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움직이는 일

자신과 가정이 바로서야 봉사 할 수 있어
봉사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 늘 안타까워

 
봉사를 생활화하는 사람들은 남을 돕는 일이 결국은 자신에게 더 큰 기쁨을 안겨주는 일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삶 하나만으로도 버거운 현실에서 타인의 삶까지 함께 돌본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타인을 도와주는 일에서 얻는 기쁨은 누구나 느낄 수 있지만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임에 분명하다.

젊을 땐 일하고 나이 들면 봉사
“아들이 결혼을 하는데 사돈댁에서 제가 봉사하며 산다는 걸 아시고는 그런 집 자손이라면 더 볼 것도 없다며 흔쾌히 허락을 하셨어요. 덕분에 좋은 며느리를 얻었지요. 저는 그 일로 20여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해왔던 봉사에 대한 보상을 한꺼번에 받았다고 생각해요. 봉사로 얻는 보람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최고의 보상인 셈이죠”
평택시자원봉사센터 김종걸(59) 센터장은 20여년이 훨씬 넘도록 소신껏 해왔던 일이 결국 자식의 혼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일에 대해서는 지금도 뿌듯하다는 말을 전했다. 봉사에 대한 그의 소신은 가족들에게도 이어져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로타랙트나 RCY 등에서 봉사를 해 왔으며 아내도 적십자봉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봉사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고.
“봉사도 좋지만 젊을 땐 열심히 일을 하는 경제인으로 살아가며 가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지요. 정 봉사하고 싶으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통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면 되구요. 본격적인 봉사는 나이 들어 가정도 안정되고 시간적인 여유도 좀 있을 때 하는 게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종걸 센터장은 한창 일해야 하는 나이에 봉사한다고 뛰어다니다가 결국 사업도 망치고 가정도 못 지키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한다. 또한 젊은 사람들이 봉사의 주축에 서다 보면 정작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지는 50대 이후의 봉사자들은 봉사할 곳이 없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우려의 말도 덧붙인다.

봉사는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스위스 국제적십자연맹에 가보니 전부 다 노인들이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계시더라구요. 노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멘토 역할도 해주며 자아실현을 하기도 하지요. 우리나라도 그렇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는 일하고 나이든 사람은 봉사하며 사회와 더불어 자아실현을 하고 말이지요”
서른다섯 살에 처음 지인의 소개로 봉사를 시작했다는 김종걸 센터장은 당시 봉사보다 사업을 더 열심히 했더라면 지금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이 생겼을 거라며 웃는다. 젊은 봉사자들의 경우에는 간혹 사업기반을 위한 인맥을 만들기 위해 봉사에 참여하는 일도 있다고. 그러나 봉사는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 일이므로 가정을 잘 지키는 한도 내에서는 봉사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권장해야 하는 일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전에 쪽방 촌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 사는 50대 중반 여자 분이 옆방에 있던 70대 할아버지의 대소변을 다 받아내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전부 어렵게 사는 처지에 대가도 없는 일인데 힘든 와중에도 옆방에 있는 분을 위해 몸소 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참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분들 앞에서 어떻게 우리가 감히 봉사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오래 하다보면 그 일에도 중독되는 것 같다는 김종걸 센터장은 봉사도 점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 재해 등 어려운 일을 당해도 잘 사는 사람이 우선 혜택을 받게 되어 마음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큰 도로가 우선 복구되어야 하는 재해지역의 특성 상 도로 복구 후에는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혜택을 보게 되는데 정작 어려운 사람들은 도로변이 아니라 도로에서 먼 쪽에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모두가 함께 하는 봉사였으면
“봉사자들 중에는 봉사 도중에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분들의 가족들도 도움의 대상인데 정작 현실에서는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게 되니 마음이 아플 때가 많지요. 항상 그분들을 기억하며 그분들의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봉사자로 살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떠올리며 잠시 눈물을 글썽이는 김종걸 센터장은 이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봉사에 있어서 항상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거듭한다. 현재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는 그는 뒤늦은 공부에 대해 자신의 오랜 경험들을 학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학문과 경험을 겸비한 후 자원봉사자들에게 효율적인 봉사를 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하고 싶다고.
“가족 생일과 독거노인들의 생일을 매칭해서 어차피 차린 음식에 숟가락 하나 더 놓고 함께 생일을 맞는 프로그램을 시민 전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한번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만일 어른의 생일이라면 가족들이 모일 거고 그러면 어린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봉사하는 것을 보고 배울 수 있게 말이지요. 또 재난을 당한 사람에게 직업을 봉사로 전환해 원스톱으로 도움을 주는 시스템도 앞으로 적극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김종걸 센터장은 일상생활과 봉사를 굳이 구분한다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다고 말한다. 다들 어려운 이웃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건 인지상정인 만큼 봉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집 문 앞에 ‘가정이 바로서면 희망이 보인다’는 문구를 써 붙였다는 김종걸 센터장, 그에게 봉사란 자신과 가정을 바로 세우는 일임과 동시에 이미 삶의 일부가 되어 굳이 말하기도 쑥스러운 평범한 일상인 듯 보였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