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사에서의 행사를 통해
평택 시민들은 물론이고
주민들과 청소년들에게도
불편한 존재가 아닌
자부심을 심어주는
훌륭한 문화재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 경상현 단장
우리문화달구지

팽성읍 객사리에는 조선시대 건물의 전형을 그대로 간직한 ‘객사’가 있다. 경기도유형문화재 제137호로 지정돼 500년의 세월동안 많은 이들이 찾아와 예를 갖추던 팽성읍객사는 지역의 자랑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화려한 명성을 뒤로한 채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팽성읍객사는 일제강점기 고통의 시간을 지나 현재까지도 주민들의 곁에 서 있다.

그러나 건축은 새로 할 수 있어도 문화재는 지금 없애고 다시 만들 수 없다. 문화재의 가치는 세월 속에서 빚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문화재청과 평택시가 추진하는 ‘생생문화재’ 사업으로 인해 그나마 굳게 닫혀있던 객사의 육중한 문이 문화의 힘으로 활짝 열리게 됐다. 생생문화재는 지역 문화재를 발굴하고 활용한다는 취지의 사업으로 필자는 이 프로젝트에 기쁜 마음으로 뛰어들었다.

2016년부터 객사에서 펼쳐지는 생생문화재 덕분에 일부러 객사를 찾아와서 둘러보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양한 문화공연과 체험 등이 이뤄지는 객사의 변화된 모습에 주민들은 궁금한 마음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주민들은 30년 동안 주변에서 살아왔지만 객사의 흙을 밟아본 적은 처음이라며 객사 안으로 들어와 마치 보리밭을 밟듯 자근자근 밟아보기도 한다.

처음 주민들은 객사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푸념 섞인 말을 하거나 객사에서 문화적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객사라는 문화재로 인해 건축이 제한되는 등 생활의 불편한 점을 털어놓기도 했다. 문화재의 소중함 곁에는 이웃의 불편함도 함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이곳 주민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재 지킴이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바로 그분들이 생생문화재 사업을 응원해 준다고 생각하니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으로서도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우리문화달구지’가 주관해 9월 10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팽성읍객사에서 펼쳐지는 ‘망궐례 행사와 거리퍼레이드’는 이러한 주민들의 호응 속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망궐례란 조선 시대 각지의 관찰사와 관리들이 매월 1일과 15일 객사에서 왕과 나라에 충성을 맹세하는 일종의 배례拜禮 의식이다. 신하가 먼 곳에 있어 직접 궁궐에 나가 왕을 알현하지 못할 때 초하루와 보름날 멀리서 궁궐을 바라보며 행하는 의식인 것이다.

이번 행사는 팽성읍객사의 재탄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사회봉사단체와 유치원·초·중·고·대학생, 모임·단체·다문화가정·미군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참여하게 된다. 시민들이 모여 오후 4시부터 진행되는 시민 퍼레이드가 객사에 도착하면 객사 안에서 퍼레이드에 참여했던 인원 중 60명이 망궐례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잠자던 팽성읍객사의 재탄생을 기념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를 진행하며 주민들의 마음을 담아 객사의 애칭을 지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예를 들어 ‘팽성읍객사 ○○○’으로 말이다.

무엇보다 생생문화재사업을 진행하며 가장 간절해지는 것은 이 사업이 활발히 이어져 팽성읍객사가 평택시민들은 물론이고 이 지역 주민들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불편한 존재로서의 문화재가 아닌 자긍심과 자부심을 심어주는 훌륭한 문화재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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