 과장
박애병원 외과 전문의

소양증이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긁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불쾌한 피부감각을 말한다. ‘항문소양증’은 항문질환 검진 시 많이 들을 수 있는 증상 중의 하나이며 항문주위에 감각신경이 풍부해 원인 불명의 경우가 많다. 남자가 여자에 비해 4배 정도 흔하며 특히 40~50대에 많이 발생하지만 모든 연령에서 나타난다. 밤에 주로 심하고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항문소양증의 종류
항문소양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관련 질환이 있어서 가려운 속발성 소양증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 원인 없이 가려운 특발성 소양증이다. 속발성은 항문이나 직장·대장질환이 있거나 황달·당뇨·갑상선 기능 이상·기생충 감염 등이 원인이다. 또한 결핵약이나 아스피린, 고혈압약 등의 약물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특발성 소양증은 뚜렷한 원인 질환을 찾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대변이 항문 주위 피부에 묻으면 대변 속의 세균과 독소·효소·단백질 대사물이 자극을 줘 가려움증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스트레스로 불안하고 초조하거나 긴장감이 높아갈 때도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간혹 음식물에 들어 있는 알레르기 항원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항문 가려움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커피·홍차·콜라·우유·맥주·포도주·비타민C 등이 있다. 실제로 항문소양증 환자 가운데 커피나 홍차를 끊고 나서 증상이 호전된 경우도 많다.

항문소양증의 치료
첫 번째 단계는 감염·피부병·염증 등의 유발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환이 있다면 질환에 맞는 치료를 통해 소양감도 같이 치료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특정한 질환으로 인한 증상이 아닌 것이 확실해지면 소양증 자체에 대한 일반적 관리와 특별한 치료를 시작한다.
항문소양증은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온갖 방법이 동원돼 왔다. 각종 물약·연고·로션 등이 사용됐으며 강력한 치료 방법으로 국소 마취제·페놀·메틸렌블루·알코올 등을 병변 부위에 주사하기도 하고 항문 주변 피부를 절개 후 피부 이식을 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항문소양증을 치료하기 위한 로션이나 연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국소 마취용 크림과 연고는 증상을 일시적으로만 완화시킬 뿐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지 않으며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할만하지는 않다. 연고 보다는 피부 진정용 크림이나 콜로이드 오트밀 크림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효과가 없을 때는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면 증상은 바로 완화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연고를 오래 사용하면 항문 피부가 위축되기 때문에 증상이 가라앉으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항문소양증 예방
항문소양증 예방을 위해서는 항문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항문을 비누로 자주 씻거나 비데를 세게 사용하면 항문을 보호하는 기름막이 손상돼 세균이나 곰팡이 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려움증이 덧날 수 있다.
배변 후 휴지로 거칠게 닦거나 소독약이나 소금물로 좌욕하는 것은 오히려 피부 자극이 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또한 항문 주위를 너무 깨끗이 하기 위해 심하게 문지르거나 자극성의 알칼리성 비누를 사용하면 오히려 만성소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항문이 축축하지 않도록 샤워 후 수건으로 물기를 완전히 없애주고 땀이 찼을 경우에도 부드러운 휴지나 수건으로 엉덩이 부위의 땀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꼭 끼는 옷보다는 통풍이 잘 되는 헐렁한 옷을 입는데, 특히 항문소양증이 있는 남자는 삼각팬티보다 사각 트렁크를 입는 게 좋다.
소아의 경우 기생충으로 인해 가려움증이 생기는 일이 많으므로 아이가 이유 없이 자꾸 항문을 긁는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아야 한다. 그래도 가려움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항히스타민제나 진정제를 처방 받아 복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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