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이익만이
우선인 지역사회에서는
어떠한 제도나 선한 관계도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염치가 없으면
좋은 지역사회, 사람냄새 나는
공동체는 불가능하다

 

 
▲ 이은우 이사장
평택사회경제발전소

전임 송명호 시장이나 김선기 시장 때는 수많은 시민단체와 언론사들이 불통과 오만의 시정운용을 비판하더니 현 공재광 시장에게는 매우 관대하다. 행정의 투명성과 도덕성·전문성·인사행정의 공정성·정책비전·토건개발·소통과 협력 등에 있어 비슷하거나 더 큰 문제점이 나타나도 침묵하거나 오히려 옹호하고 나서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권력의 맛에 몸과 맘이 길들여진 기득권층들은 이중 잣대를 들이밀며 합리적 공론과 다양한 문화적 상상력을 가로막고 있기도 하다. 지금도 권력의 단맛을 잊지 못해 권력의 주변에서 늘 맴돌고 있는 불나방들의 행태는 변함이 없다.

지방자치를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권력분산을 통한 민주주의 안정화, 주민참여기회 확대, 주민요구에 순응하는 정치·행정시스템, 참여민주주의 훈련과 교육, 권력과 물질적 가치의 사회적 배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지역의 권력교체가 지방자치의 행태적 변화와 질적 변화로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관료 출신 단체장의 경우 관료 중심적 운영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고, 여전히 민을 배제한 관료 의존적 행정문화를 유지·확산하고 있다. 또한 염치를 상실한 일부 관료·정치인·언론인·시민사회는 기득권에 취해 퇴행적인 지역사회, 욕망이 가득한 지역문화, 권력에 기생하는 왜곡된 지역풍토를 만들고 있다.

좋은 지역사회는 염치가 넘치는 사회이다. 공자는 부끄러움을 인간의 덕목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순자는 이를 염치라는 개념으로 만들었다. 염치는 청렴하고 부끄러워 할 줄을 안다는 뜻이고, 두 말을 한데 아우르면 청렴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청렴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을, 깨뜨릴 파破자를 써서 ‘파렴치’라고 한다.

예와 의가 사라지면 지위와 이익만을 탐하게 된다고 했다. 개인적 이익만이 유일한 최고의 가치가 되면, 염치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진다. 지역에서 ‘공공’의 개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권력과 이익에 따라 사람관계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예와 의, 공적인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지방자치, 사람관계란 그저 사적인 권력투쟁의 장, 욕망이 우선하는 지역사회가 될 뿐이다. 부끄러움을 상실하면 타인의 뒤통수를 치면서도 희희낙락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왜곡된 풍토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권력과 이익만이 우선인 지역사회에서는 어떠한 제도나 선한 관계도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염치가 없으면 좋은 지역사회, 사람냄새 나는 공동체는 불가능하다.

건강한 지역사회를 희망한다면 파렴치와 이중 잣대를 경계하고 성찰해야 한다. 행위의 대한 판단이 중지된 상태를 파렴치 단계라고 하며, 염치라는 가치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중 잣대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평가를 하는 행동 또는 태도를 말한다. 흔히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이 이중 잣대를 비꼬는 말이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기득권에 속하고 싶거나 지키기 위해 ‘그곳에는 파렴치들이 산다’거나 ‘거기서는 나쁜 놈들이 제일 잘 산다’는 정도까지 가는 지역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좋겠다. 이중 잣대로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잘못된 권력을 옹호하지 않으면 좋겠다.

사람이 염치를 잃고 제 입에 들어가는 것만 생각하면 동물과 다를 바가 있겠는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식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끝내 돼지로 변해버린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나 지금의 지역사회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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